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보험산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진 상황 속 초거대 플랫폼과 수천만명의 데이터를 앞세운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이 보험사들에게는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다만 양사는 보험업 진출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진행 방식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첫 걸음으로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보험사 설립이 아닌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을 택했다. 반면 카카오는 금융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목표는 대출, 보험, 투자 등을 모두 다루는 ‘종합 금융 플랫폼’이다. 이어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보험 자회사인 GA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하며 보험업 영토를 본격화했다.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한 경우 특종 보험뿐 아니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제3보험 등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설립 목적으로는 △보험대리점업 △통신판매업 △전화권유판매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등을 명시했다. 네이버는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기존 GA들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NF보험서비스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올 하반기 주력 사업으로 내건 온라인소상공인 대상 대출서비스에 필요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출범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네이버가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가 들썩였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네이버와 자동차보험 수수료를 협상하고 있는데, 그 대가로 네이버가 11%의 수수료 받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NF보험서비스는 자동차보험 비교를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카카오의 금융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보험대리점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인바이유과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10월 ‘간편보험’ 서비스를 오픈하고, 해외여행·운동·유학생·반려동물 보험 등 생활에서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 간편보험은 카카오페이 사용자라면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비대면으로 각 보험상품 가입요건에 맞는 보험을 찾아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본인이 가입한 보험상품들은 ‘내 보험’ 내역에서 한 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해 여러 보험사의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상품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점차 보험 상품 라인업과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업무 체결을 맺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을 판매했다. 카카오페이는 독자적인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해 보험업에 뛰어들 방침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보험상품 비교 및 보험 판매업을 택한 네이버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삼성화재와 합작으로 설립 추진해 왔으나 자동차보험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독자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하반기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인가 신청을 하고 사업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월에는 채용 공고를 내고 보험 계리와 상품 기획, 회계 등 보험 전문 인력을 영입했다. 카카오페이는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가 디지털손보사를 설립하면 카카오톡을 활용한 자동차보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은 상품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데다 온라인화 속도가 가장 빨라 쉽게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보험상품 가입까지 연계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또 공유경제 및 보험 사각지대 그리고 카카오 연계시장에 집중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 플랫폼 활용도 등에서 빅테크 업체들 간 성적표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 모두 데이터 개방, 데이터 상호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회사별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며 “비대면 시장에서 이들 간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유정화 기자 uhw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