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지에 따라 정책금융 관련 비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공약을 내걸고 있어,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를 늘려가면서 자영업자와 국민을 지원했는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빚을 안 지고 국민에게 돈을 빌려줬고 국민의 빚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해당 공약 외에도 '가계와 소상공인 활력 제고·공정한 경제구조 실현'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 공약을 내놨다.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 지원방안 마련 ▲저금리 대환대출 등 소상공인용 정책자금 확대 ▲키오스크 등 각종 수수료에 대한 소상공인 부담 완화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도입 등이다.
서민, 특히 채무자 중심의 금융 공약도 발표했다.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 비용 부담을 금융소비자에 전가하지 못하게 하므로 원리금상환부담을 줄이는 방안,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 특별감면제·상환유예제 등 청산형 채무조정 적용 확대 등이다.
이재명 후보의 이러한 금융 공약 수립을 주도한 것은 정책자문기구에 합류한 금융권 전 고위급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출신의 김광수닫기


지난 16일에는 금융·자본시장위원회를 출범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정의동 초대 코스닥 위원장이 위원회의 고문을 맡았다.
수석 부위원장으로는 마호웅 전 우리은행 본부장, 이정원 전 골든브리지 부사장, 최재호 전 산은캐피탈 베트남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 설치하겠다고 밝힌 김 후보는 ▲매출액 급감 소상공업인에 대한 생계방패 특별융자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프로젝트’ 지원금 확대 등 '소상공인 응급 지원 3대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더해 김 후보는 자영업 금융 플랫폼 통합체계를 구축하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상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용평가 체계 혁신으로 소상공인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생애주기별 자금지원도 패키지로 구성해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저출생 관련 금융지원책도 발표했다.
주택구입에 활용할 수 잇는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을 마련하고, 버팀목 대출(전세) 기간 연장을 연장하는 등이다.
신혼부부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경우 소득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0~17세 자녀의 자산 증식을 위한 ‘우리 아이 첫 걸음계좌’도 신설할 방침이다.
취약계층 아동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금융 공약을 비롯한 김 후보의 대선 공약은 김상훈 정책위원장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담당한다.
지난 4월 출범한 ‘김문수 정책연구원’도 정책과 공약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용호 전 인하대 정치학과 교수가 공동대표이며 교수·업계 전문가 등 총 136명이 참여했다.
지난 1월에는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4월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은행장들을 소집해 의견을 나눴다.
만남의 취지는 은행권의 애로사항 청취였지만, 결국 규제 등 애로사항에 대한 해소를 담은 공약이 아닌 포용금융 확대에 대한 공약만 나왔다. 은행들은 난색을 표한다.
이미 올해 서민금융 지원 규모를 조 단위로 늘렸는데, 금리 인하 기조와 경제 변동성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정부와 민간이 4조 8000억원 규모의 서민금융을 추가로 공급, 올해 총 12조원 규모의 정책서민금융을 풀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공급되는 4조 8000억원 중 민간 금융사의 몫은 3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금리 인하·환율·밸류업 등 함께 챙겨야할 요소들이 많은 상황에서 비용을 더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은행도 기업"이라며 "포용금융도 중요하지만 건전성과 경쟁력, 발전을 위한 기반을 저해할 정도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