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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홀대는 옛말…주주행동주의가 기업 바꾼다 [新주주가 한국증시 바꾼다 (上)]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3-03-27 00:00 최종수정 : 2023-03-27 01:53

‘기업사냥꾼’ 가고 ‘온건파’ 주주환원 부상
저평가 해소…“주가상승 선순환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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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2세대의 등장.”

개인투자자 저변 확대를 바탕으로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가 약진하고 있다.

과거 ‘기업사냥꾼’이나 ‘먹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던 것과 대비해서 ‘2세대’ 행동주의는 주주환원을 중심으로 한 ‘온건한’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소액주주 홀대를 타파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 압력 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와는 또 다른 위협으로 느끼며 경영권 방어 수단 및 제도가 동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필요한 갈등 유발자가 아닌, 기업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주주행동주의 미래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누적된 소액주주 홀대 ‘이제 그만’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엠, 오스템임플란트, KT&G, 태광산업, BYC 등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됐던 기업들 대상으로 주주활동 개시 시점 대비 최고가까지 주가 평균 상승률을 집계해보니 20%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행동주의 관련주에 대해 “이후 대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지수가 부진해졌고 차익실현 매도세 등이 겹치면서 상승 폭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지배구조 문제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대리인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LG화학 배터리 부문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카카오 중복 상장 이슈 등은 대표적인 소액주주 홀대 현상으로 꼽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안 하고 계속 쌓아두었다가 합병, 물적분할, 인적분할 등 자본거래, 수익거래로 빼가는 방식에 훨씬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주가를 올릴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힘 있는’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인센티브가 부재한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 개선을 무기로 빈틈을 파고든다.

주주행동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기업 사냥꾼’으로 일컬어진 칼아이칸, 넬슨펠츠, 빌 애크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버린 vs SK(2003년)’, ‘칼아이칸 vs KT&G(2006년)’, ‘엘리엇 vs 삼성물산(2015년)’ 등 사례들은 한국에서 화제를 모았다.

국내적으로 보면 2006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일명 장하성펀드가 신호탄이 됐다. ‘강성부 펀드’ KGCI가 한진칼을 상대로 2019년 주주행동주의의 화력을 높였다. 최근 KCGI의 오스템임플란트 지배구조 개선 사례도 주목받았다.

2세대로는 사모펀드(PEF) 출신의 이창환 대표가 주도하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부각되고 있다. 얼라인은 금융지주 대상 주주 활동으로 만성적 저평가를 받던 은행주 재평가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또 지배구조 개선을 내건 에스엠 주주행동주의의 경우 공개매수 맞불까지 이어지며 유례없는 관심 속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 트러스톤자산운용도 대표적인 토종 펀드로 BYC, 태광산업 등에 대한 행동주의를 전개했다.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섭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내세우는 캠페인의 목표는 개별 기업의 운영 효율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으로, 경영권 확보 중심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짚었다.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내에 정착된 시스템을 단계 별로 밟아가며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견제하는 기업들…“경영권 방어 수단 확보돼야”
행동주의 펀드 부상 흐름에 경영계는 견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주주친화 제고 명분이 커지면서 과거 글로벌 투기자본의 단기 차익을 위한 경영 간섭이라는 식의 프레임도 약화되고 있는 탓이다.

다만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을 막을 법/제도적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동주의에 힘을 싣는 제도로는 대표적으로 ‘3% 룰’이 지목된다.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가 주주제안으로 내세운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기업들은 차등의결권 등의 장치를 원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효율적 경영권 방어 수단 확보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3년 1월 연 세미나에서 김수연 광장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기관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공격에 대한 상시 대응 플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스스로 변하도록 도움 주는 행동주의 돼야”
한국의 행동주의는 이제 움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주행동주의에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기 수익을 쫓아 기업을 흔들어 결과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시각도 혼재하고 있다.

올해 정기 주총에는 감사위원 선임,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에 대한 일반주주들의 요구가 더욱 커지고, 기업들도 무조건적인 배척보다 일부 수용하는 움직임이 부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업 이사회와 행동주의 투자자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 오웬 워커의 책 ‘이사회로 들어간 투자자’에서는 “결국 행동주의 투자자가 이사회와 주주 간 갈등을 활용해 주주환원 증대와 같은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회사 스스로 쇄신하고 주주 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략이 주류가 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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