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PC삼립 로고
26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전날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네트 양 끝 부위에다 오일을 도포하기가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라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냈다.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는 3.5m 높이의 타원형 기계로, 갓 구운 빵을 컨베이트로 실어 날라 열을 식혀준다.
여기에는 컨베이어 벨트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윤활유를 자동으로 뿌려주는 분사 장치가 설치돼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양 끝에 윤활유가 뿜어져 나가야 하는데, 사고가 난 기계는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근로자 사망사고는 지난달 19일 오전 3시께 발생했다.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려주던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SPC그룹은 사고가 나자 8개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후 지난달 27일에는 경찰과 고용노동부, 국과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작동 중 사람이 진입할 경우 자동으로 멈추는 등 기능을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고 당시 근로자가 기계 안쪽으로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면서 사고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SPC그룹 측은 사고 당시 기계에서 윤활유가 정상적으로 분사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SPC그룹 측은 본보에 “근로자 근무 당시에는 윤활유 자동 분사 장치 오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현장 감식 때에는 사고로 기계가 망가져 일부 파손됐고, 기계가 기능을 못 했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PC그룹은 최근 SPC삼립 시흥 제빵공장을 전면 재가동했다. 노동부가 사고 관련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면서다. 이로써 SPC삼립은 사고 한 달 만에 시흥 제빵공장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회사는 이번 생산 중단으로, 전체 매출의 약 12.5% 수준인 4300억 원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했다.
SPC그룹의 근로자 사망사고는 지난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을 시작으로, 샤니 성남 제빵공장(2023년 8월)과 SPC삼립 시흥 제빵공장(2025년 5월) 등 세 차례나 발생했다. 앞서 SPC그룹은 첫 근로자 사망사고 직후인 2022년 11월 사내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한 바 있다. 안전경영위원회는 SPC그룹 전 계열사의 산업안전과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 등을 감독해왔다. 또한, 1000억 원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설정한 안전관리 382개 과제 중 352개(95.2%)를 완수했다. 최근에는 SPC그룹 윤리·준법 경영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발족시켰다.
SPC그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설비는 관계 기관과 조사 완료 후 전면 폐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조·생산·안전 책임자가 참여하는 노사합동 안전점검도 매월 진행한다. 안전보건 관리 인력도 증원해 선제적으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고가 난 SPC삼립 시흥 제빵공장의 경우 생산라인에 따라 매주 하루 가동을 중단한다. 이 시간에는 설비 점검과 안전 강화에 쏟는다. 노사 협의로 근무 형태도 개선하며, 근로자의 연속근무를 줄여 4조 3교대도 시범 운영한다.
이처럼 SPC그룹은 전방위로 사고 수습에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 차례나 이어진 SPC그룹 근로자 사망사고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SPC그룹 사고에 대해 ‘발본색원’을 빼들었다.
김 후보자는 “(SPC그룹 사고 관련) 기술적 문제나 인적 오류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며 “지배구조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구조적 요인을 함께 들여다봐야 발본색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SPC그룹 측은 “연이은 안전사고 발생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현장을 잘 아는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점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