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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이면 쿠팡과 붙겠다”…동네슈퍼, 대형마트 새벽배송 ‘반전 제안’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4 13:34

수퍼마켓조합, 5년간 5000억 투자 조건 제시
엇갈린 소상공인단체, 규제 완화 '산 넘어 산'

한 전통시장에 걸려있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반대 현수막. /사진=박슬기 기자

한 전통시장에 걸려있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반대 현수막. /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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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올해 2월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8개월 만에 골목상권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를 이유로 규제 완화에 반대해온 소상공인단체가 처음으로 조건부 수용을 내걸면서다. 슈퍼마켓단체는 정부가 골목상권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5000억 원을 지원한다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규제로 대형마트를 막기보다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다만 다른 소상공인단체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규제 완화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연합회)는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동네 슈퍼의 디지털 전환 촉진 조항을 신설, 이와 관련한 예산 국비 보조 근거 마련 등을 포함해달라는 상생 제안서를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

그동안 소상공인단체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한목소리로 반대해온 가운데 처음으로 조건부 수용 입장이 나온 것이다.

골목상권 내부에서 나온 이번 제안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는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환경을 고려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집중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당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규제 불균형 문제가 부각된 데 이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새벽배송 빗장 푸는 조건은 5000억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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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가 원하는 건 5년간 50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해 ▲지자체 공공 배달앱 내 ‘동네슈퍼 1시간 쾌속장보기’ 전용 카테고리 구축 ▲판매정보시스템(POS) 및 재고관리시스템과 공공배달앱 간 실시간 연동을 통한 주문 편의정 제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배달 수수료 0원’ 실현 ▲반찬가게 및 떡집 등 동네 상인이 함께하는 공동묶음배송 인프라 형성 등이다.

연합회는 이를 통해 골목상권이 네이버쇼핑이나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와 대등한 디지털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해당 조건들이 수용되면 연합회는 그간 반대해 온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도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위한 상생방안을 검토했다. 산업부와 중기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7월 대형 유통사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10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조성과 새벽배송 시 1만 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 제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합회가 이번에 요구한 지원 규모는 정부가 앞서 제시한 상생협력기금의 5배에 달한다. 단순히 기금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네슈퍼의 주문·재고·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대형 이커머스 업체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달라는 취지다.

다만 5000억 원의 재원을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비율로 부담할지, 지원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공공배달앱과 동네슈퍼의 판매·재고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전국 단위의 공동 배송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소상공인단체…규제 완화까진 ‘산 넘어 산’

일부 소상공인 단체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에 대한 조건부 수용을 내걸었다. /사진=생성형AI

일부 소상공인 단체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에 대한 조건부 수용을 내걸었다. /사진=생성형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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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합회의 조건부 수용이 소상공인업계 전체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상인연합회(전상연) 등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슈퍼뿐 아니라 골목상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공연 측은 “우리 입장에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모든 소상공인 업종과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소공연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했다. 전상연 측 역시 “향후 상황에 따라 바뀔 순 있겠지만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반대하는 입장을 냈던 당시와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단체마다 이해관계도 다르다. 동네슈퍼를 대변하는 연합회는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통시장과 다른 업종의 소상공인들은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채 피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정부가 앞서 10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과 1만 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 제한 등을 제시한 것도 이해관계자 간 접점을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합회가 요구한 지원 규모가 5000억 원으로 커진 데다 다른 소상공인단체들은 여전히 규제 완화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단일 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1만 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 제한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온라인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 판매 제한을 대형마트에만 추가할 경우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형평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배송기사의 야간작업을 제한하는 법안도 새벽배송 확대 논의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의 시간을 포함하는 야간작업의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의 새벽배송 운영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연합회의 조건부 수용을 규제 완화 논의의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원 규모와 대상, 판매 제한 범위 등을 놓고 정부와 대형마트, 소상공인단체 간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은 시간과 품목에 제한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반면 대형마트에만 과거의 규제가 유지되면서 경쟁 여건이 기울어져 있다”며 “골목상권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되 유통채널 간 형평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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