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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예보 지방이전, 위기 대응 '거리'가 변수…노조·전문가 "금융안정 핵심기능 서울에 둬야" [막 오른 금융권 하투(夏鬪)]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2 07:00

디지털 뱅크런에 골든타임 단축…금융당국·금융사 접근성 쟁점
1차 이전 때 제외된 예보…2차 이전 논의서 다시 부상
855명 규모·세수·투자효과 제한…노조, 이전 제외 요구

김영헌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김영헌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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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금융위기 대응 속도와 금융당국·금융사 접근성을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 뱅크런으로 위기 대응 시간이 짧아진 만큼 단순한 기관 분산보다 예금자 보호와 금융안정 기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보 노조는 11일 서울 중구 예보 본사에서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와 정책토론회를 열고 적정 입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이 집중된 서울의 현행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디지털 뱅크런…금융 정보 접근성 부각

김은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예보의 금융위기 대응 기능과 적정 입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김은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예보의 금융위기 대응 기능과 적정 입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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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약 4개월간 예보의 금융안정 기능과 지방이전의 정책 효과, 해외 예금보험기구 입지 등을 중심으로 적정 입지를 분석했다. 일반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예보의 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이전이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을 주요 쟁점으로 삼았다.

가장 먼저 제시된 기준은 금융 정보 접근성과 위기 대응 속도다. 예보는 보험금 지급뿐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상시 감시와 부실 예방, 부실 발생 시 정리 기능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법률·회계 등 시장 참여자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뱅크런 속도가 빨라지면서 위기 대응에 주어진 시간도 짧아졌다. 연구진은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하루 만에 약 420억 달러 규모의 예금 인출 요구가 발생한 사례를 들었다.

김은수 변호사는 상시 감시와 부실 징후 조기 포착 과정에서 정형화된 보고 자료뿐 아니라 시장 관계자와의 접촉을 통해 얻는 비정형 정보와 감독당국과의 수시 협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접근성이 단순한 출장 편의를 넘어 실질적인 금융 정보 접근성과 연결된다는 얘기다.

실제 예보 내 금융안정 관련 조직은 금융회사 정리계획 수립과 상시 감시, 공동검사 등을 수행한다. 차등보험료율 산정을 위해 금융회사의 재무상태 등을 확인하는 현장 업무도 있어 지방이전 시 이들 업무에 미칠 영향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세수·지역투자 효과도 제한적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적에 예보 이전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2019년까지 105개 기관이 혁신도시와 세종시, 개별지역으로 이전했다. 총 이전 비용은 9조1549억원에 달했다. 다만 이전 이후에도 60개 기관이 수도권행 셔틀버스를 운영하면서 2010~2025년 1990억원을 투입하는 등 지역 정착 측면의 한계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예보의 경우 기관 특성상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예보 임직원은 총 855명이며 최근 5년간 일반정규직 신규 채용은 연평균 약 37명이다. 예보가 법인세 비과세 비영리법인인 만큼 법인 지방소득세를 통한 지역 세수 확대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예금보험기금을 지역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에도 제약이 있다고 봤다. 연구 발표에 따르면 기금은 법령과 자산운용 지침에 따라 국공채·은행채·예치금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며 2026년도 자산운용 지침상 국내 채권 비중은 88%다. 이에 특정 지역 산업이나 사업에 자금을 투입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2004년에도 부산행 검토…반복된 이전 논쟁

예보의 지방이전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되던 2004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예보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증권거래소 등 금융기관 4곳을 부산으로 옮겨 '제2의 금융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지역균형발전과 금융클러스터 구축이 당시 이전론의 주요 명분이었다.

반면 예보는 정책기능과 업무 효율성 등을 들어 이전에 반대했다. 2005년 4월에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예보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공식 전달했고, 같은 해 6월 확정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는 최종 제외됐다. 당시에도 금융기관의 서울 집중과 예보의 업무 특수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혔다.

이후 예보 이전론은 부산 금융 중심지 강화 구상과 결합해 다시 부상했다. 부산시는 2018년 예보를 비롯한 금융공공기관 추가 유치를 추진했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금융공공기관 이전이 주요 지역 공약으로 부상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예보를 포함한 금융기관 유치를 공약했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예보 이전은 부산 지역 정치권의 반복적인 유치 의제로 이어졌다.

2023년에는 부산시가 예보·수출입은행·수협중앙회 등을 2차 공공기관 이전 중점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고, 부산시의회에서도 예보를 포함한 정책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금융공공기관을 함께 유치해 부산의 금융기능을 강화하려는 구상이 이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이전 요구가 법 개정 시도로 이어졌다. 현행 예금자보호법 제5조의2는 예보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된 사무소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2024년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예보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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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코어 유지"…지역 허브 제언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왼쪽)와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예보의 적정 입지와 금융안정 기능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왼쪽)와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예보의 적정 입지와 금융안정 기능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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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입지 문제를 '서울이냐 지방이냐'의 이분법보다 기능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핵심 금융안정·위기관리 기능을 서울에 유지하면서 필요할 경우 비수도권 현장 네트워크나 지역 허브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시 일부 업무는 디지털화 등을 통해 공간 제약을 줄일 수 있지만 공동검사와 현장실사, 기금 투입, 자금 지원, 인수자 협상 등은 위기 상황에서 관계기관과 시장 전문가가 즉시 결합해야 해 입지 민감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금융안전망 자체가 여러 기관이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고도의 네트워크라는 점도 강조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보 등이 위기 감지와 판단, 유동성 공급, 부실 정리 등을 분담하는 만큼 위기 발생 시 정보와 판단이 단시간 안에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AI·감독기술이 물리적 거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낮출 수는 있지만 위기 판단 자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금융클러스터 역시 청사만 옮긴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과 전문 인력, 시장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하는 만큼 기관별 기능 검증을 거쳐 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률적인 지방이전에 부정적인 견해를 냈다. 금융회사·금융당국과의 지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인적자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금융위기 대응 기능에 대한 별도의 검증이나 스트레스 테스트 없이 정책 목표만으로 이전을 결정하는 방식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보 노조 "이전 제외"…법률·연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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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노조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예보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안전망 구성 기관의 입지를 변경할 경우 예금자 보호와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검증하는 별도 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년 직원 등 특정 세대에 주거·가족·경력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세대별 영향 분석과 재직 구성원이 참여하는 노정 협의 절차도 요구사항에 포함했다.

노조는 향후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노동관계법과 근로계약상 쟁점 등을 포함한 별도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법률 검토뿐만 아니라 모든 걸 다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지방이전 저지가 우선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해 산업은행·금융감독원·한국은행·한국예탁결제원·한국거래소·한국증권금융·무역보험공사 등 여러 금융권 기관 노조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예보의 개별 대응을 넘어 금융권 노동계가 지방이전 문제를 공동 현안으로 다루며 연대 움직임을 넓혀가고 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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