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임 때부터 정권 입김 정황
권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최순실 게이트’가 열린 다음 줄곧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기다 최근에는 특검이 지난 2014년 선임 당시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관련 수사기록을 검찰이 이관시켰다.
이에 따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권 회장이 2번째 임기를 마치기 전에 낙마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의 권한남용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는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학계 한 전문가는 5일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포레카 매각 의혹을 비롯해 2014년 회장 선임 당시부터 정부의 부당 압력이 있다는 정황이 나온 가운데 권 회장이 연임을 강행하는 것은 과욕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으로 정부의 감독·감시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자기 영향권에 있는 사외이사들을 활용한 ‘셀프연임’을 했다는 비판마저 가능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 등 정경유착의 외압을 통해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는 정황이 제기되는 것은 CEO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향후 정권이 교체된다면 권 회장은 가장 먼저 교체여부가 논의되는 CEO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회장의 연임 결정의 가장 큰 이유였던 실적 호조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기 호황에 따른 것이지 온전한 권 회장의 공이 아니라는 지적이 존재, 임기 중 낙마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철강업계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된 이유가 커 권 회장의 경영 능력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 “첫 적자 이듬해 흑자, 시황 개선 힘입은 것”
경제개혁연대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창립 첫 적자를 기록했던 포스코가 지난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룬 것은 글로벌 철강시장의 호황에 따른 것”이라며 “권 회장의 경영 능력이 아주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경영능력에 따른 호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이사회도 새로운 구성이 필요하다”며 “이 정도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포스코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한 가운데 차기 정권에서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정권에서도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포스코 수장 교체는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권 회장이 포스코회장으로서 적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권의 입맛대로 수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 관계자는 “물론 권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절차는 합법적”이라며 “차기 정권에서 권 회장을 교체하기를 원한다면 과거의 방법과 달리 CEO에 우호적인 이사회를 바꿔서 적법한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포스코 측은 권 회장의 연임에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미 소명이 됐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을 전혀 모르고 일면식도 없다”며 “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자신을 지목한 것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일 제기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회장 선임 개입은 아직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특검과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기존 입장 외 답할 것이 없다”며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이미 소명했던 내용으로 검증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 정권 초 선임-연임 후 중도 사퇴 쳇바퀴
포스코그룹의 역대 수장들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으나, 대부분 임기를 다 못 채운채 자리를 떠났다. 24년간 장기 집권한 박태준 초대 회장과 임기 1년을 못 채운 황경로(2대)·정명식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2기 체제에서 물러났다. 즉, ‘정권 초 취임-정권 말 연임 후 차기 정권 때 퇴임’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4대 회장이자 유일한 외부 인사였던 김만제 회장은 1994년 3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연임에 성공했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3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중도 퇴진했다. 유부상 5대 회장도 김만제 회장 뒤를 이어 포스코 수장에 올랐지만, 연임에 성공한 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3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사퇴했다. 6대 이구택 회장(2003년 3월~2009년 2월)과 정준양 7대 회장(2009년 2월~2014년 3월)도 정권이 바뀐 뒤 중도 사퇴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정권 교체가 유력한 현재. 권오준 회장이 과거 수장들과 마찬가지로 연임 후 중도사퇴의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