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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금융위 세종행(行), 청사보다 사람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9 05:00

세종 이전 추진에 금융정책 인력 유출 우려 현실화
시장 현장과 거리 멀어져… 정무위 국감 쟁점 예고
이전보다 인력 사수하고 기능별 재배치부터 따져야

[김의석의 단상] 금융위 세종행(行), 청사보다 사람이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금융위원회 세종 이전 방안이 지난 25일 국무회의 안건에서 전격 제외됐다. 내부 반발과 이직 우려가 거세지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공론화를 거쳐 10~11월께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연기가 백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추진 시점만 늦춰졌을 뿐이다.

9월 정기국회 예산 심의와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 세종행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이 단순히 '공공기관의 물리적 지방 이전'이라는 찬반 양자택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금융정책 경쟁력의 핵심인 기능별 배치와 전문인력 이탈 방지책부터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금융정책은 청사 안 서류함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정책을 시장에 내놓은 뒤 금융회사의 움직임과 자금 흐름, 현장에서 불거지는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가계대출과 자본시장처럼 변화가 빠른 분야일수록 금융위의 정책 수립 능력과 현장의 거리가 성패를 가른다.

현장 접근성은 금융위의 위기 대응력을 좌우한다. 정책 컨트롤타워가 수도권을 떠나면 시장의 이상 신호를 포착하는 시차가 벌어질 수 있다. 평시에는 출장에 따른 불편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순간에는 판단 지연과 정책 실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행정에서 물리적 거리는 단순한 이동시간이 아니다. 위기를 막을 정보가 오가는 시간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금융위 정책 기능의 세종 이전 및 일부 현장 조직 잔류'와 같은 이원화 구상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주요 금융회사 본점과 자본시장이 여의도와 광화문에 집중된 상황에서 정책 수립 기능과 현장을 떼어놓는 것은 역출장과 소통 비용만 늘릴 뿐이다. 주소를 둘로 나눈다고 현장 대응력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 전체가 지속가능하다는 원칙에도 동의한다. 다만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 잣대는 경계해야 한다. 제조공장이나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금융위의 정책 집행은 시장과 기업, 투자자와 실시간으로 연결돼야 한다. 균형발전의 명분만으로 금융정책의 현장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명분은 균형발전, 실상은 밀어내기… 금융위 세종 이전설의 민낯

▲명분은 균형발전, 실상은 밀어내기… 금융위 세종 이전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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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AI 시대에 물리적 거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화상회의와 전자보고가 현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금융위의 업무는 정형화된 숫자만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평소와 다른 기류를 감지하고 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신호를 읽는 능력이 정책 판단을 가른다. 위기 순간에 필요한 것도 보고서 한 장이 아니라 신속한 판단과 현장 실행력이다.
금융위 세종행 추진 소식에 따른 실무진의 이직 우려를 단순한 이전 반대 여론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허리를 이루는 정책 전문인력의 유출은 금융위가 직면한 가장 직접적인 위험이다.

금융당국의 인력 유출은 이미 진행 중이다. 과도한 업무 강도 속에서도 금융위에 우수 인재가 몰린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서울 근무라는 입지적 장점이었다. 올해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과 차석이 세종의 기획재정부 대신 서울의 금융위를 선택한 배경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세종 이전은 금융위가 가진 핵심 인재 유인책 하나를 스스로 내려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금융위의 중추인 30~40대 사무관·서기관급 실무진의 이탈은 정책 전문성 단절로 직결된다.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보며 축적한 정책 노하우와 데이터 해석 능력은 신규 채용만으로 단기간에 복원하기 어렵다.

현장 접촉이 줄면 이상 징후를 포착할 기회도 줄어든다. 저축은행 사태와 레고랜드 사태, 새마을금고 위기가 남긴 교훈도 같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필요한 것은 탁상 위의 대책만이 아니다. 현장을 읽는 안목과 금융위의 신속한 정책 판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해법이 이전 찬반이라는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금융위 전체를 통째로 옮기거나 임시방편으로 기능을 쪼개는 방식부터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시장 접점이 크고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정책 기능은 현장에 남기는 등 실질적인 기능별 배치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

핵심 인력 유출 방지책도 이전 확정 이후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직무별 이탈 위험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인센티브와 처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시간을 벌어둔 지금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청사 배치도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핵심 인력과 정책 기능의 손실을 계산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일이다.

금융위의 경쟁력은 청사의 위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문인력을 지키고 시장과 현장의 거리를 좁히는 데서 나온다. 금융위가 청사 이전보다 사람과 정책 기능을 먼저 살피겠다는 일념으로, 더 나아가 금융정책의 현장성과 대한민국 금융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최선의 해법을 찾아주길 기대해 본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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