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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가 빵집에 떴다”…100조 시장, 운용사 브랜드 전쟁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3 14:34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글로벌반도체 TOP4 Plus’ 크림빵 협업…성과 넘어 경험·인지도 경쟁

 ‘쑥쑥크림빵’은 엔비디아, ‘벚꽃딸기 크림빵’은 TSMC, ‘아몬드 크림치즈빵’은 SK하이닉스, ‘흑임자 크림빵’은 ASML을 각각 상징하도록 기획 됐다. ‘ETF 크림빵 4종 세트’ 모습.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쑥쑥크림빵’은 엔비디아, ‘벚꽃딸기 크림빵’은 TSMC, ‘아몬드 크림치즈빵’은 SK하이닉스, ‘흑임자 크림빵’은 ASML을 각각 상징하도록 기획 됐다. ‘ETF 크림빵 4종 세트’ 모습.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이 기존 투자자 중심 홍보에서 벗어나 일반 소비자의 일상 공간으로 파고드는 이른바 ‘이종(異種) 업종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사가 운용하는 ‘ACE 글로벌반도체 TOP4 Plus ETF’를 알리기 위해 서울 안국동 소재 베이커리 ‘ETF(Express Trade Farm)’와 협업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80세트 한정으로 판매되는 ‘ETF 크림빵 4종 세트’를 통해 상품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상품과 식음료 브랜드의 결합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TF를 빵으로”…이색 협업 실험

이번에 선보인 크림빵 세트는 4종의 대표 제품을 하나로 묶은 구성이다. 여러 종목을 하나의 상품에 담아 분산 투자하는 ETF의 구조를 제품 콘셉트에 반영했다.

4종 구성은 메모리·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장비 등 반도체 산업의 핵심 영역에 투자하는 해당 ETF의 전략을 형상화했다.

각 제품은 글로벌 반도체 대표 기업을 상징한다. ‘쑥쑥크림빵’은 엔비디아, ‘벚꽃딸기 크림빵’은 TSMC, ‘아몬드 크림치즈빵’은 SK하이닉스, ‘흑임자 크림빵’은 ASML을 각각 상징하도록 기획됐다.

해당 ETF는 상장 이후 높은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의 수혜 상품으로 꼽혀왔다. 운용업계에서는 상품 경쟁력에 더해 브랜드 노출 효과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를 기다리지 않는다…‘일상 침투’ 전략


자산운용사가 빵집과 손잡은 배경에는 마케팅 방식의 변화가 있다.

그동안 ETF 홍보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투자설명회(IR), 유튜브 등 금융 친화적 채널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자 경험이 적은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경험형 마케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협업은 잠재 투자자를 ‘기다리는’ 대신 일상 공간에서 ‘먼저 접점을 만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상품 설명을 넘어 소비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겠다는 계산이다.

크림빵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도 진행한다. 1등 경품은 ‘ACE KRX 금현물 ETF’를 상징하는 금 1돈으로, 실물 보상과 금융 이미지를 결합해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운용사 합종연횡 가속…브랜드 전쟁 본격화


이 같은 이종 업계 협업은 특정 운용사에 국한된 움직임이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요 상권에서 ETF 콘셉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체험형 공간을 확대해 왔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캐릭터 굿즈 제작과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병행하며 브랜드 친숙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패션 브랜드 협업, 전시·아트페어 후원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접점을 넓히는 추세다. 금융사가 더 이상 금융권 내부에서만 경쟁하지 않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과에서 브랜드로”…ETF 경쟁축 이동


ETF 시장이 양적 성장 단계를 넘어 질적 경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운용사 간 경쟁의 축은 ‘성과’에서 ‘브랜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상품 수가 급증하면서 단기 수익률 격차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 자금 유입을 좌우하는 요소는 브랜드 신뢰도와 인지도”라며 “투자 경험과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경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빵에서 시작된 이색 협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ETF 마케팅의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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