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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48년 정비 노하우 동남아 확장…데뷔 무대는 '태국'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4 15:51

국내 군용기 물량 한정적…해외 정비 시장 확대
태국, UH-60 기단 꾸준히 늘려…대한항공 ‘주종목’
2025년 항공우주사업 부문 적자 탈출…“기술력 인정 분위기”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엔진테스트셀(ETC)에서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엔진테스트셀(ETC)에서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대한항공이 48년간 쌓아온 군용기 정비 노하우를 동남아시아로 확장한다. 그 첫 무대는 태국이 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군용기 물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해외 정비 시장을 예고해 왔다. 특히 이번 협력 첫 대상으로 낙점된 UH-60은 1991년부터 35년간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정비를 맡아온 기종으로, 오래 다뤄본 만큼 경쟁력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해석이다.

첫 동남아 수출 무대 ‘태국’

대한항공은 태국 국영 항공정비업체 TAI(Thai Aviation Industries)와 손잡고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 진출한다. TAI는 태국군이 운용하는 항공전력의 유지·보수를 총괄하는 태국 국영 정비기업이다.

태국은 최근까지도 UH-60 기단을 꾸준히 늘려온 나라다. 2012년 동남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최신형 UH-60M을 도입했고, 2022년에는 노후 기체를 대체할 UH-60A 9대를 추가로 발주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정부가 시콜스키에 발주한 12억4000만 달러 규모 UH-60M 공급계약에 호주·브라질·그리스·스웨덴과 함께 태국도 포함됐다. 정비 수요가 줄어드는 노후 시장이 아니라, 오히려 기단을 계속 늘려가는 성장 중인 시장인 것이다.

다만 여러 차례에 걸쳐 소규모로 나눠 도입하다 보니 기종도 UH-60L·M·A로 갈려 있어, 정비·부품 관리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은 생산부터 창정비·성능개량까지 UH-60을 약 30년간 다뤄온 만큼, 이 이력이 이번 협력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양사는 태국 육군 주력헬기 UH-60 '블랙호크' 창정비부터 시작해, 앞으로 태국군이 보유한 다른 군용기로도 협력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정비 기술뿐 아니라 정비 공정을 표준화하는 방법과 기술 교육까지 TAI에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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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사업, 적자 터널 끝

이번 협력은 국내 물량이 정비 수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사례다. 국내에 있는 군용 항공기가 낡아서 점점 퇴역하면 정비할 물량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런 위험에 대비해 항공기 성능을 개선해주는 사업을 새로 개발하고 해외 정비 시장에도 나가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의 날개와 동체 주요 구조물을 설계·제작해 납품하는 항공기체 사업, 군용기를 고치고 성능을 개선하는 군용기 사업, 그리고 드론을 만드는 무인기 사업이다. '아시아 최대 군용기 정비창'으로 꼽히는 군용기 사업에서는 지난 40여 년간 국군과 주한미군 항공기의 창정비 및 개조·성능개량 작업을, 지난 50여 년간은 5500대가 넘는 군용기 창정비·성능개선 경험을 쌓아왔다.

항공기체 사업에서도 생산 거점을 넓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베트남 협력사에 기술을 지원해 보잉 787 기종의 날개 끝부분(윙팁) 현지 초도 생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부산광역시가 주관하는 항공부품 첨단제조 실증센터 구축 프로젝트의 기술개발 주관사로도 선정됐다. 향후 이 기술력을 군용기·무인기 구조물로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무인기 사업도 최근 성장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중고도 무인기(MUAV) 양산 1호기와 저피탐 무인 편대기 비행시제기를 잇달아 출고하며, 개발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양산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방산 기술기업인 안두릴(Anduril), 아처(Archer)와 기술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발판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무인기 시장 진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유·무인 복합체계(MUM-T), 스텔스, 항재밍 등 미래 전장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병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무인표적기 국산화, 개방형 무인기 플랫폼, 35톤급 메탄엔진 개발 과제 협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 항공우주사업 분야는 2019년만 해도 매출 7404억 원에 영업이익 385억 원을 내며 탄탄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이 꺾이면서 처음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2021년 370억 원 ▲2022년 6억7000만 원 ▲2023년 113억7000만 원 ▲2024년 157억1000만 원으로 계속 적자가 이어졌다. 그러다 2025년 매출이 7796억 원으로 전년보다 31.5%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도 242억 원을 기록해,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5년간 적자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영업익 증가엔 최근 당사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분위기로, 수주에 긍정적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용기 대형계약도 잇따라

지난해에는 군용기 관련 대형 계약도 잇따랐다. 한국군의 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과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을 합쳐 총 1조5000억 원 규모 계약을 따냈고, 8000억 원 규모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미 공군 A-10 공격기의 경우 1985년부터 2025년까지 40년에 걸쳐 총 284대의 창정비를 마치기도 했다.

이 가운데 UH-60은 대한항공 주력 정비 기종 중 하나로, 이번 태국 협력 대상이기도 하다. 항공우주사업 전체로 보면 아직은 항공기체 사업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군용기와 무인기 비중이 점점 커지는 흐름 속에서 정비 사업 자체를 해외로 수출하는 방향까지 나아간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K-MRO의 우수성을 동남아 전역으로 전파하고, 양사가 동남아 항공 MRO 시장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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