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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중) 자살보험금 딜레마] ‘자살보험금 논란’ 언제쯤 종지부 찍나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6-10-17 01:16 최종수정 : 2016-10-17 18:15

대법원 동일한 사안 놓고 상반된 판결로 시장 혼란
금감원 미지급 보험사 현장점검·국회선 특별법 발의
삼성·한화생명 등 대형사들 일단 지급 거부속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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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중) 자살보험금 딜레마] ‘자살보험금 논란’ 언제쯤 종지부 찍나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지난 4일부터 시작된 20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첫 국정감사장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크게 오른 실손보험 문제 그리고 2018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 등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 타깃이 된 3가지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대법원이 최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상반된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소송에 나섰던 교보생명은 대법원으로부터 승소를 한 반면 알리안츠생명은 패소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생명보험사들에 돈을 지급할 것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삼성생명 등 해당 생명보험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깊은 속앓이 중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려 임의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지급을 거부하자니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고, 지시에 따르자니 ‘배임죄’가 걸려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보험계약자에게 특혜를 주는 입법인데다 이전 사건에 대한 소급 입법이라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대법원의 상반된 판결 이후에도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 문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시장 일각에선 결국엔 해당 생명보험사들이 돈을 지급해야만 끝낼 수 있을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생보사 오랜 뇌관’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

자살보험금 논란의 발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8월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검사 과정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재해사망 특약이 담긴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 내역이 약관과 배치됐다. 약관에는 재해사망특약 가입 시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준다고 기재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한 것이다.

약관에는 보험가입 2년이 지난 후에는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었지만, ING생명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자살 사망자 90여 명에 대해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했다.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추가 조사 결과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동일한 행태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의 추궁에 이들 생명보험사들은 “약관이 잘못된 것이다. 어떻게 자살이 재해가 될 수 있나”라고 해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실 자살보험금 문제의 근원은 지난 2001년. 그 해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재해사망특약이 담긴 상품을 처음 판매하면서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작성했다. 보험사들의 해명처럼 명백한 오기(誤記)였다. 그런데 다른 보험사들이 유사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이 상품의 약관을 그대로 베꼈다.

이 때문에 다른 생명보험사들의 재해사망특약 상품에도 자살 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수를 알아차린 건 거의 10년 후의 일이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0년 4월에서야 관련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하고 자살을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미 잘못된 약관으로 280만 건의 상품을 판매한 이후였다. 해당 상품에 가입했던 자살사망자 유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약관을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일반사망 보험금만 받았다.

그런데 금융당국 검사 결과 이 문제가 공론화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논란의 초점은 ‘명백하게 잘못 기재된 약관이라 하더라도 약관대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느냐’는 것. 금융 당국의 결론은 ‘법대로’였다. 엄연히 약관에 기재된 내용인 만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미적거렸다. 소송전이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던 만큼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지난 5월 12일 대법원은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약관 개정 이전에 판매한 상품의 경우 옛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14개 생명보험사들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모두 1104억원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표 참조〉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 액수는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하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2629억원의 42%에 불과한 액수다. 생명보험사들은 절반 이상인 1525억을 내주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소멸시효’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르면 보험금은 보험사고 발생 시점에서 2년(2015년부터 3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시효가 완성돼 청구권이 소멸된다. 그런데 자살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자살보험금 논란을 인지하고 추가 보험금을 달라는 유가족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여기에 대법원이 최근 동일한 사안(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을 놓고 상반된 판결문을 내림으로써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실제 지난 13일 대법원 3부는 알리안츠생명이 A씨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지난달 말 비슷한 사유로 소송을 했지만 승소했던 교보생명 건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2주 전 대법원은 교보생명 판결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 의무가 없다며 보험회사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대법원은 상반된 판결로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는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다만 지난 13일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소멸시효 부분은 판단하지 않은 상태로, 파기환송심에서 알리안츠생명이 소멸시효를 주장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한 채무부존재소송 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지난 5월 ‘자살도 재해사망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일 뿐, 소멸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취지에 따라 심리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소멸시효 완성여부 등에 대한 판단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정치권 등 소멸 시효 자살보험금 지급 압박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지급 논란은 금융감독원이 초강수를 두면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애초에 생명보험사가 약관을 제대로 지켰다면 자살보험금 논란이 빚어지지 않았고, 소멸시효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란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고 시간을 끈 경우가 많아 소멸시효 문제에 대한 귀책사유도 생명보험사에 있다는 얘기다.

지난 13일 진웅섭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만큼 소멸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는 이제 생명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하지만 생명보험사가 약관을 통해 소비자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사는 양정 기준에 따라 엄정히 행정 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보험사들에 대한 고강도 행정제재를 이어갈 예정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이 답한 것이다.

진웅섭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사들은 양정 기준대로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약관 준수 등을 위해 보험사가 제대로 했는지 등을 따져 과태료나 과징금, 임직원 직접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현재 일괄 지급을 결정한 회사는 ING생명, 신한생명, 하나생명, DG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흥국생명, PCA생명, 동부생명 등 8개사이며, 아직까지 소멸시효 2년이 지난 계약에 대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곳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 6개사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한 현장 검사를 마쳤으며, 현재는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동부생명에 대해 동일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동부생명이 지난 3일 “대법원 판결 이전인 9월 27일에 소멸시효 완성분에 대해서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7개 생보사의 미지급 재해사망특약 자살보험금 규모는 지난 5월 12일 기준 1377억원, 건수로는 1903건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주계약에 의한 자살보험금까지 합치면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재해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해야할 금액은 각각 1585억원, 1134억원 수준이다. 기존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던 686억원, 282억원보다 각각 2배, 4배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금액은 금융감독원의 주계약 전수조사 이후 파악된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치권도 자살보험금 이슈에 가세했다.

지난 7월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멸시효 효력을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고, 김선동 새누리당 위원도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멸시효 특례법 발의 계획을 밝혔다.

‘배임죄’ 소지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생보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문제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그 물꼬를 터주겠다는 의도다. 김선동 의원실은 공동 발의할 의원들의 명단을 취합 중에 있으며, 오는 18일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김선동 의원은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해 특별법을 만들었던 전례를 근거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에 공동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이 판결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부담금을 납부한 사람 가운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만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환급 청구기간에 대한 소멸시효를 연장해 모든 사람들이 부담금을 환급받도록 했다.

생명보험업계는 학교용지부담금과 자살보험금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변호사는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한 특별법은 국가가 권력으로 국민에게 부과한 부담금의 근거 법률이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권리 구제를 못 받은 사람들을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자살보험금은 대법원에서 소멸시효를 인정했는데 이를 특별법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의 경우 드물게 소멸시효가 완성된 권리에 대해 소급입법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며 “자살보험금은 보험회사와 계약자간 사적계약의 성격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의 효과를 부정하는 취지의 특별법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도 소비자 신뢰를 위해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서로 협의해 풀어야지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과하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 자살보험금 딜레마…배임 신경쓰이고 행정제재도 두렵고

이처럼 자살보험금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삼성생명 등 6개 생명보험사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어기고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죄의 소지가 있고, 지급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과 여론의 압박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은 금융감독원 조사 자료를 인용해 올해 7월 말 기준 14개 생보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2629억원(보험금 1913억원, 지연이자 716억원)으로 미지급 금액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금액은 224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2244억원 중 지급된 보험금은 747억원(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현재 자살보험금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9개사로, 총 28건이다. 〈표 참조〉 이들 주요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참석한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은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있냐는 부분에 있어 사회적 통념상 어려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남수 부사장은 “법원 판결이 엇갈려서 임의적 지급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 고위 관계자도 “현재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금융감독원에서는 지급하라고 하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 건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이 판결을 어기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배임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여론의 비판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하게 돼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생명보험사는 내부적으로 추가 논의를 진행한 후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이라 자살보험금 논란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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