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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융·비금융 융합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박차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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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2-14 00:00 최종수정 : 2022-02-17 16:57

금융업법, ‘디지털 금융’ 반영 전면 개정 추진
5대 은행 배달 앱 진출 등 비금융 플랫폼 강화

▲ 시중은행이 하나의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시중은행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등과의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는 금융그룹이 하나의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을 ‘금융의 넷플릭스’로 비유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은행권이 넷플릭스처럼 고객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야 진정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징어 게임’ 같은 히트작을 꿈꾸는 은행권에 최근 ‘플랫폼 혁신’이란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 “하나의 앱으로, 고객 일상으로”
시중은행들은 네이버(대표이사 사장 한성숙), 카카오(공동대표이사 여민수·조수용), 토스(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닫기이승건기사 모아보기) 등 빅테크·핀테크(금융+기술) 등의 금융 진출 확대에 맞서기 위해 비금융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배달부터 숙박, 쇼핑 등 기존의 전통적 금융업을 넘어 고객 생활 속으로 침투해 디지털화·플랫폼화가 심화하는 금융권 현 상황을 타개한다는 각오다.

은행권에서는 그간 기존 금융업권에 빅테크·핀테크는 규제가 약하다며 공정성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처음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해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데 무게가 실렸지만, 지금은 ‘금융사에 비금융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적극 부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최근 주요 시중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전환을 중심으로 은행 업무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금융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 꾸준히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금융사 간 시장 경쟁을 부추겨 디지털 금융 지향점인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시중은행들은 그룹 내 계열사와 앱을 통합하고, 비금융 플랫폼 진출에 속도를 올리는 등 시장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변화의 시작인 만큼 많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올해 새로 취임한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국민은행장은 꾸준히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이 행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KB스타뱅킹 등 KB 플랫폼을 금융뿐 아니라 고객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슈퍼 앱’으로 진화시켜 나가겠다”며 “비대면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사적인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국민은행을 1등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지난해 개편을 마친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이미 국민은행 내에 흩어져있던 앱과 KB금융 내 6개 계열사 앱을 하나로 모았다.

KB스타뱅킹이 슈퍼 앱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플랫폼본부’와 고객 경험 개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고객경험디자인센터’, 디지털콘텐츠 전담 조직인 ‘디지털콘텐츠센터’도 신설했다. 카카오나 토스 등과 같이 플랫폼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도 새해 들어 ‘뉴 애플리케이션 개발 추진’ 등 핵심 전략과제 수행을 위해 소속 부서 경계를 허물고 조직을 개편했다. 이른바 ‘트라이브(Tribe) 조직’이다. 트라이브는 부서 칸막이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집단이란 의미로, 조직 전문화를 위해 금융 플랫폼 개발자들을 현업 부서에 일선 배치했다.

현재 10명 이내의 소규모 사업 기획자와 개발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조직은 애자일(agile·민첩한) 마케팅을 구체화하고 디지털 플랫폼 금융을 주도하기 위해 차별화한 전략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상생’ 가치를 내걸고 나온 이 앱은 가맹점으로부터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 중개 수수료도 공공 배달 앱 수준으로 적게 받는다. 그 대신 배달 노동자(라이더)의 소득정보와 소비자 결제 정보 등을 데이터로 얻어 개인사업자 관련 대출 상품 개발에 활용한다.

하나은행(은행장 박성호닫기박성호기사 모아보기) 또한 지난해 연말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은형닫기이은형기사 모아보기) ▲하나카드(대표 권길주닫기권길주기사 모아보기) ▲핀크(대표 권영탁) 등 그룹 계열사 3곳과 함께 참여하는 공동 마이데이터 브랜드 ‘하나 합’을 선보였다.

브랜드 명칭에는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금융자산을 한곳으로 모아(합·合) 관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하던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및 외환 서비스를 모든 고객에게 인공지능(AI)을 통해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은행장 권광석닫기권광석기사 모아보기)은 개인 신용, 자산상태 등을 통합해 볼 수 있는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우리 마이데이터는 결혼부터 출산, 자동차, 주택, 조기 은퇴 등 8가지 상황에 맞게 자산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미래의 나’ 서비스가 제공된다. 고객 대출을 진단하고 대환대출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향후 투자·소비 분야 재테크 고수 순위를 익명의 랭킹 서비스로 제공하는 ‘고수의 랭킹’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모바일 앱 ‘우리원(WON)뱅킹’에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와 ‘개인 택배 배달·픽업 서비스’도 탑재한 상태다.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닫기권준학기사 모아보기)은 모바일 앱 ‘올원뱅크’ 내에서 올원플라워 서비스를 통해 한국화훼농협(조합장 강성해) 상품을 농협 계좌·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 수령 고객이 직접 배송지를 입력할 수 있는 ‘선물하기’ 기능으로 생일이나 승진 등 기념일에 꽃 선물이 가능하다.

‘디지털 금융 왕좌’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
‘디지털 금융 왕좌’를 둘러싼 금융권의 소리 없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과 비금융 사이 장벽이 으스러지고 전통은행과 인터넷은행이 각자가 선점하던 주요 사업에 뛰어드는 만큼 혁신의 속도는 더욱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쟁 희생자로 노인, 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이 더 소외될 위험성도 커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이 디지털 플랫폼 사업 페달을 밟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다.

‘뱅크인 뱅크(BIB·은행 안의 은행)’ 또는 합작사 설립 등으로 별도 인터넷은행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는 이미 대표적 사례가 존재한다. 이스라엘 르미(Leummi) 은행이 2017년 18~35세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한 모바일 플랫폼 ‘페퍼(Pepper) 뱅크’를 설립했다. 이 밖에도 유럽 BNP파리바 ‘헬로뱅크’,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페이페이뱅크’, 미국 골드만삭스 ‘마커스’ 등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어떻게 맞서려 할까? 케이뱅크(은행장 서호성닫기서호성기사 모아보기), 카카오뱅크(대표이사 윤호영닫기윤호영기사 모아보기·Daniel), 토스뱅크(대표이사 홍민택닫기홍민택기사 모아보기)는 시중은행이 전통적으로 취급하던 주택 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시장에 진출한다.

새로운 조직과 정보기술(IT)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앞세워 시중은행과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각오다.

우선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는 기존 아파트 담보대출을 대환대출 대상에서 전 고객으로 넓히는 동시에 연내 기업 대출 시장 진출로 외형 확장을 노린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 인터넷은행 최초 100% 비대면 주택 담보대출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토스뱅크도 조만간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개인 사업자 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인터넷은행의 수익구조 다각화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적용되던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능해졌다.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는 인터넷은행의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예대율(은행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 규제를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바꾸고, 기업 대출 심사에 필요한 현장 실사와 기업인 대면 거래 등을 허용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주택 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중 7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기업 대출이 개인대출에 비해 훨씬 수익성이 좋다는 측면을 봤을 때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빅테크 등의 금융시장 선점 다툼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고 금융당국이 묶여있던 규제를 풀고 경쟁을 유도하는 만큼 누가 얼마만큼 고객 맞춤형으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 통합 기반 플랫폼 서비스 완결성을 높이고 슈퍼 앱을 구현하는 것이 각 은행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시장 진출이 은행권 여신 관행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며 “금융권에서 고객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한 대처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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