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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인 듯 아닌 듯' 현대모비스 재평가 다가온다 [저PBR 숨은그림찾기]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9-08 05:00 최종수정 : 2025-09-08 07:48

지주사·차부품 모두 ‘저평가’
순환출자 해소 기대감에 주가↑
정의선 회장 부담은 늘겠지만
밸류업 가속화할지 관심 커져

‘지주사인 듯 아닌 듯' 현대모비스 재평가 다가온다 [저PBR 숨은그림찾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화한 상법개정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인하 등 세제 개편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현대모비스(대표이사 이규석)는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지주회사 격으로 회사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아직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서 위치는 애매하다. ‘지주사 아닌 지주사 같은’ 포지션 탓에 주가는 항상 저평가돼 왔다. 그룹사 현대차와 기아에 치중된 수익구조도 발목을 잡아 왔다.

그런 현대모비스 주가에 재평가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상법, 상속세 개정 등 정부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기조 속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차원에서도 자동차 부품사를 넘어 반도체, 로봇 등 사업 다각화 추진과 주주환원 강화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현대모비스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49배로 국내 지주사 평균 PBR 1.2배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자동차 업종 평균 PBR(4.51배)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PBR는 기업 주가가 자산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장부상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당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시가총액 약 27조원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 1위, 게다가 현대차그룹에서도 현대자동차(시총 약 45조원), 기아(약 42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위상이 높은 회사. 그런데 이렇게 저평가인 이유가 뭘까.

현재 현대모비스 PBR는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0.41배)에 근접하고 있다. 최근 20년 평균 PBR 1.64배 대비해도 크게 하락했다. 현대모비스는 PER(주가수익비율)도 10배 내외로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형 지배구조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형 구조다. 이 같은 형태는 계열사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외부 세력 공격을 받을 경우 지배구조 연결고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큰 리스크다.

또한 순환출자형 구조는 그룹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기도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총수 책임 회피와 비효율적 의사결정이라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내부 거래와 부정 관행으로 소액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안팎 지적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해소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으로 잡았다면, 시선은 현대차를 지배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이 원활하게 승계 문제를 마무리 짓고 지배구조 일원화를 이룰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이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등을 인수해 안정적 지분율 수준인 2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점은 묘하다. 올해 이재명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기조를 강조하면서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가 가속할 것이란 기대감도 시나브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모비스 주가는 지난 7월 3일 상법개정안 국회 통과를 기점으로 올해 처음 종가 기준 30만원 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국회에서 재발의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현대모비스 주가 상승에 호재로 전망된다. 해당 법안은 기존 상속세율 50%에서 40%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PBR 0.8배 이하 기업은 가산세 20%가 줄어든다.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각각 7.29%와 0.33%로 현대모비스가 증여 대상 지분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와는 별개 건이지만, 순환출자 해소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전환점으로서 역할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순환출자 해소 기대감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자체 사업구조 개편 움직임도 추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시급한 정의선 회장으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겠지만 과거처럼 ‘눈 가리고 아웅’식 지분 확보는 더 가능하지 않은 시대다. 정의선 회장은 돌아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한 것 같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 매출 의존도가 약 80%에 이를 정도로 수익원이 한정적이다. 회사는 오는 2033년까지 글로벌 수주 매출을 40% 수준까지 끌러올리고, 기존 차량 부품을 넘어 반도체,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지난달 27일 첫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미래 사업 방향인 ▲선도 기술 경쟁력 확보 ▲수익성 중심 사업 체질 개선 ▲글로벌 고객 확대 본격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성과를 제시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처음으로 로보틱스 사업 분야 액츄에이터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액츄에이터는 로봇 동작을 제어하는 구동 장치로 모터와 감속기, 제어부로 구성되는데 차량 전자식 조향 장치 구성도 이와 비슷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액츄에이터가 전체 제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액츄에이터 분야를 시작으로 센서,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등 영역으로도 로보틱스 사업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부품 등 기존 사업들 글로벌 공략도 가속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선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인도 등 고성장 신흥시장에서도 수주를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규석 사장은 “현지 특화 사양 개발과 부품 공급망 강화 등을 통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환원 균형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금 배당의 경우 배당 총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중간 배당을 기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기 보유 자사주 소각 포함) 규모를 61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이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 1630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대모비스 비전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도 현대모비스 목표 주가를 약 37만원까지 전망하는 등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이번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미래 핵심 제품 중심의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며 “부품 제조 매출 가운데 비계열사 비중을 2027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기존 그룹사 중심 매출 성장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잠재력이 큰 로보틱스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점이 특징적”이라며 “현대차 자회사 보스톤다이나믹스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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