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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시진핑] ① 페트로위안 초석 다지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3-11-20 13:53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페트로위안 초석 다지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위안화 석유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gov.cn, 이미지투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위안화 석유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gov.cn, 이미지투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위안화 석유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페트로위안 체제에 대한 중국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시진핑을 극진히 대접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시진핑의 페트로위안 구상에 맞장구를 치지 않았다.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제스쳐로 풀이된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페트로위안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깊게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사우디를 방문하고 난 직후 중국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게 중국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방문 당시 시진핑은 빈 살만과 선물 보따리를 주고 받았다. 시진핑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란과의 핵합의 재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빈 살만은 답례로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양쪽이 약속이나 한 듯 자신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다.

시진핑이 이란이란 우방에 등을 돌린 것 역시 실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단 사우디 석유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상당히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은 이란이 배후로 지목된다. 사실상 이란의 선제공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한 건 중동에서의 고립에 대한 공포감이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20년 9월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랍에미레이트 국왕 등이 백악관에 모며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이스랴엘과 수니파 이슬람 국가간의 평화협정으로 이로 인해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수니파인 팔레스타인이 동시에 중동에서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란 우방이 실리를 위해 등을 돌린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칩권 초기 아브라함 협정 체제에 반대하고 전임자인 트럼프가 번복한 이란 핵합의 체제를 복원하려고 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관련 공약을 슬그머니 보류했었다. 2024년 11월 재선 일정이 다가오자 바아든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달래며 아브라함 협정 체제의 마지막 목표였던 사우디와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을 추진했다. 이는 이란과 팔레스타인 입장에선 목에 칼이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다. 수니 파 형제 국가인 사우디가 국경을 맞대고 으르렁거리는 이스라엘과 손을 잡는다는 건 팔레스타인 입장에선 강력한 우군을 잃는 것이다. 바이든이 재임 초기 사우디와 이스라엘간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했다면 이팔 전쟁은 잃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년간 시간을 끌면서 결국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이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문제를 두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사이 사우디와 밀착 관계를 추진했다. 바이든과 사이가 벌어진 빈 살만 왕세자를 지렛대로 적극 이용한 것이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가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관한 계약을 맺은 이후 지난 반 세기 동안 페트로달러에 도전한 화폐는 모두 달러에 굴복했다.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의 원흉으로 지목돼 1985년 두 화폐의 강제 평가절상을 골자로 한 프라자합의로 힘을 잃었다. 1999년 출범 이후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달러 패권을 위협했던 유로화는 2002년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하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유로 경제의 양대 기둥인 프랑스와 독일 경제가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고꾸라지면서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가 제거된 것도 석유의 위안화 결제에 나선 직후다. 달러 패권 문제에 관해서라면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무자비했다.

시진핑이 이같은 역사를 모를 리 없다. 꼭꼭 숨겨도 모자랄 것 같은데 시진핑은 왜 페트로위안 체제를 만들기 위한 화폐전쟁에 노골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일까. 시진핑이 미국 앞에서 몸을 최대한 낮추고 때를 기다렸던 후진타오 전 주석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 건 바로 때가 도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분연히 일어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위협이 된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감출 수도 감출 필요도 없는 마당에 차라리 확실히 화폐전쟁의 선봉에 서는 게 낫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셈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당시 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중국 때리기를 본격화 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노가 아닌 애매한 대답을 반복하며 시간을 벌었다. 엔화 절상으로 잃어버린 30년이란 암흑의 터널을 통과한 일본의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역사와 경제, 정치적 상황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이제 시대는 시진핑에게 미국에 맞짱을 뜰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이란 타인이 싫어하는 일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국제질서에서 패권은 다른 나라가 원치 않아도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밀고나갈 수 있는 파워다, 중국은 패권 국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항공모함이 원하는 곳을 지나고 머물 수 있는, 중국 입장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 다음은 안정적인 석유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자원 안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중국은 미국과의 기나긴 싸움을 견디기 힘들다.

중국은 하루 원유 수입량은 얼추 1000만 배럴에 달한다. 전세계 생산량의 10% 안팎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치다. 사우디 하루 원유 수출량의 4분의 1이 중국을 향한다. 중국이 주요 수입국이던 이란은 미국의 경제봉쇄로 안정적인 공급처가 아니다. 시진핑이 에너지 외교의 첫 대상지로 이란이 아니라 사우디를 택한 배경이다.

사우디가 시진핑의 요구를 수용하면 페트로위안 체제는 한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페트로위안이 페트로달러를 대체하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축통화 패권은 뜯어보면 국가 소유가 아니다. 금융자본은 중세시대엔 왕실과 결탁하면서 기축통화 패권을 만들었다. 금융자본이 영국 왕실 채무를 탕감해주는 대가로 화폐발행권을 갖게 되면서 지금 모습의 기축통화가 탄생했다. 로스차일드가 영국 왕실로부터 화폐발행권을 승인받아 영국은행을 설립한 배경이다. 1,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영국보다 금 보유량이 많아지자 금융자본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근거지를 옮긴다. 미국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Fed)는 화폐발행권을 갖고 달러를 찍어 미국 국채를 사주는 사실상 주식회사다. 대주주는 JP모건과 시티뱅크로 대표적인 유대 금융자본이며 영국은행을 만든 방식 그대로 Fed를 만들었다.

달러의 지위가 약화된다고 유대 금융자본이 과거처럼 중국 공산당과 결탁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만약 페트로위안이 기축통화가 되려는 시도는 기존과는 다른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월가 금융자본의 대표격인 JP모건의 최근 행보가 주목된다. JP모건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인수한 베어스턴스의 은 투자 전문인력을 활용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은을 매입하고 있다. JP모건이 보유한 은의 양은 총 1억6000만 온스로 뉴욕상품거래서 창고에 보관된 은의 절반이다. 금융자본은 파괴적인 인플레이션(금 부족 또는 화폐품귀)이 발생하면 헤징할 수 있는 안전자산을 찾았고 뒤이어 새로운 기축통화가 탄생했다. 영국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패권을 내준 건 2차 대전 전비로 파운드화를 남발하면서 금보유량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JP모건의 은 매집은 금융자본이 새로운 배로 갈아탈 것이라는 신호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가 33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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