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경, 오산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에서 높이 10m의 보강토 옹벽이 무너졌다. 이 가운데, 도로 아래를 지나던 차량 2대를 덮쳤고, 이 중 1대 운전자인 4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2011년 현대건설이 시공한 1공구 옹벽 구간으로, 이후 12년간 방치됐다가 2023년 대우조선해양이 2공구를 시공하면서 그 위에 상부 도로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완공됐다.
문제는 하부 옹벽을 철거하거나 구조 재검토 없이 상부 구조물 시공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보강토 옹벽이라는 공법 특성상 시공사별 자재·배수체계, 구조적 일체감 부족 등이 붕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너진 옹벽은 보강토 공법으로 흙 사이에 보강재를 삽입해 벽채를 고정하는 구조다. 콘크리트 옹벽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고 시공기간도 짧다. 이번 사고로 이 공법에 대한 구조적 한계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도 있다. 다만 보강토 공법의 구조적 문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흙으로 속을 채우는 만큼 물이 흘러갈 길을 만들어주는 '배수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문제로는 무너진 옹벽에는 배수구가 설치되지 않았던 점이다. 인근 주민들이 사고 전부터 옹벽에서 물이 새거나 벽면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옹벽이 무너지기 약 36시간 전인 15일 오전 7시께 오산시 도로과에 도로 붕괴가 우려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오산시는 현장 조사에 나서 직경 40㎝ 포트홀을 발견했고 복구작업을 벌였다. 시는 붕괴 사고 2시간 반 전인 오후 4시30분쯤부터는 사고를 우려해 고가도로 양방향 통행도 통제했지만, 옹벽에 대한 보강작업은 이뤄지지 않았고, 고가도로 아래쪽 도로도 통제하지 않았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포트홀 사고로 표면에 조그만한 결함에 물이 들어가면서 생긴 사고”라며 “관리자가 보수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너지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배수로와 관련한 인수인계 과정부터 소통의 문제가 있었고, 완공 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인재라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사고 직후 오산시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전 구간 통제 및 긴급 점검에 나섰으며, 경기도는 도내 유사 옹벽 구조물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를 포함한 수사에 돌입해 오산시청, 현대건설 본사, 감리업체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안형준 교수는 “장기간 방치된 구조물 위에 상부 하중을 더한 설계 자체에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사고는 배수구 미설치·구조 검토 부족·관리 소홀 등 복합적 요인이 중첩된 사고다. 단순 기상이변이 아닌 건설업계 간 부족한 소통문제와 잘못된 행정 대응 체계라는 인재”라고 지적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