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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입법 '주춤'···한은, CBDC 실험 재개 ‘속도전’ [디지털자산 풍향계]

김성훈 기자

voice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20 07:00

정부 보조금 지급에도 예금토큰 사용 예정···활용 범위 확대
"통화정책 주도권 위해 CBDC 우선 정착 노려···전략적 행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제공 =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제공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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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6월 말까지 진행된 1단계 사업을 보완·발전시켜 추진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논의와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이 주춤한 사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던 한은이 CBDC 존재감 키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 기능·사용처 확대

스테이블코인 입법 '주춤'···한은, CBDC 실험 재개 ‘속도전’ [디지털자산 풍향계]이미지 확대보기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에 시행되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는 ▲개인 간 송금 ▲자동충전 ▲생체인증(지문) 등의 기능을 도입해 지난해 상반기 진행됐던 1단계 사업의 한계점을 개선했다.

작년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NH농협·BNK부산 등 7곳이던 사업 참여 은행도 BNK경남은행과 iM뱅크의 합류로 9곳으로 늘었다.

사용처 역시 소상공인뿐 아니라 대형 가맹점으로 확대, 실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국고로 지급하는 현행 보조금이나 바우처(정부가 지급 보증한 쿠폰)를 예금토큰 형태로 수급자에게 전달하는 테스트도 함께 진행한다. 예금토큰을 활용하면 보조금의 부정 수급이나 목적 외 사용 등의 예방이 가능하고, 보조금의 사용 규모와 내역을 알 수 있어 효과성 측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은 측은 올해 상반기 착수 예정인 정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사업이 보조금의 예금토큰 지급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화폐·예금토큰을 시장에 안착시켜 저비용의 보편적 지급수단,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통화 정책 주도권 위해 CBDC 실험 속도"

스테이블코인 입법 '주춤'···한은, CBDC 실험 재개 ‘속도전’ [디지털자산 풍향계]이미지 확대보기
예금토큰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과 달리 통장 속 원화와 1:1로 연동되며, 대외 변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 않기에 안정성이 높다.

그러나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한은의 이번 2차 사업 추진 시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주춤한 사이 CBDC를 먼저 정착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정부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지분 규제 등 쟁점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벌어진 업비트 해킹과 빗썸 오지급 사태 등 잇따른 대형 디지털자산 거래소 사고로 발행 주체의 신뢰성과 가상자산 관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발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가상자산 2단계 법안도 이달 중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한은이 디지털 통화 주도권 경쟁에서 중앙은행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스테이블코인-CBDC 병용 여부, 2단계 사업 성과가 관건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인 CBDC와는 달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승인 받은 민간 금융사 혹은 기업에 의해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진다.

스테이블코인의 화폐 대체율이 높아질수록, 중앙은행으로서의 한은의 역할과 권력은 약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초기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 ▲금융안정 저해 ▲뱅크런 가능성 확대 등을 문제로 들며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정부와 여당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보이면서, '은행 중심'의 발행안에는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발행이 이뤄진다고 해도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한은의 통화 정책 주도권을 흔들 가능성은 여전하기에, 중앙은행 주도의 CBDC의 유효성을 먼저 입증해 스테이블코인과 병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문제는 지난 1단계 사업에서 예금토큰의 실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각 은행들도 일제히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프로젝트 한강 홍보에 힘썼지만, 참여자는 약 8만명, 거래 건수 11만 건 수준에 그쳤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CBDC와 예금토큰의 경우 안정성은 분명하지만, 온라인·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국내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사용될지 의문"이라며 "이번 2단계 사업의 성과에 따라 사실상 스테이블코인과의 병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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