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중은행과 동일한 금융 인력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책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기조로 역할이 확대됐음에도 인건비 규제로 인해 인재 유출과 조직 활력 저하라는 이중 부담을 겪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 노사의 노력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제도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이 시작됐지만, 금융공기업 임직원들이 개선을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자율성 확대 아닌 '통제 장치'
총액인건비제는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정부가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제도다.공공기관은 총액 범위 내에서 인력 규모나 직급 구성, 보수 체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전체 인건비 규모는 정부가 설정한 한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총인건비 인상율은 통상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기준으로 재정경제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년 결정한다.
제도는 2005년 시범 도입된 뒤 2007년부터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대됐는데, 도입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방만 경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총액인건비제는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 수단이 아닌, 임금을 통제해 성장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하게 됐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총인건비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총액인건비제는 당초 예산 효율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재는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을 관리하는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총인건비 인상률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결합되면서 사실상 정부가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재경부가 정한 인상률을 초과할 경우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뿐더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감점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에 특히 불리한 구조
총액인건비제는 거의 모든 분야의 공공기관에 적용되지만, 특히 국책은행에 불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많다.국책은행의 경우 기타공공기관에 속함과 동시에 '은행'으로서 시중은행과 채용 시장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생산적 금융의 핵심 기관으로서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과 투자금융을 수행하는데, 이는 일반 시중은행도 비이자이익 강화를 위해 집중하는 분야여서 인재 확보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 특화 은행으로,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금융권이 일제히 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CIB·기업심사 부문에서의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분류, 임직원들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의 임금 상승률을 적용받는다. 반면 시중은행 임직원들은 성과급과 인센티브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성과 상여금 포함 신입사원 기준 연봉은 ▲IBK기업은행 5627만원 ▲한국산업은행 5443만원 ▲한국수출입은행 5047만원인데 비해, 시중은행의 신입 초봉은 1000만원 이상 많은 6500만~7000만원 수준이었다.
공무원 보수 기준에 따른 낮은 임금 인상율로 연차가 높아질수록 임금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2021년 인상율은 0.9%에 불과했고, 2023년에도 1.7%로 2%가 채 되지 않았다.
2024년 들어 2.5%로 올랐고, 2025년 3.0%, 올해는 3.5%로 개선됐지만 이미 벌어진 차이를 좁히기엔 역부족이다.
임금 격차에 주요 인력 퇴사 이어져
이 같은 임금 차이는 핵심 인력인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퇴사로 이어졌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국책은행들로부터 받은 연도별 중도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무려 880명이 정년이 아닌 자발적 퇴사 등으로 은행을 떠났다.
은행별로는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하는 기업은행에서 511명이 퇴사했고, 산업은행 퇴사자는 251명, 수출입은행도 118명에 달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핵심 인력은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생산적 금융 기조로 역할이 더욱 커진 지금, 자부심만으로 인재를 지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중도퇴사자 수에서도 알 수 있듯, 총액인건비제의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약 85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에 비해 3000만원 가량 낮다.
시간외수당 문제도 심각했다. 예산 제한으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워 보상휴가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업무량이 많아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실정이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이 사용하지 못한 보상휴가 일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44만2965일로 1인당 약 35일에 달한다.
정부 노력에도 구조적 문제 여전
정부도 총액인건비제도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난해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개정안 의결로 ‘총인건비 모수 증액’이 가능해졌다.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인한 추가 수당 증가분을 총인건비 한도 외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총인건비 인상률도 작년 3%에서 올해 3.5%로 인상했고, 기업은행의 경우 금융위원회와 미지급 수당 등에 대한 협의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제도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의 총액인건비제도 관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올해 초 총액인건비제도 관련 전수조사를 마치고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권·기관별 상황이 달라 개편안 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김철 연구위원은 “기관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총인건비 적용은 공공기관의 인력 운영과 예산 운용의 탄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예산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억제하는 장치라는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금융공기업과 같이 시장 경쟁에 노출된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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