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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1000억 투자’ SPC, 사망사고 끊이질 않는 이유는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5-06-02 00:00 최종수정 : 2025-06-02 09:09

SPC그룹 2년여 동안 세 차례 근로자 사망사고
안전경영위원회 출범 후 안전관리 정책 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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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삼립이 올해 3월 출시한 ‘크보빵(KBO빵)’ ⓒ SPC삼립

▲ SPC삼립이 올해 3월 출시한 ‘크보빵(KBO빵)’ ⓒ SPC삼립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포켓몬빵에 이어 크보(KBO)빵까지 ‘대박’ 행진 중이던 SPC그룹이 또다시 근로자 사망사고를 내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앞서 SPC그룹은 지난 2022년 10월 자사 내 첫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산업안전 분야에만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근로자 사망과 부상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SPC그룹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는 배경이다.

1일 정부 부처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또 한 번 사망사고를 내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앞서 SPC삼립 경기 시흥 제빵공장에서 지난달 19일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의 경우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용부는 김범수 SPC삼립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소비자들은 재차 SPC그룹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프로야구 열기와 함께 큰 인기를 누렸던 크보빵부터 화살을 맞았다. 소비자들은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이라는 단체를 통해 SPC그룹 규탄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SPC그룹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근로자 사망 3건과 부상 5건을 냈다.

특히 세 차례의 사망사고는 근로자의 수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첫 번째 사망사고는 근로자가 소스를 섞으면서 뭉친 부분을 풀어주려다 일어났고, 두 번째는 근로자가 반죽통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기계에 끼였다. 세 번째는 근로자가 갓구운 빵을 식히는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다가 목숨을 잃었다.

무엇보다 일련의 사고가 그룹 차원의 안전 강화 조치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SPC그룹 안전경영레터에 의하면, 회사는 지난 2022년 11월 사내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안전경영위원회는 SPC그룹 전 계열사의 산업안전과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 등을 감독한다. 안전관리를 위해 자체로 설정한 382개 과제 중 현재까지 352개(95.2%)를 완수했다. 또한, 산업안전 분야에만 835억 원을 투입해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도 힘썼다.

835억 원의 예산은 ‘고강도·위험작업 자동화’에 228억 원, ‘안전설비 확충’에 225억 원, ‘작업환경 개선’에 189억 원, ‘장비 안전성 강화’에 148억 원, 기타 45억 원으로 집행됐다. 근로자 대상 응급처치 교육과 안전경영 강령 등도 함께 마련했다. SPC그룹은 안전경영위원회가 권고한 안건들을 수용해 파리크라상과 SPC삼립, SPL, 배스킨라빈스 등 16개 주요 생산센터에 대해 국제 안전 인증인 ‘ISO45001’ 취득을 마쳤다.

안전경영위원회는 4명의 외부위원과 1명의 내부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과 연세대 총장을 역임했던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이 맡고 있다. 안전경영위원회는 올해 2월까지 총 15차례의 정기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산업안전 관련 로드맵 이행 여부를 점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발굴했다.

그럼에도 SPC삼립에서 사고가 반복되자 소비자들의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SPC삼립은 지난 2022년 2월 포켓몬빵을 재출시, 1년 만에 1억 봉이나 판매했다. 빵에 동봉된 띠부실(스티커)이 큰 인기를 견인했다. 이에 SPC삼립은 포켓몬빵에 이어 올해 3월 크보빵을 선보였다. 크보빵 역시 프로야구 선수들의 얼굴을 띠부실로 동봉, 출시 40여 일 만에 1000만 봉을 팔았다.

SPC삼립은 밀려드는 크보빵 주문량에 공장을 쉴 틈 없이 돌렸다.

지난 5월 19일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 시각이 새벽 3시였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풀가동’할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면 근로자가 기계에 몸을 집어넣어 윤활유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해당 진술을 토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SPC삼립이 취급하는 빵이 수백여 가지에 이르는 만큼 복잡한 제조공정과 기계설비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크보빵만 하더라도 그 종류가 10개다.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들다 보니 원료가 다양해 공정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사고를 당한 근로자가 모두 여성이다. 빵 공정에서 여성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리적인 힘을 크게 요구할 때에는 힘에 부칠 수도 있다. 세 명의 피해자가 모두 소스를 풀어준다거나 무거운 통을 옮긴다거나,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사고 책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안전불감증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 사고였던 SPL 평택 제빵공장은 강동석 전 SPL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번째 사고가 났던 샤니 성남 제빵공장은 현재 이강섭 전 샤니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소비자들은 SPC그룹에서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요구한다. 이 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명 이상 부상자(전치 6개월)가 나올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부는 사고가 난 SPL과 샤니, SPC삼립 모두 SPC그룹의 계열사로서 명확히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마저 엇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대재해법의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더 본질적인 이유는 예방효과에 있다”며 법 적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사업주를 구속한다고 사망자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맞서고 있다.

대선 기간을 지나면서 SPC그룹 노동자 사망사고가 재차 발생해 업계와 소비자, 정치권 안팎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과거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고, 직접 국감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SPC그룹 사고는 도돌이표다.

SPC그룹 측은 이번에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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