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18년 만에 물러나고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LG생활건강이 세대교체를 단행한다.


24일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차석용 부회장이 후진에게 길을터 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차 부회장은 최장수·최고령 대표 타이틀도 내려놓는다.
처음 차 부회장이 취임했을 때 LG생활건강은 위기였다.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이 회사의 생활용품 부문 매출은 약 828억원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60억원 줄어들었다. 내수 시장에 주로 의존하던 LG생활건강에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는 화장품 사업의 계절적 리스크를 줄이고 생활용품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차 부회장은 생리대 '바디피트'를 2010년 내 시장 지위 2위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07년에는 한국코카콜링보틀링(CCKBC) 인수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물경기가 위축됐던 2008년에도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보틀링을 기반으로 전년 대비 15.9% 성장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021년 3분기까지 LG생활건강은 끄떡없었다. 브랜드 '후'를 필두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렸다./사진=본사 DB
이미지 확대보기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021년 3분기까지 LG생활건강은 끄떡없었다. 브랜드 '후'를 필두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렸다. 매번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LG생활건강이었다. 실제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의 17년 연속성장과 함께 매출 9배, 영업이익 22배 증가 등 대기록을 세웠다. 또 취임 첫해 3만2000원이던 LG생활건강의 주가를 170만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이유는 화장품 사업이었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탓에 중국 내 화장품 사업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3분기만 보더라도 단일 브랜드로 매출 2조원의 신화를 썼던 '후'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브랜드 '숨'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들었다. 올해 4분기 실적을 책임지는 중국 광군제에서도 전년 대비 4% 감소한 3600억원의 매출을 실현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사진제공=LG생활건강

18년 만에 LG생활건강의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LG그룹은 첫 여성 사장을 내정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LG그룹은 신임 사장으로 이정애 부사장을 승진시켰다. 이 사장은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첫 여성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내정했다"고 말했다. LG그룹 측은 "실력과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중용하며 다양성을 강화하는 인사다"고 전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