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빠지면서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된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온라인으로 그 빈 자리를 채우는 전략을 택했고, 동시에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5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685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이 1조305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18억 원으로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실적에 대해 “지속되는 고환율, 경기침체와 더불어 대형 다이궁의 판매 비중을 낮추는 전략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면서도 “영업이익은 다이궁 수수료 절감과 내외국인 마케팅 강화에 따른 FIT(개별관광객) 및 단체관광객 매출이 증가하면서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사업권 입찰 탈락이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2023년 인천공항 입찰 당시 신라는 객당 임대료를 8987원, 신세계는 9020원을 써내면서 입찰에 성공했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객당 임대료 6738원을 제시하며 다소 보수적인 접근을 했다. 중국의 CDFG가 써낸 7388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이로 인해 당시에는 ‘롯데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롯데면세점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2018년 임대료 부담으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보수적인 입찰전략은 최근의 위기를 극복하는 결정적 ‘키’가 됐다. 인천공항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업계 1위의 위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온라인에 주력했고, 동시에 다이궁과의 이별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해냈다. 올해 1~5월 롯데면세점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하 대표가 주도한 다이궁 배제 전략도 크게 한몫했다. 롯데에서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면세업계 최초로 다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개인 다이궁과 거래를 지속하면서도 B2B(기업 간 거래)와 같은 대형 다이궁들은 멀리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다이궁은 면세업계 ‘큰손’이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인 다이궁과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을 택한 것이다.
해외사업에서도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면세사업자 중 가장 활발한 해외사업을 벌이는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8% 신장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5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계약을 3년 연장, 올해 하반기에도 해외사업의 꾸준한 성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김 대표 체제에 들어서면서부터 롯데면세점의 큰 약점으로 꼽혀왔던 인천공항점의 공백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수익성 개선 중심의 전략을 펼친 결과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뤄냈다. 시내면세점, 온라인은 물론 해외까지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재입성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 임대료 조정 갈등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어부지리’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재입성할 경우 2023년보다 약 40% 낮은 가격에 면세사업권 낙찰이 가능할 거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회가 온다면 검토 안 할 이유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기존에 하고 있는 사업과 하반기 중국인 무비자 단체 관광객 방문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짜리 사업권이기 때문에 길게 운영할수록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단기적으로 급박하게 매장을 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내년부터 1터미널이 전면 재보수에 들어가면 임대료 감면을 해주는 점까지 고려를 해야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2~3년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긍정적인 실적을 낸 롯데면세점은 올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정책 시행과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단체관광객이 증가하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이에 맞춰 중국 현지 사무소 및 여행사와 협력해 쇼핑과 관광을 결합한 단독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시내면세점 쇼핑 인프라 확충 및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개별관광객 매출을 끌어올리는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며 “하반기 방한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 유치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