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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위상재인’ 넘어 황병우式 리더십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5 05:00

iM뱅크로 시중은행 전환이 바꾼 iM금융의 판세
전국구 간판보다 수익모델 찾기가 진짜 관문
자본 생산성과 차세대 리더십이 향후 핵심 과제

[김의석의 단상] ‘위상재인’ 넘어 황병우式 리더십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대구은행이 오랜 간판을 내리고 ‘iM뱅크’라는 낯선 이름을 올린 지 2년이 지났다. 이듬해 봄에는 지주사 이름마저 DGB금융지주에서 iM금융지주로 바뀌었다. 은행과 지주, 두 번에 걸친 상호 변경은 지방은행 최초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승부수의 다른 얼굴이었다. 대구·경북이라는 익숙한 무대를 떠나 전국이라는 낯선 링에 올라선 것은 황병우닫기황병우기사 모아보기 iM금융그룹 회장 임기 중 최대 결단이었다.

황 회장의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조차 아직 가동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미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간판을 바꿨다고 몸값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이라는 새 명함이 실제 경쟁력과 수익성으로 이어졌는지,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는 숫자로 답해야 할 때다.

황병우 회장의 리더십은 김태오닫기김태오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의 유산과 맞닿아 있다. 김 전 회장이 ‘위상재인(爲商在人, 장사는 결국 사람에 달렸다)’을 내걸고 조직의 체질을 다졌다면, 황 회장은 그 기반 위에서 전국이라는 링으로 뛰어들었다. 내실을 다진 경영과 확장으로 나아간 리더십의 차이를 읽는 것이 iM금융의 현재를 보는 열쇠다.

판이 달라지면 룰도 달라진다. 대구·경북에서는 지역 기업과 고객을 오랜 시간 상대하며 쌓은 밀착 관계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전국 무대는 다르다. 금리와 디지털 편의성, 자본 효율성과 브랜드 인지도까지 한꺼번에 평가받는다. 이름표 하나 달았다고 대형 금융그룹과의 격차가 저절로 좁혀질 리 없다. 시중은행이라는 간판은 경쟁의 출발선일 뿐이다.

성적표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상반기 iM금융지주의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 줄었고, 영업이익경비율(CIR)은 51.0%까지 높아졌다. 총영업이익은 4.4% 늘었지만 판관비와 충당금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면서 순이익으로 이어지는 효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새 시장을 개척하고 건전성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시중은행 전환으로 넓힌 외형을 언제, 어떤 수익으로 증명할 것이냐는 것이다. ‘전환에 성공했다’는 선언만으로는 시장과 주주를 설득하기 어렵다.

▲비축한 자본과 지역금융 노하우를 등에 지고, 전국구 시중은행으로의 도약에 나서는 황병우 iM금융 회장.

▲비축한 자본과 지역금융 노하우를 등에 지고, 전국구 시중은행으로의 도약에 나서는 황병우 iM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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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그룹을 어설프게 흉내 낸 ‘작은 시중은행’은 답이 아니다. iM뱅크가 가진 진짜 자산은 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호흡하며 쌓아온 관계형 금융의 감각이다. 사업의 굴곡과 현금흐름, 거래의 역사를 읽어내는 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감각을 대구·경북 밖에서도 통하게 만드는 일이다. 전국은행의 자격은 지점 숫자에 있지 않다. 지역에서 다진 금융 역량을 낯선 시장에서도 수익으로 바꿔내는 실행력에 있다.

자본의 생산성 역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PF 리스크를 정리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2%대로 끌어올린 것은 성장의 전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시장은 ‘그렇게 쌓아둔 자본으로 얼마를 벌어오는가’를 묻는다. 자본을 지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굴리는 경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iM증권, iM라이프, iM캐피탈, iM에셋자산운용, iM투자파트너스 등 비은행 계열사도 각자의 실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룹 전체의 자본 배분 효율을 높이는 성장축이 돼야 지방 금융그룹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경영의 연속성을 생각하면 결국 사람의 문제로 돌아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김태오 전 회장의 ‘위상재인’을 가장 깊이 계승하는 길은 자신의 리더십을 오래 붙드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을 뛰어넘을 다음 리더를 키워내는 데 있다. 여러 인재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현장의 성과와 위기 대응 능력으로 검증해야 한다. 후계자 한 명을 미리 정해놓는 것보다 경쟁하고 검증받는 인재가 끊임없이 나오는 구조가 조직을 오래 가게 한다. 수장이 바뀌어도 그룹의 대전략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리더십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최근 최고경영자 후보 자격과 승계 절차를 구체화한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제도를 만들어놓는 것과 승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도가 실제 인재를 키우고 검증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특정인의 리더십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 스스로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황 회장의 향후 경영을 바라보는 질문은 복잡하지 않다. 시중은행 전환을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관계형 금융의 강점을 전국구 경쟁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쌓아둔 자본을 고효율 수익 모델로 바꿀 수 있는가. 그리고 수장이 바뀌어도 전략을 이어갈 조직을 만들 수 있는가.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결국 이 네 가지다.

김태오 전 회장이 ‘위상재인’으로 사람의 가치를 강조하며 토대를 다졌다면, 황병우 회장은 그 철학 위에 변화와 확장을 얹었다. 간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왜 바꿨는지를 숫자와 실체로 증명해야 한다. 연임 그 자체가 리더십의 훈장이 될 수는 없다. 더 넓어진 시장에서 통하는 수익모델, 높아진 자본 생산성, 그리고 수장이 바뀌어도 스스로 성장하는 조직. 그것이야말로 ‘황병우식 리더십’이 iM금융그룹에 남겨야 할 진짜 성과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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