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과열 대응 과정에서 시작된 논의지만, 제도화 범위가 특정 상품에만 머물지는 않을 전망이다. 급격한 변동성 확대나 특정 금융상품으로의 거래 쏠림 등으로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이 흔들릴 경우 금융당국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토 가능한 조치로는 특정 금융투자상품의 거래 제한이나 일시 중단, 상품 구조 조정 등이 거론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관건은 하나다. 금융당국의 긴급조치권이 실제 증권시장의 위기를 막는 ‘구제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평상시엔 자율, 비상시엔 개입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금껏 금융당국의 시장 대응은 상당 부분 간접적 방식에 의존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최근 기본예탁금 상향, 대용증권 미인정, 투자자 교육과 모의거래 의무화, 증권사의 괴리율 관리 강화 등이 시행됐다. 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이고 증권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다.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을 때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상품이 이미 출시된 이후 특정 금융투자상품의 거래를 즉각 제한하거나 상품 구조를 변경하려면 현행 제도상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ETF의 경우 상품 구조 변경 과정에서 수익자총회 등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다. 현행 규제가 사전적인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긴급조치권은 시장의 급격한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비상 안전장치에 가깝다.
금융당국이 긴급조치권 법제화를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령 특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거래가 과도하게 쏠리면서 기초자산이나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존 규제만으로는 대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긴급조치권은 이런 예외적 상황에서 일정 기간 거래를 제한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평상시에는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시장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비상 상황에서는 안전판을 작동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디까지’다
다만 긴급조치권은 시장 안정의 만능 해법이 아니다. 법적 근거와 발동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우는 새로운 정책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가장 민감한 부분은 금융당국이 투자자의 매매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느냐다. 특정 상품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거나 투자 규모를 제한하는 조치는 투자자의 재산권과 시장 자율성 문제로 직결된다.
예를 들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상품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면, 어느 수준의 변동성을 ‘긴급 상황’으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상품의 거래대금이 급증한 경우와 시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훼손되는 경우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언제,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의 판단만으로 광범위한 긴급조치가 가능하다면 시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자체가 새로운 투자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반대로 발동 요건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절차가 길다면 정작 시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법제화 과정에서는 긴급조치가 가능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조치 기간과 대상, 권한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종료되도록 하거나, 연장이 필요할 경우 별도의 판단 절차를 두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사후 검증과 통제 장치 역시 중요하다.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포괄적인 문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과 절차, 권한 남용을 막을 통제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발동하지 않아도 ‘최후의 안전망’
긴급조치권의 효과를 실제 발동 횟수 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과거 금융시장 위기 때마다 정부와 금융권은 증권시장안정기금이나 각종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가동을 검토해 왔다. 실제 자금 집행 여부와 규모는 시기마다 달랐지만, 시장에는 필요할 경우 안정화 수단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정책 신호로 작용했다.
중요한 것은 실제 개입 여부만이 아니다. 시장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대응 수단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 심리의 급격한 악화를 막는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긴급조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실제 특정 ETF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상품 구조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극단적인 과열이나 붕괴 국면으로 향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마련돼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일정 부분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긴급조치권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의미가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넘어 ‘시장 비상벨’로
이번 법제화 논의의 출발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자 교육 강화에 이어 투자 총량 규제와 매매단위 확대 등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문제가 된 특정 상품에 대한 대응에 가깝다.
긴급조치권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 개념이다.
향후 새로운 금융상품이 등장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거래 쏠림이나 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 뒤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늦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시장의 혁신 속도가 빨라질수록 규제는 시장 변화보다 한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에 포괄적인 시장 개입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결국 이번 긴급조치권 법제화의 성패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그 권한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있다.
증권시장은 자유로운 거래를 전제로 움직인다. 하지만 시장의 자유가 시스템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순간에는 누군가 비상벨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긴급조치권이 그 비상벨이 될 수는 있다.
다만 비상벨은 누구나 쉽게 누를 수 있어서는 안 된다. 화재가 났을 때는 즉시 작동해야 하지만, 작은 소음에도 울리기 시작하면 시장은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긴급조치권이 증권시장을 위한 진짜 구제책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책 리스크가 될지는 결국 법안에 담길 발동 기준과 권한의 경계에 달려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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