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피탈 업황을 둘러싼 영업환경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우량한 할부채권을 내다팔고 있다. 이처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량자산을 대거 처분하면서 자산건전성 지표는 급속히 악화되는 추세다.
◇ 우량 할부채권 매각 통해 유동성 확보
지난해 이어 경영권 매각작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두산캐피탈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량한 할부채권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6일 이 회사는 중고 상용차 할부채권 2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신한캐피탈에 매각했다.
이와 관련 신한캐피탈 하승훈 상무는 “오랜 협상과 자산실사 등을 통해 지난 1년간 연체 경력이 없는 중고 상용차 할부채권 자산만을 골라 매입했다”고 밝혔다. 두산캐피탈은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도 중장기 관련 할부채권 자산 600억원 규모를 JB금융지주 산하 여신전문금융회사인 JB우리캐피탈에 매각한 바 있다. 두산캐피탈 관계자는 “자금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할부채권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및 굴삭기 판매에 할부자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고위관계자는 “우량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 측면에서 숨통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자산뿐만 아니라 해외보유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 중국 현지법인 경영권 매각 작업도 추진
이와 관련해 캐피탈업계 한 CEO는“두산캐피탈이 자체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지난 2007년 설립한 중국 현지법인인 두산중국융자조임유한공사(DCFL)의 보유지분 전량을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5월 19일자 ‘두산캐피탈 중국 현지법인 매각 추진’ 전면 기사 참조>
현재 두산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DCFL의 지분은 51.0%이며, 나머지 지분은 2대 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생산법인 DICC가 갖고 있다. 이미 지난 2011년 말쯤 보유지분 80% 가운데 29%를 2대 주주인 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회사(DICC)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DCFL의 총자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9053억 7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지난 한 해 동안 2억34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 한차례 지분(29%) 매각을 통해 242억원의 이익을 실현한 바 있는 두산캐피탈은 이번 M&A를 통해 최소 700억원(장부가 기준)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우량자산 매각 등으로 자산 감소와 건전성 지표들 나빠져
이처럼 우량한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자산 규모가 크게 줄어든 데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1년 1조7286억원이었던 총자산 규모는 2012년 1조285억원, 2013년 1조2157억원, 2014년 3월말 1조12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표 참조>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안으로 총자산 1조원 시대가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산매각과 적자행진 등이 겹치면서 건전성 지표도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국내 캐피탈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100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88억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부동산 PF대출 및 선박리스 등 부실채권 충당금 적립으로 1분기에만 5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본금 일부가 잠식된 상태다.
특히 자산건전성의 기본 척도가 되는 무수익여신자산 비율은 2014년 3월말 기준으로 20.39%(2334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해 말 18.10%(2235억원) 보다 2.20%p(99억원)가 악화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유동성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가치가 높은 우량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의 위기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급한 불은 껐지만 괜찮은 자산은 매각하고 나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이익을 내기가 힘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