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행과 같은 월가의 대형은행과 폴 튜더 존스와 같은 헷지펀드의 구루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빅테크 뿐만이 아니라 매스뮤추얼과 같은 보수적인 보험사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1세기 튤립’ 혹은 심하게는 ‘사기’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이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비트코인, 왜 다시 주목 받나?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이 네이티브 자산(Native currency)임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개방형 블록체인을 돌아가게끔 해주는 자산이기에 ‘블록체인 산업의 대장주’로 금융시장에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요소는 금과 유사한 그 특질에 있다. 비트코인은 금 같이 희귀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잘 나뉘고(Fungible) 감별이 용이하다.
이와 더불어 신용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기에 디지털 시대와 잘 어울리는 금과 같은 상품화폐로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의 대장주’이자 ‘디지털 금’이라는 두 가지 내러티브는 2010년 초부터 변한 바가 없다. 변한 것은 세상이다.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을 둘러싼 세 가지 축의 외부환경의 변화가 비트코인을 주목 받게 만들었다.
첫 번째 변화는 미국 국채를 최종 담보로 잡는 달러 중심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 가중이다.
빚으로 부채위기를 덮은 2008년의 후유증에서 온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발발한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부채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켰다.
2020년 말 미국 국가부채는 270조달러이며 GDP대 부채비율 또한 136%로 세계대전 때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년의 긴급 통화재정정책은 안 그래도 벌어진 실물경제와 금융자산 가격의 간극을 더욱더 심화시켰으며, 금융시장은 더 이상 시장 논리에 의해서 작동한다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부채와 내부 금융시스템의 정합성의 상실은 인플레이션(Runaway inflation)을 통한 체제 변화를 수반했으며, 그럴 때 마다 금융시장은 금과 같이 디폴트가 불가능한 금융 시스템 밖의 인플레이션 헷지(Inflation hedge) 자산을 찾아왔다.
특히 코로나19 극복 이후의 보복소비와 연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스탠스를 고려했을 때, 금보다 비대칭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다.
대안적 가치저장 수단, 대안적인 금융시스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러한 거시경제 상황의 변화가 디지털 금과 블록체인 기술의 대장주를 표방하는 비트코인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다시금 집중되게 만들었다.
두 번째 변화는 국가주의와 금융통제의 강화, 국제화와 자유시장의 쇠퇴이다. 각 국가별 내부적 불평등의 심화는 무역전쟁으로 대변되는 국가주의를 강화했고, 마이너스 금리 상황은 금융 통제를 두텁게 했다.
또한 금융시장의 취약성과 심화된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은 국가로 하여금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몰수가 불가능하며,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비트코인의 효용이 단지 해커나 마약상과 같은 특정 범죄집단뿐만이 아닌, 글로벌한 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생활하던 일반적인 시민들에게도 와 닿게 된 것이다.
특히 부유세를 피하고 싶은 수많은 나라의 부유층에게 2020년대에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가치는 매우 실질적이다. 누군가의 일이 내 일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연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이다. 실물에 있던 부가가치를 디지털이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현상은 우리 생활상에서, 그리고 지난 10년간 가장 큰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의 변천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SNS,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이데아’가 실재를 포괄하는 더욱 큰 현실로서 사람들의 인식세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밀레니얼세대에서 제트세대로 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수천만원을 들여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고,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젊은 세대에게 21세기의 금은 굳이 물질적 실체가 필요하지 않으며, 인감 찍힌 문서를 블록체인이 대신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실제로 2019년 그레이스케일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는 버크셔헤더웨이 주식보다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을 더욱 많이 보유하고 있다.
결국 기존 금융시스템의 불확실성 증가와, 국가주의와 통제의 강화, 그리고 디지털화라는 세 가지의 메가트렌드가 사람들로 하여금 비트코인을 재발견하게끔 하는 것이다.
즉 일부 젊은 세대들에게만 어필하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콜옵션’ 혹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디지털 금’의 개념이 보다 보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안적인 금융시스템, 보다 자유로운 금융시스템, 보다 디지털 세계에 잘 어울리는 편리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욕망과 보다 큰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염원이 비트코인에 투영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번 상승국면 동안 비트코인은 2017년보다 더욱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광풍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본적으로 2023년까지는 인플레를 용인한다는 연준의 스탠스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할 때, 리스크 자산 선호 환경 속에서 가상자산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공고화되며 제도권의 대체투자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보다 수월하게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 비트코인 은행과 은행의 비트코인 예치에 대한 인가, 그리고 올 초 통화감독청의 개방형 블록체인을 은행의 공식적인 청산 프로토콜로 승인한 유권해석은 비트코인 ETF의 금년 내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개도국들의 정치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가상자산 이용 및 투자의 효용이 그 리스크와 변동성을 상쇄하게 될 것으로 본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재정지출이 여의치 않은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 국가들의 부도와 초인플레이션의 사례가 보다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3년간 비트코인은 국가 금융체계의 실패를 경험한 국민들 사이에서 가치저장 혹은 무역결제 용도로 어김없이 확산되어 왔다. 즉, 통화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통제가 행해지는 지구촌 곳곳에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지키려는 욕구가 비트코인의 확산으로 발현될 것이다.
디파이(DeFi)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인기가 늘어나며 비트코인의 사용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상자산 가격과 연동된 디파이 상품들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트렌드가 상품 투자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해줄 것이다.
이는 디파이 상품 트레이더들의 거래를 보다 촉진시키고 장려하면서 결과적으로 트랜젝션 빈도수 등 블록체인 지표(Metric)들을 개선하며, 금융시장은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의 ‘내재가치’를 보다 높게 해석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시나리오들을 놓고 봤을 때 2021년에는 적어도 2020년보다 2배는 빠른 속도로 비트코인의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적어도 2024년까지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매력적인 금의 대체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이 기회? 올바른 비트코인 투자법
따라서 비트코인 투자를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가용 금융자산의 5% 범위 내에서 소위 ‘적금식 투자’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2015년부터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구매를 항상 추천해 왔으나,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거나 성공적으로 투자를 한 사람들의 비율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아무래도 변동성이 워낙 큰 자산이다 보니, 가용 금융자산의 유의미한 비중이 투입되었을 경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손절을 하거나 아니면 조금 벌었을 때에 팔아 치워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급격한 변동성에도 초연해질 수 있는 정도의 금액만 꾸준히 장기적으로 매입해 포트폴리오 효과와 마음의 평화를 둘 다 얻길 바란다.
또한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수량을 늘리고 싶은 투자자들의 경우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출시한 예치상품 ‘고파이’를 추천한다. 고파이 상품에 예치 시, 예치한 비트코인에 대해 연리 6~7.5%가 지급된다.
마지막으로 디파이와 같은 보다 고수익 고위험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는 해외 유명 VC들이 투자를 하거나, 글로벌한 규모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프로젝트들을 위주로 충분한 학습을 거친 후 전체 코인 포트폴리오의 일부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