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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SK에코·계룡건설 등 이유 있는 ‘투톱 체제ʼ…왜?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03 00:00

위기 속 전문가 전면 배치
대표간 ‘협업ʼ에 달린 성패

▲ 회사의 핵심 임원진이 현장 진행상황을 점검 중이다. 사진 = AI 생성 이미지

▲ 회사의 핵심 임원진이 현장 진행상황을 점검 중이다. 사진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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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건설사 대표이사 체제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 최고경영자(CEO)가 수주와 현장, 재무, 안전 등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면, 최근에는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회사를 함께 이끄는 '각자 대표 체제'가 확산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대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설 경기 침체와 안전관리 강화, 재무 건전성 확보 등 복합적인 경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각자 대표이사 허윤홍·김태진), SK에코플랜트(각자 대표이사 장동현·김영식), 계룡건설산업(각자 대표이사 오태식·윤길호), 두산건설(각자 대표이사 이정환·이강홍) 등 주요 건설사들은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분야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거나 전략·재무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를 '투톱'으로 배치하는 등 운영 방식도 기업별로 다양하다.

과거 건설사 CEO의 핵심 역할은 수주 확대와 사업 관리였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으로 수익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안전경영 역시 최고경영진이 직접 책임져야 할 핵심 과제가 됐다.

여기에 ESG 경영과 신사업 발굴, 해외사업 확대, 재무구조 개선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환경이 이어지면서 단일 대표 체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장·사업 경험이 풍부한 대표가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면 지금은 재무·투자·안전·현장 운영 등 요구되는 전문성이 한층 세분화됐다"며 "각 분야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배치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완성도와 실행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전과 수익성 함께 책임지는 체제

각자 대표 체제 확산의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안전경영 강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 안전관리는 단순한 지원 업무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경영 과제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GS건설이다. GS건설은 김태진 CSSO(최고안전전략책임자)를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각자 대표이사로 전환해 안전 분야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했다. 기존 허윤홍 대표와 투톱 체제를 구축해 경영과 안전을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정비했다"며 "중장기 안전관리 방향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안전을 지원 부서의 업무가 아닌 최고경영진의 핵심 책임으로 격상해 관련 투자와 현장 개선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안전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각자 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다.

SK에코플랜트는 장동현 부회장과 김영식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장동현 부회장은 경영과 재무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경영 전반을 이끌고, SK하이닉스 출신의 반도체 공정 전문가인 김영식 사장은 AI 인프라와 하이테크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 대표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경영 현안을 함께 논의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역할 분담보다 중요한 '전문성 시너지'

또한 각자 대표 체제라고 해서 업무를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수주·사업, 재무·전략, 경영·안전 등으로 역할을 구분하더라도 주요 현안은 두 대표가 함께 논의하고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무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중요 회의에는 함께 참석해 의사결정을 내리되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재무·투자·현장처럼 전문성이 뚜렷한 분야는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동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계룡건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각자가 잘하는 분야의 역량을 극대화하면서도 사업 관련 주요 사안은 공동 회의를 거쳐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건설은 역할 구분이 비교적 뚜렷한 사례다. 이정환 대표이사 사장이 CEO로서 경영 전략과 사업 전반을 이끌고, 이강홍 대표이사 부사장은 CSO를 맡아 현장 시공과 품질, 안전보건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투톱 체제도 결국 협업이 핵심

각자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가 두 명인 만큼 권한 중복이나 의견 대립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고, 사고나 경영 실패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운영 과정에서 대표 간 갈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서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를 마친 안건을 바탕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정면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안전과 수익성처럼 우선순위가 다른 사안도 회사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조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책임 소재 역시 특정 대표에게 전가하기보다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내부 구성원들도 역할을 나눠 회사를 함께 이끄는 공동 책임 구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국 건설업계의 각자 대표 체제는 단순한 권한 분산이 아니라 복잡해진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경영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침체와 안전 규제, 신사업 확대 등 경영 과제가 다양해질수록 각 분야 전문가의 협업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투톱 체제의 성패 역시 역할 분담보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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