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양사 협력이 늦어질수록 국내 OTT 시장 1위 넷플릭스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은 점점 사라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티빙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가 그간 양사 합병이 인터넷TV(IPTV) 가입자 감소를 부추길까 우려해 합병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6일 열린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KT 의사와 무관하게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갔고 합병 전제의 길을 걷고 있다"며 "주주 가치 측면에서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져가고 있는데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최대 주주 CJ ENM(48.9%)을 이은 2대 주주(13.5%)다. KT스튜디오지니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대해 “여러가지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KT스튜디오지니가 요구한 합병 후 지분율에 대한 협의를 마쳤으며, 향후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 후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주주에서 떠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주주 간 상이한 이해관계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논의가 미뤄질수록 ‘콘텐츠 생태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 표본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각 플랫폼별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 61.1%, 티빙 16.5%, 쿠팡플레이 10.2%, 웨이브 9.0%다. 또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각 앱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넷플릭스(1345만명), 쿠팡플레이(684만명), 티빙(679만명), 웨이브(418만명) 순이다.
넷플릭스가 굳건히 1위를 지킬수록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의 넷플릭스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투자하지 않거나 구매하지 않는 콘텐츠 제작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는 생태계 자체가 약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국내 OTT 플랫폼들은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쿠팡플레이는 기존 쿠팡 멤버십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해 오던 쿠팡플레이를 다음 달부터 쿠팡 일반 회원에게도 무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도 생존을 위해서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MAU와 매출 규모 모두 넷플릭스의 70~80% 수준에 도달 가능하다. 또 CJ ENM(티빙), 지상파 3사(웨이브)와 대형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결집돼 오리지널 콘텐츠와 글로벌 진출 역량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대표는 “티빙과 웨이브를 모두 가입한 이용자(유저 오버랩)이 30% 미만”이라며 “웨이브의 주요 주주 이탈 등 우려사항은 있지만 여전히 웨이브와 티빙을 합치면 국내에서는 최고의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 경쟁력을 가진 법인이 탄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입자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콘텐츠 투자 여력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선순환 구조가 생겨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될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TT 업계 관계자도 “K콘텐츠가 해외에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플랫폼의 영향력보다는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 영향력에 편승하는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미디어 시장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구조상 우리만의 미디어 플랫폼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이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에 규모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투자를 하려면 먼저 ‘규모화’를 이뤄야 한다”며 “플랫폼이든 콘텐츠든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미디어 기업 간 여러 결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합병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양사 관계자는 “오래된 논의이긴 하지만 절차가 있다 보니 계속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모든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국내 미디어들 간 다양한 협업이나 집중된 투자, 사업 전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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