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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충정로1구역 조합원은 왜 SH공사 앞에서 시위를 했나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23 15:13 최종수정 : 2026-03-24 08:58

[데스크칼럼] 충정로1구역 조합원은 왜 SH공사 앞에서 시위를 했나
공공재개발은 ‘속도’ 못지않게 ‘신뢰’를 전제로 한다. 민간 정비사업에서 반복돼 온 불투명성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공이 개입하고, 그 대신 절차와 기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구조다.

그렇다면 질문은 둘로 나뉜다. “공공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와 “시공사는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가”이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구역에서 이 두 질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본사 앞에 선 한 조합원은 “왜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하느냐”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충정로1구역은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이다. 약 7523㎡ 부지에 297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이 사업은 현재 두산건설의 수의계약 방식 시공사 선정이 추진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두산건설의 사업제안이 있다. 조합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가격’ 그 자체보다 ‘가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기존 도면이 아닌 지하층 면적을 확대하는 설계를 전제로 공사비 평당 단가를 낮춘 제안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단가만 보면 경쟁력이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설계 조건이 달라진 상태에서 제시된 수치라면 동일 기준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 조합원들 시각이다.

더 민감한 지점은 공사비 조정 과정이다. 3.3㎡(평) 당 11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공사비가 조합원 반발 이후 두산건설에서 3.3㎡ 당 30만원 조정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공사비가 협상 과정에서 변하는 구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시공사 역할은 단순하다. “왜 이 가격이 나왔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사비 산출 근거 공개와 검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협상 문제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의 문제로 확장된다. 시공사가 정보를 쥐고, 조합은 선택만 하는 구조라면 공정성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홍보 방식에 대한 논란까지 겹쳤다. 공사비 논란이 일자 두산건설에서 조합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설득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개별 홍보 논란은 정비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 중 하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이미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다시 공공으로 향한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기준’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 기준은 단순히 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시공사의 제안 방식에 대한 의문, 공사비 검증 요구,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동시에 제기된 상황에서 “주민대표회의 사안”이라는 선 긋기는 충분한 답이 될 수 없다.

공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는 보여줘야 한다. 그 기준이 있어야 시공사의 설명도, 조합의 선택도 의미를 갖는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구역 조합원 1인 시위 모습.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구역 조합원 1인 시위 모습.

충정로1구역을 놓고 진행된 1인 시위는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공공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그리고 시공사는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공공재개발은 결국 또 하나의 ‘민간과 다르지 않은 사업’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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