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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캐피탈사 車 복합할부 갈등 ‘속앓이’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5-01-18 21:18

현대자동차-카드사간 수수료 협상 난항에 실적 부진
KB국민 수수료율 0.35%p 인하로 제휴사들 수익 감소
신용공여 기간 늘어나는 신(新) 복합할부 상품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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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캐피탈사 車 복합할부 갈등 ‘속앓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업계와 현대자동차그룹 간의 신경전이 뜨거워지면서 캐피탈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KB국민카드가 현대자동차와 협상에서 수수료율을 종전보다 0.35%p 인하해주면서 제휴 캐피탈사의 영업 마진이 감소한데다, BC카드는 아예 결렬돼 신규 물량 유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만간 출시될 새로운 구조의 신(新) 복합할부금융 상품도 전산 개발 등 추가적 비용이 발생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래저래 올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취급실적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현대차 vs 삼성카드, 대립구도 형성

현대차와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은 지난해 KB국민카드로 시작해 최근 BC카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해지를 요청하는 등 자동차복합할부 수수료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가장 먼저 협상테이블에 앉은 KB국민카드는 적정수수료율을 놓고 수차례 협상결렬을 거듭한 끝에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인 1.5%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원희닫기이원희기사 모아보기 현대자동차 재무담당 사장이 만나 담판을 벌이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반면 BC카드는 현대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신규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는 가맹점계약 종료시기에 도달한 카드사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체크카드수수료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합할부금융의 경우 카드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지만 캐피탈사가 바로 다음날 카드사에 대금전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수수료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정가맹점의 수수료만 낮출 경우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 카드사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인 1.5%보다 낮게 매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협상결렬로 BC카드의 복합할부금융 신규 판매가 중단되는 등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이 조만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할부상품의 취급비중이 큰 신한·삼성카드 등이 오는 2~3월에 가맹점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사실상 ‘현대차 대 삼성카드’의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카드가 카드사 중 복합할부상품 취급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시장 규모는 1조2500억원이다. 〈표 참조〉

이는 현대카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현대카드가 복합할부상품 취급량을 줄이는 추세여서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시장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삼성카드가 복합할부를 기반으로 자사 카드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공을 들인 만큼 오는 3월 수수료 인하율에 전력투구할 공산이 크다.

신한카드도 66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은행에게 중요고객인 만큼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삼성카드보다 순조롭게 협상을 끝마칠 가능성이 크다.

◇ 신용공여 늘린 새로운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 예정

이에 현대차와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치열하다.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카드사들이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현대차와의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리는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 상품은 할부금융사의 대출시점을 통상적인 카드대금 결제일인 1개월 후로 변경해 일반 카드거래 방식과 같이 한 게 특징이다. 카드사가 신용공여와 대손비용 등 리스크를 평균 1개월 가량 감당하는 대신 수수료를 현행 복합할부 수수료율 그대로 1.8% 안팎으로 유지토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현대차는 카드사가 신용공여 및 대손관련 비용 없이 실제 카드사 수수료(1.9%중 0.53%)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며 수수료를 0.6%p 이상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의 경우 이 같은 리스크 비용을 카드사도 부담해 수수료율을 조정하지 않고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11월 삼성카드가 금융감독당국에 상품 관련 논의를 시작해 금융당국도 현재 상품 허가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신한카드는 현재 제휴중인 아주캐피탈과 KB캐피탈을 중심으로 해당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삼성카드 역시 곧 해당 상품을 출시해 복합할부를 대체하면 소비자의 자동차 할부 거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복합할부 상품을 종료한 BC카드 외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등도 해당 상품의 시장 추이에 따라 상품 취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이 상품이 카드사들의 일시적인 자금 부담이 커지지만 고객 입장에서 대출발생 시점이 다소 늦춰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존 복합할부 상품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새 상품이 신용카드거래의 일반적인 형태여서 카드사들을 상대로 더 이상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7개월간 계속돼온 현대차와 카드사간의 마찰이 해소될지도 주목된다.

◇ 중소형 캐피탈사 깊어지는 한숨…현대차의 반격

캐피탈사들이 카드업계와 함께 새로운 상품을 구상하는 등 복합할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KB국민카드가 현대자동차와 협상에서 수수료율을 종전(1.85%) 보다 0.35%p 인하해주면서 아주캐피탈 등 제휴 캐피탈 사들은 이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지난 2010년 삼성카드가 중소 캐피탈사와 손잡기 시작하면서 이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이들 제휴 캐피탈사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2010년 8654억원이었던 복합할부 시장은 4조5906억원으로 급증했다. 〈표 참조〉 그런데 새로운 복합할부가 적용될 경우 한 달 동안 차 값을 조달해야 할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의 수수료 배분 협상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계열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기존 복합할부 상품에서도 영업사원 수수료, 고객에 대한 할부금리 할인 혜택 등을 떼고 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복합할부금융 시장이 4조원대로 커졌는데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시장이 고사되면 당장 캡티브(전속 시장)가 없는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규제 강화로 안 그래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판에 손 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복합할부금융을 통해 차를 사면 현대캐피탈을 통해 현대차를 사는 것보다 최대 1% 이상 낮은 금리에 살 수 있는데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 복합할부의 이런 장점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마진이 높지 않은데 그나마 돈이 더 안되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버티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캐피탈사와 카드업계가 신용공여 기간을 30일로 늘리는 새로운 구조의 신(新)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 움직임에 현대차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용공여기간을 늘린다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으로라면 신용공여 60일짜리, 90일짜리 상품이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추면 고객 혜택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3000만원짜리 차를 기준으로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낮춘다고 해도 고객 혜택은 0.12%p 정도밖에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품이 허용되면 카드사들이 대손위험이 없는 상품의 신용공여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활용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무한정 높이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에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할부금리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기아차는 이달부터 모든 차종에 대해 고객이 선수금으로 원금의 15% 이상을 납부한 뒤 원리금을 균등 납부하는 할부상품을 선택하면 할부금리를 1%p 인하해준다.

이처럼 자동차 할부금리가 내려가면 저금리를 앞세운 복합할부상품의 장점이 떨어진다. 캐피탈업계의 관계자는 “통상 기아차와 현대차의 경영정책이 비슷한 방향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금리인하는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카드사들에게 위기감을 부각시키려는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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