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변화와 혁신 추진단' 출범식 모습. 뒷줄 가운데가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다. /사진=SPC그룹
24일 SPC그룹에 따르면, ‘변화와 혁신 추진단’은 최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옥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 조직은 SPC그룹 내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그룹 각 사 대표 협의체인 ‘SPC커미티’에 개선 방안을 권고한다. 추진단 의장은 SPC그룹 허영인닫기

추진단 사내 위원으로는 SPC그룹 도세호 대표를 비롯해 파리크라상, SPC삼립, 비알코리아, SPC GFS, 섹타나인, SPL 등의 계열사 대표와 임원 등 총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노동조합 남녀 대표가 각 위원으로 참여해 실제 작업 현장에서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사외 위원으로는 장성현 대한항공 IT·마케팅부문 부사장(CMO)이 위촉됐다. 장성현 부사장은 IT를 기반으로 기획과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그는 대한항공 경영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변화와 혁신 추진단’은 안전시스템과 행복한 일터, 준법 등 3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됐다. 먼저 안전시스템 소위원회는 도세호 SPC그룹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외부 법률·산업안전 전문가와 함께 시스템을 구축한다. 행복한 일터 소위원회는 송영수 파리크라상 노조위원장이 위원장을, 김세은 파리크라상 노조 여성부위원장이 위원으로 임명됐다. 파리크라상 직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노사 간 신뢰 회복 방안을 찾는다. 준법 소위원회는 이승환 파리크라상 컴플라이언스실장이 위원장으로 나서 준법경영을 체계적으로 이행한다.
추진단 첫 회의는 지난 21일 처음 열렸고, 이 자리에서는 ‘안전 스마트 공장(IoT 기술을 통해 안전을 대폭 강화한 공장)’ 조속한 건립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안전 스마트 공장’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로봇 등 디지털 시스템을 대폭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근로자 안전성은 물론 생산 물량 일부를 이관시켜 업무량과 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야간 근로 축소 등 생산직군의 근무제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SPC그룹은 지난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첫 근로자 사망사고가 난 후 현재까지 세 차례나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SPC그룹은 첫 사고 이후 2022년 11월, 재발 방지를 위해 사내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안전경영위원회는 SPC그룹 전 계열사의 산업안전과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 등을 감독했다. 그러나 이듬해 8월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두 번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SPC삼립 시흥 제빵공장에서 세 번째 근로자 사망사고가 터졌다.
SPC그룹은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총 1000억 원에 이르는 안전관리 예산을 투입했다. 특히 산업안전 분야에만 835억 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이 예산은 ‘고강도·위험작업 자동화’에 228억 원, ‘안전설비 확충’에 225억 원, ‘작업환경 개선’에 189억 원, ‘장비 안전성 강화’에 148억 원, 기타 45억 원으로 고루 집행됐다. 이에 안전경영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안전관리 382개 과제 중 352개(95.2%) 과제를 완수했다.
안전경영위원회는 4명의 외부위원과 1명의 내부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과 연세대 총장을 역임했던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장이 맡고 있다. 안전경영위원회는 올해 2월까지 총 15차례의 정기회의를 열었으며, 지난 5월에는 한 차례 임시회의도 개최했다. SPC그룹 역시 안전경영위원회가 권고한 안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파리크라상, SPC삼립, SPL, 배스킨라빈스 등 16개 주요 생산센터에서 국제안전인증인 ‘ISO45001’을 취득했다.
SPC그룹은 최근에도 전국 24개 생산센터에서 노동조합과 회사,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해 합동 안전점검을 가졌다. 작업 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 조치했다. 실제로 사고가 난 SPC삼립 시흥 제빵공장에서는 문제의 설비를 바로 폐기했고, 근로자 연속근무를 줄여 ‘4조 3교대’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별도로 SPC그룹은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발족, 윤리·준법 경영도 다지고 있다. 외부위원 3명과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돼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변호사가 맡았다. SPC그룹 내 실무를 전담하는 사무국을 추가로 설치해 위원회 운영 효율성도 보장했다. 제빵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원인 등 잠재적 요인을 찾아내 정밀 조사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
SPC그룹은 국내 1위 제빵기업으로서 여느 가공식품과는 다르게 공정 방식에서 수작업이 필요하다.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와 굽기가 까다로운 편이고, 반죽이나 발효 그리고 성형 등 수작업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만 하더라도 취급하는 빵이 80여 종에 달해 기계로 획일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모양이나 크기, 재료에 따라 원재료와 공정 차이가 난다. SPC그룹은 향후 제빵 공정에서도 ‘안전 스마트 공장’을 통해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SPC그룹 측은 “안전경영위원회가 자문기구에 가까운 조직이라면 변화와 혁신 추진단은 실제 추진을 위한 조직이다”라며 “내부 구성원 위주로 구성된 만큼 불합리한 관행이나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 업무 시스템을 과감하게 고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