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대주주 1인의 지분율을 15%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규율 주요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두나무
금융당국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실상 금융시장 인프라로 기능하는 만큼, 특정 개인이나 대주주에게 과도하게 수익과 지배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민간 기업의 지분을 사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자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왜 지금인가”…디지털자산 ‘제도권 편입’ 분기점
이번 지분율 규제 검토의 배경에는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정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1단계 입법을 통해 불공정거래 규율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데 이어, 2단계 법안에서는 거래소 지배구조와 시장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어떻게 규율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 중개 플랫폼을 넘어 ▲가격 형성 ▲유동성 집중 ▲매매 체결이라는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불안 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단순한 산업 육성법이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 금융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는 법이다”며 “그 과정에서 거래소의 지배구조 역시 더 이상 사각지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구상 “ATS처럼 15% 상한”
7일 정치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대주주 1인의 지분율을 15%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규율 주요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에 적용되는 대주주 지분율 규제를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적용시키겠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해 3월 출범한 국내 첫 ATS인 넥스트레이드(NXT)는 거래 인프라의 공공성을 감안해 대주주 지분율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단순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으로는 지배력 집중에 따른 구조적 위험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적격성 심사가 ‘누가 대주주가 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장치라면, 지분율 제한은 ‘얼마나 지배할 수 있는가’를 사전에 제어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 두나무·빗썸 등 ‘강제 지분 구조조정’ 불가피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상당수가 대대적인 지분 구조 재편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경우 창업자인 송치형 의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40%를 넘는다. 지분 상한이 15%로 설정되면 송 의장 측은 경영권 방어는 물론, 보유 지분의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복잡한 지분 구조를 가진 빗썸 역시 지배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사후 규제를 통한 지배구조 개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업계 “자율규제 작동 중…현실과 괴리”
가상자산업계는 이미 국내 5대 거래소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를 통해 상장 심사, 내부통제, 투자자 보호 등 자율규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도 대주주 개인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며 “실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율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산업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두나무 협업,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등 제도권 자본과의 결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율 상한은 기업 가치 산정과 M&A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법조계 “사후적 지분 제한, 재산권 침해 소지”
법조계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이미 영업 중인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사후적으로 지분 처분을 요구할 경우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배력 자체를 이유로 지분율을 제한하는 것이 과잉 규제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소급 적용 여부와 유예 기간 설정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성 규율’과 ‘산업 자율’의 시험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금융 인프라로 볼 것인지, 민간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 지분율 규제 검토를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다.
‘공공성에 따른 선제적 규율’과 ‘산업 자율성·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어디까지 규제의 손을 뻗을지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할지, ‘민간 플랫폼’으로 남겨둘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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