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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88%ʼ 현대차 부품사업부 ‘현대모비스ʼ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03 00:00

이규성 대표 ‘탈현대차’ 선언
내부거래 비중은 되레 ‘상승’
로봇부품도 ‘하청 전락’ 우려
증권가 목표 주가 18% 낮춰

‘내부거래 88%ʼ 현대차 부품사업부 ‘현대모비스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기아 그늘 탈피’를 외치며 글로벌 외부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취임한 이규석 대표(사장)도 ‘2033년 비(非)계열사 매출 40%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은 공허해졌다.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계열사 의존도(캡티브 매출)가 높은 수준으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외부 수주를 강조한 이규석 대표 취임 이후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이 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룹사 완성차 판매 사이클에 연동되는 사업 구조적 한계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러한 사업적 한계는 현대모비스가 미래 핵심 먹거리로 점찍은 ‘로봇 부품’ 사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룹 내 휴머노이드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라는 든든한 고객을 확보했지만, 신규 고객사 확보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전한 내부거래 늪

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회사 최근 5년간 현대자동차, 기아 등 캡티브 매출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모비스 캡티브 매출 비중은 ▲2021년 82.1% ▲2022년 83.9% ▲2023년 84.4% ▲2024년 88.7%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나마 2025년 88.2%로 0.5%포인트 감소했다.

올해도 내부거래 의존도는 여전하다. 현대모비스 1분기 내부거래 매출은 12조6308억 원으로 전체 매출(15조5605억 원)의 약 81.2%를 차지했다. 이는 전 분기(약 79%) 대비 약 2.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그룹 완성차 A/S 서비스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등 차량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이르러서는 전동화 부품까지 공급 제품을 다양화해왔다.

이 같은 내부거래 중심 사업구조는 현대차그룹 ‘수직계열화’ 전략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초부터 철강(현대제철)-부품(현대모비스)-물류(현대글로비스)-금융(현대캐피탈)을 아우르는 완성차 밸류체인을 구축해 왔다. 이는 자동차 제조 원가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화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구조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 완성차 성장과 함께 안정적 일감을 보장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거래형 성장은 완성차 실적 곡선에 부품사 운명이 온전히 귀속되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독자 마진율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서 제약을 받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외부 수주 확대를 추진했다. 특히 2023년 연말 취임한 이규석 대표는 신흥 시장 확대를 노리는 등 공격적 글로벌 수주 가속을 통해 ‘2033년까지 외부 수주 4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규석 대표는 우선 전장 등 첨단 부품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했다. 또한 유럽, 북미 등에서 열리는 자동차 부품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제품 경쟁력을 알렸다. 덕분에 현대모비스 핵심부품 수주 실적은 2021년 2억5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4480만 달러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앞서 수치에서 나타났듯이 이규석 대표 취임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외부 수주 증가세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그룹사 의존도가 더 강화됐다는 의미다.

로봇도 닮은꼴 우려

현대모비스 외부 수주 확대 노력에도 캡티브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회사의 태생적 한계와 글로벌 완성차 부품 시장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완성차 부품 시장은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글로벌 부품 업계는 덴소, 보쉬, 콘티넨탈 등 기존 부품사들이 오랜 시간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 관계를 구축해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십 년간 함께해온 전용 공급망, 보안, 검증된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더욱이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경쟁사인 현대차·기아 핵심 계열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부품 시장은 전통 강자들이 오랜 시간 구축해온 영업망이 견고하다”며 “여기에 기술 유출 우려와 경쟁사 지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해외 완성차들이 현대모비스의 핵심부품 채택을 주저하는 진입 장벽이 상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현대모비스가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 중인 로보틱스(액추에이터, 로봇용 감속기, 제어기 등) 사업에서도 이러한 내부거래 고착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CES 2026에서 그룹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의 관절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제조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자다.

로봇 산업 역시 완제품 제조사와 부품사 간 밀착 공동 개발이 필수적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 연간 3만 대를 생산해 현대차그룹 주요 글로벌 생산 거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로봇 부품사로 도약을 꿈꾸는 현대모비스로서는 든든한 고객사를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현대모비스가 같은 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외에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기업 중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곳은 테슬라(옵티머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앞세운 삼성전자 등이다. 이들 모두 액추에이터 등 부품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사업장뿐만 아니라 배터리(삼성SDI), 부품(삼성전기) 등에 이르는 풀스택 제조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계열사를 보유한 현대모비스 로봇 부품은 경쟁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는 경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모비스 초기 로봇 부품 사업 실적 대부분은 현대차그룹 스마트팩토리 제조 공장과 보스턴다이나믹스 공급 등 그룹 내부 일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완성차 부품 사업처럼 단기적으로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과 마찬가지로 그룹 내부 물량 확대로 인한 전체 매출 증가→내부거래 비중 유지 또는 상승이라는 기존 사업구조를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뿐만 아니라 외부 제조사로도 고객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향후 부품 생산 능력과 고객사 확보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한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로봇 부품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로봇 부품 생산 하청 기지’ 역할에 그친다면 캡티브 굴레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규석 대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는 체질 개선을 이루려면 해외 완성차 수주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서도 초기부터 독자적인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는 과감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현대모비스 로봇 부품 사업에 대해 보수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통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신사업 구체화 시점 지연으로 현대모비스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8% 하향한 71만 원으로 제시했다.

해당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양산 시점에 대한 눈높이를 조정해 타깃 멀티플을 기존 17.9배에서 14.8배로 하향해 목표주가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양산에 필요한 공급망 구축을 완료하고 고객사에 시제품을 납품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면서도 “핸드 그리퍼는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그 외 부품에 대한 공급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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