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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의 한풀이”…우지 사용 ‘삼양 1963’, 프리미엄라면 새 역사 쓴다

박슬기 기자

seulgi@

기사입력 : 2025-11-03 14:29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에 부활
'삼양1963', 프리미엄 라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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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1963' 신제품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수 부회장./사진=박슬기 기자

'삼양1963' 신제품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수 부회장./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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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오늘은 감회가 새롭고 뜻깊은 날입니다. 삼양식품이 K-푸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36년 만에 제자리를 찾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창업주인 저희 시아버님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님이 평생 품고 있었던 한을 조금 풀어드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삼양 1963’ 출시 간담회에서 눈물을 애써 참으며 한 말이다. ‘삼양 1963’은 36년 전 ‘우지 파동’ 이후 사용을 중단했던 우지를 다시 부활시킨 신제품이다. ‘원가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맛있게 만들어보자’라는 김 부회장의 말에 따라 과거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상에 내놨다.

‘삼양 1963’ 간담회가 열린 장소도 삼양식품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곳이다. 이번 행사는 삼양식품의 창업 역사와 관련이 깊은 남대문 시장 인근에서 진행됐다.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본 것을 계기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브랜드의 출발점에서 이번 신제품을 공개했다.

1989년 삼양식품은 한 투서로 시작된 ‘우지 파동’에 휘말리며 기업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를 겪었다. 해당 투서에는 삼양이 비위생적인 기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이후 1995년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1997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며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으로 1000여 명 이상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삼양식품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우지라면, 다시 내놓은 이유 '과거의 논란을 미래의 발판으로'
김정수 부회장./사진=박슬기 기자

김정수 부회장./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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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라면은 삼양식품 내부에서도 숙원사업과도 다름없었다. ‘언젠가 세상에 선보일 라면’이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엿보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통해 기회를 노리게 됐다.

김 부회장은 “언젠가 우리가 다시 우지라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이 늘 마음 속에 존재했다”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내부 자신감도 커졌고, 다 같이 ‘우지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에너지가 끓었다. 그래서 ‘삼양 1963’을 시작하게 됐다. ‘삼양 1963’은 저희 4000여 명의 임직원과 우지사건으로 당시 그만뒀던 직원들과 그 직원들의 가족의 염원이 담긴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우리는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서 배운 경험들을 앞으로, 미래로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다”며 “삼양식품은 정직과 신뢰라는 가장 가치 있는 두 가지를 중요시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36년 전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삼양식품은 끊임없이 배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리 부문장(왼쪽부터), 채혜영 부문장, 김정수 부회장, 김동찬 대표, 이병훈 연구소장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윤아리 부문장(왼쪽부터), 채혜영 부문장, 김정수 부회장, 김동찬 대표, 이병훈 연구소장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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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 기획해 출시하게 된 ‘삼양 1963’은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이 출시된 1963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이는 삼양식품이 처음으로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으로,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황금 비율로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긴 게 특징이다. 여기에 우골(소뼈)로 만든 별첨 액상 스프를 넣어 국물의 깊은 맛을 살리고, 동결건조한 후레이크를 통해 재료 본연의 맛과 향, 식감을 살렸다. 가격은 개당 1500원이다.

다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라면 시장에서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라면이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물라면 시장의 정체는 지속되고 있고,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채혜영 삼양식품 브랜드부문장은 “프리미엄 시장에 대해 매년 조사를 실시했는데,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인식이 열려 있는 걸 확인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만든 라면이라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수시장이 어려운 건 충분히 잘 알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계획”이라며 “우리들의 목표는 삼양라면의 그 이상 매출을 내는 것으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깊고 진한 국물, 청양공추로 매운 맛을…국물라면의 세계화
과거 삼양라면부터 3일 출시한 '삼양1963' 라면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슬기 기자

과거 삼양라면부터 3일 출시한 '삼양1963' 라면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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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의 대표기업답게 ‘삼양1963’ 역시 매콤한 국물이 특징이다. 사골과 닭고기로 국물의 깊고 진한 맛을 표현했고, 이는 우지 유탕면에서 우러나온 고소한 맛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해산물의 감칠맛, 무와 대파의 시원함,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젓가락질을 쉴 새 없게 만든다. 앞서 볶음면인 불닭볶음면으로 한국라면의 세계화를 만들어낸 삼양식품은 국물라면인 ‘삼양1963’으로 또 한번 기회를 노렸다.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이 시식했을 때 우리 제품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불닭볶음면과 같이 계속 혁신적인 개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내수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삼양1963’의 수출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삼양1963 라면. 깊은 국물맛과 동결건조된 후레이크, 고소한 면발과 매운 맛이 특징이다. /사진=박슬기 기자

삼양1963 라면. 깊은 국물맛과 동결건조된 후레이크, 고소한 면발과 매운 맛이 특징이다. /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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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제품은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즐기는 2030남녀가 메인 타깃이다. 여기에 과거 우지라면을 경험해봤던 50대 이상의 고객들을 서브 타깃으로 설정했다. 프리미엄과 차별화된 신제품을 기꺼이 소비할 의지가 있는 세대들과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동물성 기름을 쓰는 탓에 콜레스테롤이나 칼로리 등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아리 삼양식품 품질부문장은 “동물성 유지가 살찔 것 같다는 인식이 있지만 식물성 유지와 1g당 칼로리가 똑같다”며 “동물성이라 콜레스테롤에 대한 걱정이 있을텐데, 우리 제품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 함량은 계란 노른자 1개보다도 낮다. 건강상의 위해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이 출시한 ‘삼양1963’은 이날부터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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