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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vs DL, 압구정 5구역 ‘운명의 90일’...수주전 본궤도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1 18:04

현대건설과 협업에 나서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 RSHP와 DL이앤씨 ACRO와 손잡은 아르카디스·에이럽./사진제공=각 사

현대건설과 협업에 나서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 RSHP와 DL이앤씨 ACRO와 손잡은 아르카디스·에이럽./사진제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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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2026년 2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총 공사비 약 1조7000억원, 최고 68층의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는 ‘압구정 5구역(한양 1·2차)’이 시공사 선정의 막을 올리면서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타운’ 수성이냐, DL이앤씨의 ‘아크로’ 탈환이냐. 대한민국 최고 부촌의 지도를 바꿀 90일간의 수주 전쟁을 조명한다.

◇ 압구정 재건축의 핵심, 5구역의 상징성과 경제적 가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압구정 5구역은 단순한 주거 단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6년 현재 상반기 정비사업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는 이 사업은 최고 68층, 약 1397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압구정 5구역은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에서도 한강 조망권이 가장 뛰어난 입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공사비만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시공권을 확보하는 건설사는 단숨에 국내 하이엔드 주거 시장의 정점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 결과가 향후 압구정 3·4구역 등 인근 재건축 단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90일간의 열전 '시공사 선정 타임라인 미리보기'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조합이 2026년 2월 초·중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공식적으로 내며 차세대 랜드마크 조성을 위한 대장정에 착수했다. 이번 수주전은 입찰 공고부터 최종 선정까지 약 90일간 긴박하게 전개될 예정이며, 크게 세 단계의 핵심 일정을 거치게 된다.

사업의 서막을 알리는 도입기인 2월에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와 현장 설명회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 입찰 참여를 검토해 온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의지가 대외적으로 공식화되며 수주전의 대진표가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본격적인 승부처가 될 전개기인 3월에서 4월 사이에는 건설사들의 구체적인 사업 제안서 제출이 이뤄진다. 각 건설사는 이 시기에 맞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관을 운영하며 자사가 보유한 하이엔드 브랜드의 특화 설계와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집중적으로 피력할 예정이다. 특히 현장 설명회 등을 통해 각 사의 기술력과 비전을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지지세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홍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승패가 갈리는 결정기인 5월에는 수주전의 대미를 장식할 조합원 총회 투표가 예정되어 있다. 5월 초·중순경 개최될 총회에서 조합원들은 각 건설사의 제안을 최종 검토하여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며, 이 결과에 따라 공사비 1.7조원 규모의 압구정 5구역 시공권 주인이 확정된다.

◇ 현대건설 ‘디에이치(THE H) 제국’의 완성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 시장의 ‘전통 강자’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의 핵심 키워드는 ‘브랜드 타운화를 통한 수성’이다.

이미 압구정 2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은 이번 5구역 수주를 통해 2구역부터 5구역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동일 브랜드를 대규모로 적용함으로써 얻는 관리 효율성과 압도적인 상징성이 조합원들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현대건설은 설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설계사 RSHP(Rogers Stirk Harbour+Partners)와 손을 잡았다. RSHP는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로이드 빌딩 등 하이테크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 설계사로 유명하다. 현대건설은 이들의 설계 DNA를 이식해 기술과 감성이 조화된 하이엔드 단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초고층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면서도 건축적 예술성을 확보한 설계를 제안하고 있다.

◇ DL이앤씨: ‘아크로(ACRO)’의 깃발로 판을 뒤집나

DL이앤씨는 압구정 5구역을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의 자존심을 세울 전략지로 낙점했다. DL이앤씨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탈환’이다.

DL이앤씨는 다른 구역보다 5구역 수주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의 독주를 막고 한강변 부촌의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크로 리버파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한강변 랜드마크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압구정5구역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의 가장 파격적인 카드는 “조합원 전 가구 100% 한강 조망”이다. 한강 조망 여부가 집값의 수억원을 좌우하는 압구정의 특성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설계 리더인 아르카디스(Arcadis), 세계 최고 권위의 구조 기술 기업인 에이럽(Arup)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초고층 건물의 구조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주거 본질에 집중해 ‘삶을 집에 맞추는 것이 아닌, 집에 삶을 맞추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DL이앤씨가 10일 오전 6시30분 압구정5구역 일대에서 임직원 200여 명이 영하 추위 속 조합원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펼쳤다. 임직원들은 “아크로(ACRO)가 압구정5구역을 대한민국 1등 단지로 만들겠습니다” 현수막을 내건 직원들은 2시간30분간 일일이 아침 인사를 건넸다.

◇ 수주전 승리 키포인트, 브랜드 가치와 실질적 이익의 접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전의 승패가 ‘브랜드의 확장성’과 ‘실질적인 조망권 확보’ 사이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이 제안하는 브랜드 타운의 파급력은 거대 단지가 주는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조합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반면, DL이앤씨가 내세운 ‘전 가구 한강뷰’는 조합원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자산 가치 상승 방안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68층이라는 초고층 건축물의 특성상 구조적 안정성과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양사가 각각 RSHP와 에이럽 등 글로벌 파트너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조합원들의 안전 및 기술적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압구정의 미래를 바꿀 5월의 선택

압구정 5구역 수주전은 단순히 두 건설사의 대결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급 주거 단지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1.7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공사비와 68층이라는 상징적 높이는 향후 한강변 스카이라인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시공사 선정까지 남은 90일 동안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자신들의 설계 철학과 사업 조건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압구정 5구역 조합원들이 선택할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부촌의 서열과 건설업계의 하이엔드 브랜드 지형도는 다시 쓰이게 될 전망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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