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 복합할부 상품, 소비자에게 유리한 오토상품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 결제 방법은 현금이나 신용카드, 할부금융, 복합할부금융이 있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카드로 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캐피탈사의 오토론 대출을 받아 카드대금을 상환하는 구조의 금융상품이다. 일반적인 할부금융과 달리 카드를 연계시켜 소비자 혜택(금리할인·캐쉬백 등)을 제공한다.
카드사는 자동차 회사로부터 가맹점 수수료 1.85%~1.9%를 받게 되면 이 가운데 0.33%p만 받고, 캐피탈사에 1.37%p를 넘겨준다. 나머지 0.2%p는 고객에게 포인트나 캐쉬백으로 돌려준다. 캐피탈사도 1.37% 가운데 1.00%는 자동차 판매 사원에게 지급하고, 0.37%p를 고객의 할부이자 인하 재원으로 사용한다. <표 참조>
결국 고객은 일반할부 대신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하면 연 1%p 이상의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복합할부 상품은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임에 틀림없다.
◇ 현행 여전법 되레 복합할부금융 ‘갈등의 씨앗’ 제공 지적
그런데 지금 이 상품을 놓고 카드사와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갈등의 요인은 가맹점 수수료율이다. 카드 가맹점인 현대차는 수수료율(1.85%)을 일반 카드 거래가 아닌 복합할부금융 상품 거래에 한해 1.0%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현행 여전법에 따른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상 1.75% 이하로 낮추게 되면 불법이 된다면서 맞서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2년 7월에 개편한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대형가맹점에 적격비용 이상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영세한 중소신용카드 가맹점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결국 판단의 잣대가 되어야 할 현행 여전법이 되레 ‘갈등의 씨앗’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전법 자체가 시장원리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논리를 따른 탓이다. 당시 개정법의 요지는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대형가맹점은 높이는 것이었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 개념으로 보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가 낮아야 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국회는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를 밀어붙였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조차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기도 했다. 여전법이 개정된 이후 카드사들은 ‘적격비용 산출 방법서’를 마련했다. 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를 1.5%로 정해놓은 상황에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8~2.7%로 범위로 올라갔다.
◇ “복합할부금융 상품 폐지되어야” VS “우월적 지위 남용한 ‘갑’ 질”
일단 현대차는 일반 카드거래와 달리 복합할부금융은 결제가 이뤄진 다음날 캐피탈사가 자금을 입금하는 만큼 조달 비용이나 연체 위험 등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의 복합할부상품이 제품 판매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카드사와 할부금융사가 나누어 영업비용으로 쓰고 있는 상품”이라며 “금융회사가 지출해야 할 영업비용까지 자동차 회사들이 부담하는 비정상적인 상품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수수료 명목으로 금융권에 추가 비용을 낼 경우 상품가격으로 전가돼 소비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여전법에서 정하는 적격비용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KB국민카드 한 관계자는 “가맹점이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여전법에 따른 법 위반”이라며 “소비자가 자동차 원가를 투명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수료가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형가맹점이 소비자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복합할부 상품을 팔 수 없는 비용 구조를 만들어 현대차-현대캐피탈로 이어지는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중소캐피탈사가 상품력을 강화해 현대차 그룹의 독과점에 대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경쟁상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캐피탈사의 영업력이 약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금융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독과점이 심화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지난 10년간 각 판매 영업소에서 현대캐피탈 이용률을 내부 평가에 반영하면서 이용률을 높여왔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중소 캐피탈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상품이 복합할부다. 실제로 현대차 할부금융 가운데 2011년 1월 87%에 달했던 현대캐피탈 비중은 복합할부 출시로 2013년 말 75%까지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만약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해도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구조에서 현대자동차 가격이 인하될지 모를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에 앞서 현대차의 차종별 원가를 공개하고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허용 하는 등 실질적인 고객 혜택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금융당국 법적조치 검토 발표에 현대차 법위반 소지 없다 반박
금융당국은 현대차와 카드사간 적절한 수수료율 범위 내에서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벗어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부당행위로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가 지난 10일 KB국민카드와 수수료율 협상을 하면서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일시 중단하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차와 국민카드사간의 협상을 지켜보겠지만 현대차가 과도한 수수료율 인하를 고집해 협상이 결렬되면 당국으로서는 소비자 편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 벌금을 받는다.
공정거래법에도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계속 거래관계에 있는 사업자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하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처벌규정으로 담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런 강경대응 방침은 현대차의 요구가 복합할부금융 제도 폐지 주장과 맞닿아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또 현대차의 요구에 밀려 KB국민카드가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낮추거나 가맹점 계약이 해지되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가 봇물처럼 터지고 복합할부금융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당국의 강경대응 이유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대내외 법률 검토 결과,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고 부당하게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면서 여전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KB국민카드 전체 결제액에서 현대차의 결제비중은 1.3%에 불과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없다고 제기한 상태다. 현대차와 국민카드는 10일까지 수수료율 인하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17일까지 협상을 연장한 상태다.
◇복합할부 수수료율 1.5%선 합의 볼까?
이같은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의 적정 가맹점수수료율이 1.5∼1.9%라고 내부 검토를 한 바 있다.
이에따라 양측은 가맹점 계약 만료 시한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에서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연 1.5%선 안팎이다.
해당 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지나 16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이원희닫기

금융권에서는 이번 수수료율 변동으로 현대차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13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