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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 감만지의 '생각으로 바뀌는 기억이야기'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9-14 16:41

삼청동 정수아트센터서 9월17일~30일까지

가을의 문턱에서 젊은 화가의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있다. 힘겨운 시절, 작은 미소로 답할 수 있는 작품들은 9월 17일부터 종로구 삼청로 정수아트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단색회화로서 드로잉처럼 보이는 먹 드로잉 20여점과 최근 그려지는 색이 입혀진 콜라페인팅으로 명명된 독특한 그림 20여점이 전시된다.

노인의 초상1, 29x21cm, Mixed media on paper, 2021노인의 초상2, 29x21cm, Mixed media on paper, 2021

노인의 초상1, 29x21cm, Mixed media on paper, 2021노인의 초상2, 29x21cm, Mixed media on paper, 2021


먹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사람의 표정이 없다. 관람자가 표정을 만들어 대입할 수 있는 독특한 작품 세계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차림새를 살피면서 연필로 흔적을 따라간다. 그러다 곧 표정보다는 차림새보다는 기억하고 있던 어떤 감정이 더해진다. 젊은 화가 감만지에 있어 스케치는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보인다. 아이보다는 어른을 그리고, 어른보다는 노인에 더 관심을 둔다.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있을 누군가와 마주한다. 문득 생각나면서 잊어지기 시작하는 오래된 기억을 소상히 끄집어낸다. 좋은 기억들만 가지다가 더 이상의 기억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할 때 좋음에 묘한 감정들이 그림에 녹아있다.

판화를 전공한 감만지는 콜라페인팅(colla painting)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판화기법중에 Collagraphy가 있다. 두꺼운 종이에 요철이 만들어 질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붙이거나 올린 후 잉크를 묻혀 찍어내는 방법이다. 감만지는 콜라그래피에서 사용되는 두꺼운 종이를 긁거나 누르거나 파내면서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주로 하드보드지를 사용하는데 하드보드지는 여러 겹의 종이를 겹 붙여 만들어진 종이판이다. 종이라는 특성상 얇은 선이나 붓의 갈필의 흔적까지 잘 흡수한다. 작품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종이에 흠집을 낸 후 롤러나 붓을 사용해 물감을 집어넣고 표면을 잘 닦아낸다. 긁혀진 부분과 파여진 홈, 눌려진 자국은 각기 물감을 흡수하는 양이 달라 같은 색이라도 농도가 다르다. 기초 작업이 마른 후 다양한 색을 입히거나 묻혀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프레스기에 넣어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종이 그것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기 때문에 콜라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한다.

어느 시골 마을, 109x157cm, Colla painting, 2021

어느 시골 마을, 109x157cm, Colla paintin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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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마을>이 있다. 웃거나 떠들거나 놀거나 쉬거나하는 온갖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하나의 장면을 포착한 것 같으나 장소와 시간과 상황은 각기의 것이 한자리에 모여진 그림이다. 상상이나 상황의 다양한 것들이 모인 머릿속의 콜라주로서 종이나 다른 것을 합하여 풀로 붙이는 콜라주 기법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조합된 콜라페인팅 기법으로 나타난 작품이다.

감만지는 활달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곁눈질과 비슷한 마음자세로 슬쩍 훔쳐본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선하고 바름의 가르침을 즐거운 웃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세상에 자신을 비춰본다. 작품들은 희화적이거나 즐겁거나 어떤 감정의 표정으로도 변화 가능한 얼굴들을 그린다.

숲속의 요정, 21x15cm, Colla painting, 2021화장대 앞에서, 21x15cm, Colla painting, 2021

숲속의 요정, 21x15cm, Colla painting, 2021화장대 앞에서, 21x15cm, Colla painting, 2021

<숲속의 요정>과 같이 상상의 영역에 인물을 두었다가 이내 지금의 오늘인<화장대 앞에서>와 같은 그림들이 함께한다. 곁눈질로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슬쩍 쳐다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중첩시키는 미소의 단계이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활짝 핀 웃음이 묻어 있다. 때로는 누구도 눈치 챌 수 없는 허허로움이 숨겨두기도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그녀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눈으로 바라보는 곁눈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즐거움으로의 엿보기이다.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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