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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트럼프] ① 트럼프, 화폐전쟁이 만든 대통령

김창익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3-12-21 07:00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트럼프, 화폐전쟁이 만든 대통령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2020년)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달러다. 트럼프가 재벌이어서 돈을 뿌려 대통령이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의 지지층은 러스트 벨트로 대변되는 미국 제조업 지대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다.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 걸쳐있는 러스트 벨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통했다.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 제조업 벨트, 즉 러스트 벨트의 몰락은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문제가 표면화 된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번 설명했듯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를 달러로만 살 수 있게 함으로써 만들어진 기축통화 시스템이다. 중국과 일본, 독일과 프랑스 등 모든 국가는 석유를 사려면 일단 달러를 벌어야 하는 것이다.

기축통화국 미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는 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미국으로 물건을 팔아야 한다. 일본은 워크맨을 팔고, 독일은 벤츠를 수출하면서 막대한 달러를 벌었다. 중국은 속옷과 비누에서 스푼까지 미국 소비자들이 필요한 거의 모든 생활 필수품을 미국에 저가로 팔아서 달러를 벌었다.

요약하면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가능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수출을 늘리거나 수입을 줄이면 전세계는 석유를 살 달러가 부족해지고 이는 곧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미국은 세계화의 기치 아래 비교 우위에 있는 몇몇 첨단 기술 제품들을 수출하고 비교 열위에 있는 거의 모든 제조업 제품들을 수입해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지켜왔다. 이는 곧 미국의 일반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에 수출한 것과 마찬가지다. 러스트 벨트의 몰락은 곧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트럼프는 이같은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약점을 정면으로 파고들면서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중국이나 인도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 수장들을 불러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현대차가 미국 앨러배마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국에 빼앗긴 일자를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며 이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러스트 벨트의 부활은 바꿔말하면 세계화의 종말이고, 이는 곧 지난 50여년간 유지돼온 페트로달러란 기축통화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과연 이같은 사실을 몰랐을까.

트럼프는 사안을 단순화해 대중을 사로잡는 데 있어서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혹자는 이를 현실 왜곡장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워싱턴 정계에선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반성이 한창이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미국 정치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이 집대성한 미국식 경제모델이다. 1990년대부터 미국의 경제 정책 방향을 이끌어 왔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핵심은 작은 정부와 자유무역이다. 정부는 외교와 국방만 담당하고 각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상품을 서로 교역함으로써 경제적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애덤 스미스가 생각이 난다.

미국은 이같은 달러 패권을 무기로 이같은 세계화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이같은 경제 모델에 대한 수정을 가하고 나선 건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세계는 중국이 생산하고 미국이 소비하는 경제질서를 구축했고, 이 시스템 속에서 미국 자신 뿐만 아니라 중국도 거대한 성장을 해왔다.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면서 미국에서는 이를 바로잡는 새로운 모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4개의 단어로 함축해 선전선동을 한 것이다. 복잡한 설명은 필요없고 오히려 사안을 모호하게 전달할 뿐이란 걸 그는 잘 알았다.

[인물로 보는 화폐전쟁-트럼프] ① 트럼프, 화폐전쟁이 만든 대통령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보다는 복잡한 말들을 쓰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다. 작은정부와 자유무역주의의 수정판이다.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수정주의에 가속을 붙이는 요인이다.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으로부터 다시 찾아오고 반도체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유출은 막겠다는 것이다.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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