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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일런머스크] ② 페트로달러에서 일렉트로비트로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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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1-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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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페트로달러에서 일렉트로비트로
일런 머스크의 경쟁력은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이다. 전기차 업계가 생산 원가 이하의 가격경쟁에 돌입한 후에도 테슬라는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국면이 곧 도래할 수 있다. 전력 공급망을 머스크가 독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원가 경쟁력 때문이다.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게 독점 체체 구축의 기본 전략이다.

원가절감과 관련해 머스크가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결제 시장이다. 전력의 생산과 보관, 유통은 물론 결제 수수료도 최저가나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게 머스크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한 머스크의 해법은 비트코인이 유력하다. 비트코인은 개인간 거래를 위한 전자화폐 시스템이다. 은행이나 국제송금망 같은 제3의 중재자가 끼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결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전력 공급을 독점하고 이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세상, 즉 일렉트로비트(ElectroBit) 시스템이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다.

전력 공급을 독점하고 이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세상, 즉 일렉트로비트(ElectroBit) 시스템이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다.

전력 공급을 독점하고 이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세상, 즉 일렉트로비트(ElectroBit) 시스템이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다.


전기와 비트코인의 결합은 페트로달러를 연상시킨다.
1971년 닉슨쇼크로 달러는 금태환의 고리를 벗었다. 이후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보장하는 대가로 당시 닉슨 행정부는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구축했다. 석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는 시스템으로 달러는 비로소 다시 기축통화의 권력을 되찾았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아킬레스건은 이 시스템이 미국의 재정과 무역적자란 토대위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페트로달러 체제는 미국의 부채위에 떠 있는 크루즈선이다. 호화 여객선은 부채가 한계를 넘어설 때 침몰한다.

페트로달러 체제의 붕괴를 유심있게 보고 있는 세력 중 하나가 바로 비트코인 진영이다. 특정한 주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은 그 존재 자체가 기축통화의 패권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미국 정부는 물론 각국 정부, 정확히 말하면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견제 대상 1호다. 통화패권이 없는 정부를 한번 상상해보라.

IT 그루들 중에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패권을 위협하는 인물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다. 저커버그는 2019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자산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 코인 리브라(Libra)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29억 명이다. 리브라를 통해 29억 명간의 자산이동이 가능해진다는 건 기축통화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가 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리브라가 국제 금융질서에 혼란을 주고, 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저커버그를 맹비난했다. 각국 정부는 리브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해 저커버그나 페이스북 임원진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였으며 이와 관련한 조사는 2023년 5월 현재도 진행중이다. 저커버그는 돌연 리브라 발행 계획에 대한 보류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머스크가 저커버그보다는 기가 좀 더 센가보다. 머스크는 2021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10억 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힌 이후 수시로 디지털 코인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고 있다. 그의 행보는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의 시세에도 수차례 영향을 미쳤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인류 생존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면서 만들어진 인공적인 체제다. 인류의 집단지성이 축적된 산물이 아니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설계하고 시공한 거대한 장치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가 인수한 X, 즉 예전 트위터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4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X를 인수하면서 머스크는 암호화폐로의 결제를 언급해 왔다. X가 2023년 8월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라이센스를 받았다. 디지털 자산의 저장이나 이전, 교환 또는 다른 사람의 자산을 보관하는 게 가능하다.

[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일런머스크] ② 페트로달러에서 일렉트로비트로
업계에서는 X가 결제 암호화폐로 무엇을 선택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채택될 경우 2024년 반감기와 맞물려 비트고인 가격 폭등을 불러올 요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머스크의 구상대로 지금보다 전력 수요가 두배 이상이 되는 시대가 올 경우 가까운 미래에 일렉트로비트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머스크가 실제 획기적으로 낮은 단가의 전기를 생산해 지구촌 각 가정에 에 전기를 보급하고, 이를 특정 암호화폐로만 결제하도록 한다면 그 것이 바로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대체할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머스크가 처음부터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을 의도한 건 지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이 그가 그린 청사진의 이면에 있는 결과인 지는 머스크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분명한 건 그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달러가 누려온 통화 패권을 무너뜨릴 장본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 김창익,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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