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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주의 그알신] ‘신탁 역사’ 읽어드립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기사입력 : 2021-10-15 12:30

[김관주의 그알신] ‘신탁 역사’ 읽어드립니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신탁 시장은 1000조원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중 부동산신탁 비중은 33%(335조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도 밝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부동산신탁은 아직 일반인에게 낯선 편입니다. 이에 김관주 기자가 앞으로 ‘그것이 알고 신탁’을 통해 부동산신탁에 대해 A부터 Z까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부동산신탁업계에 대한 여러분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격주 금요일마다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십자군 전쟁, 유스, 투탁, 성문법….’

최근 한 부동산신탁회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들은 단어들입니다. 낯선 용어들이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부동산신탁 관련 기사를 종종 쓰지만 신탁 역사에 대해 한 번도 눈여겨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신탁의 과거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7월 전면개정된 신탁법 제2조에서 신탁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자(이하 위탁자)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이하 수탁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이하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신탁이란 믿을 신(信) 맡길 탁(託)이라는 문자 그대로 어떤 사람이나 법인을 믿고 무언가를 맡기는 법률 관계를 뜻합니다. 재산을 운영하며 생기는 이익은 특약으로 정해진 수익자(위탁자뿐만 아니라 제3자라도 가능함)가 취득합니다. 이는 재산을 맡긴다는 점에서 임차와 비슷하나 단순히 보관뿐만 아니라 신탁재산의 처분까지도 맡긴다는 점에 특색이 있습니다. 보통은 계약으로 행하는데 유언에 의한 경우도 있죠.

◇영국에서 탄생한 신탁…미국에서 꽃피우다

신탁 역사를 전해준 부동산신탁사 대표는 십자군 전쟁에서 신탁이 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는 “신탁이 언제, 어디서 시작됐냐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십자군 전쟁이 발발한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예루살렘으로 원정을 떠나는 봉건기사는 자신이 살아 돌아왔을 때까지 긴 기간 동안 전 재산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전쟁에서 죽을 경우를 대비해 미성년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재산을 관리할 사람도 필요했죠. 이를 약속한 것이 신탁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기자가 따로 조사해보니 신탁은 영미법계 국가에서 발달한 제도로 13세기경 영국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당시 신앙심 깊은 신도들은 자신이 죽으면 가지고 있던 토지를 교회에 기증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주들이 이를 막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자 신도들은 자신의 토지를 교회에 직접 기증하는 대신 관청이나 제3자에게 양도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교회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구조를 유스(USE)라 불렀으며 이것이 근대적인 신탁제도로 발전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스는 사용(Use)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For the benefit of(~을 위하여)을 뜻하는 라틴어 ad opus의 사투리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재산을 소유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는 위탁자와 수탁자간에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데에서 트러스트(Trust)라 부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신탁제도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미국은 영국과 같은 봉건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본주의적 생산 활동이 전개됐기에 신탁재산이 토지보다는 금전이나 유가증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신생국으로서 지연과 혈연이 없는 자가 국민 대다수이어서 신뢰할 만한 재산관리자가 없었기 때문에 공신력이 큰 법인조직이 수탁자 또는 유언집행자가 되면서 영업신탁이 발달했습니다.

이후 신탁회사는 철도회사 등에서 발행하는 사채를 인수해 일반인에게 매출하거나 일반인으로부터 금전 등의 신탁재산의 관리 및 운용을 위탁받아 이를 사업자금으로 투자함에 따라 점차 신탁회사가 금융기관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또한 미국은 상업은행들이 신탁업을 겸영하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신탁업이 발달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신탁은 어디서 왔나?

우리나라는 조선 현종(1660~1674년) 때 투탁(投託)이라는 제도가 신탁의 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토지소유자가 관료로부터 토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자기의 토지를 권세가 있는 궁방 소유의 토지로 편입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궁방전으로 편입되면 이들은 그 토지의 관리원 신분이 되었으며 이 신분은 세습하거나 양도할 수 있었습니다. 투탁으로 과도한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으나 탈세가 성행하면서 해당 제도는 1907년 6월 폐지됐습니다.

우리나라 근대적 신탁업은 1910년 일본 신탁회사인 후지모또 합자회사에 의해서 최초로 도입됐습니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서는 일본이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신탁제도를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국가경제재건을 위해 신탁제도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에 1961년 12월에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면서 신탁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신탁은 영미법계에 속한 제도입니다.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성문법으로서 신탁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륙법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영미법계 성문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신탁법을 참고해 신탁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 신탁법과 제도를 근간으로 해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해당 법률은 거의 50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2011년 7월 정부가 전부 개정하면서 신탁법은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신탁은 부동산투기억제 정책 일환으로 도입됐다고 합니다. 1991년 5월 한국감정원과 성업공사가 각각 한국부동산신탁, 대한부동산신탁에 전액 출자해 설립하면서 우리나라 부동산신탁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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