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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라면판 별마당 도서관? 농심, 명동에 신라면 매단 이유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2-08 16:45 최종수정 : 2024-02-08 17:05

농심, 명동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 내 브랜드존 운영
신라면 단일 매출만 1조…즉석 조리기, 포토존도 마련
CJ 비비고, 대상 청정원 등 K푸드 단일 브랜드 매대도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내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내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명동에도 계산과 동시에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회장 신동원닫기신동원기사 모아보기)이 명동의 한 K푸드 마트에 외국인 상대로 공간을 튼 것이다. 농심은 신라면으로 매출 1조를 벌어 들인다. 한국인에게 신라면은 친숙한 매운맛이지만, 외국인에게는 매운맛조차 여전히 낯설다고 한다. 농심이 명동을 콕 집어 K라면 브랜드존을 꾸린 이유다.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를 찾았다. 이곳은 의류점과 카페, 식료품점으로 구성된 복합 매장이다. 방문자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한다. 명동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거리 일대가 초토화됐다. 한때 공실률이 가장 높았던 곳이었지만, 엔데믹 이후 관광업이 재개되면서 옛 명성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동의 공실률은 9.4%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이태원·청담) 중 가장 낮다.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일대. 캐리어를 끈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일대. 캐리어를 끈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이날 명동 일대는 설 대목을 앞두고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중 들어선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는 한눈에 봐도 일반 마트와는 달랐다. 이곳 진열대는 채소나 과일 등 신선식품보다 캐리어에 담기 좋은 라면, 스낵, 즉석조리식품(밀키트) 등 위주로 구성된 것이다. 일부 뷰티 및 생활용품도 판매됐으나, 편의점과는 결이 달랐다. 통상 매대는 카테고리별 여러 브랜드의 제품들이 한꺼번에 진열되지만, 이곳은 매대 당 단일 브랜드로 채워졌다. 예컨대 CJ 진열대는 '비비고' 제품들로만, 대상 진열대는 '청정원' 제품들로만 채워지는 식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브랜드별 제품을 쉽게 찾도록 고안한 것이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농심이었다.
우선 매장 입구부터 초대형 신라면 조형물들이 천장에 매달려 시선을 모았다. 또한,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온 것처럼 각종 라면들이 진열장을 빼곡하게 가득 찼다. 이 매장은 지하 1층에 있는데, 지상 1층과 연결된 계단에도 천장 높이까지 진열장이 있어 마치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지하 1층 매장에는 농심의 브랜드존이 약 20㎡ 규모로 조성됐다. 한강에서 라면을 즉시 끓여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조리기도 놓여 있었다. 여기에 전자레인지도 설치돼 만두나 치킨과 같은 냉동식품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농심은 또 각종 컵라면 조형물도 설치해 포토존을 꾸몄다. 외에도 이 매장에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주력 브랜드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오뚜기 3분 카레·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오리온 초코파이, 대상 청정원, 동서식품 카누, 롯데웰푸드 자일리톨 등 각 사 브랜드의 대표 제품들이 한 매대에 통째로 꾸려져 있었다.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내부 모습. 라면을 즉석으로 끓여 먹을 수 있는 조리기가 놓여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내부 모습. 라면을 즉석으로 끓여 먹을 수 있는 조리기가 놓여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농심이 이곳에 브랜드존을 세운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자사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K라면 전선을 해외로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K라면 인기는 예사롭지 않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BIG3’는 지난 한 해 풍년을 맞았다. 대내외 경기가 불안정해질수록 라면이 생활 필수품이 됐고, 실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들 3사의 지난해 매출을 단순 합산하더라도 8조가 넘는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9% 증가한 3조4105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만 해외에서 6000억원 넘게 판매해 매출 1조를 처음 돌파했다. 오뚜기 역시 매출 3조5000억원을 달성해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농심의 호실적 배경에는 단연 신라면에 있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으로만 1조2100억원을 거두었다. 농심은 2년 연속 신라면으로만 매출 1조를 달성하는 등 진기록을 세웠다. 농심 전체 매출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의 1 이상이다. 그러나 세계 라면 시장은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다. 2022년 기준 농심의 해외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농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농심은 2030년 미국에서만 연매출 15억 달러를 목표로 한다. 농심은 1971년 미국에 첫 수출을 했고,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2022년 4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제2공장을 증설했다. 이에 미국에서 농심의 라면 생산량은 연간 8억5000만개로 늘어났다. 농심은 미국 내 라면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해 2025년 미국 내 제3공장을 추진한다. 농심은 미국 말고도 해외에서 4개의 법인, 5개의 생산공장을 갖췄다. 이를 토대로 100여 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명동은 이러한 농심의 해외 전략을 국내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적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농심이 이 매장에서 브랜드존을 팝업이 아닌, 상시로 운영하는 이유다.

농심은 “이번 브랜드존은 쇼핑, 휴식공간과 결합해 명동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명소가 될 것”이라며 “K라면 본고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추억을 간직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내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내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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