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혁 신한은행장 / 사진=신한은행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외형 확대가 어려워진 가운데, 신한은행은 단순 담보대출보다 도시개발·주택공급·친환경 에너지·물류 인프라 등 실물경제와 연결되는 프로젝트 금융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PF 정상화펀드, 재생에너지 PF, 항만물류 인프라 펀드, 국민성장펀드 판매 등이 잇따르면서 신한은행의 부동산금융 전략은 단순한 ‘부동산 익스포져 관리’를 넘어 생산적 금융 체계 안에서 재정의되는 모습이다. 부실 우려 사업장은 정상화해 도심 주택공급으로 연결하고, 신규 자금은 미래 산업과 친환경 인프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주담대 성장판 닫히자 기업·프로젝트 금융으로 이동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의 여신 흐름은 이 같은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신한은행의 3월 말 원화대출금은 338조822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 늘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45조4675억원으로 0.6% 줄었고, 주택담보대출도 0.7% 감소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193조3552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이는 신한은행의 부동산금융 전략이 더 이상 주담대 중심 외형 성장에 기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주담대 확대 여력은 좁아졌고, 신한은행 역시 가계대출을 줄인 자리를 기업대출과 프로젝트 금융으로 채우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경향성은 지난해부터 이미 드러났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투자금융 수수료는 전년대비 무려 47.4% 늘어난 2295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법인인 SBJ은행, 신한자산운용과 함께 일본 미야기현 와타리 지역에 약 20MW 규모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했고, 국내에서도 인프라 조성 사업 투자·금융주선에 적극 나선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2월에는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과의 MOU를 통해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환경 ▲전력중개거래 등 사업 전반에 대한 금융 협력을 약속하는 등 저변이 꾸준히 넓어지는 모습이다.
CIB·여신·자본시장 라인, 기업금융 전환 실행축
전략 전환을 뒷받침하는 조직은 신한은행의 CIB그룹과 여신그룹, 자본시장그룹 등 기업금융 관련 라인이다. 대형 PF와 인프라금융은 단순 영업점 대출과 달리 사업성 검토, 금융주선, 대주단 구성, 리스크 심사, 자본시장 연계가 동시에 필요하다. 신한은행이 최근 추진하는 부동산금융 재배치도 이들 조직의 협업을 전제로 한다.
핵심 축은 장호식 부행장이 이끄는 CIB그룹이다. 2026년 1월 1일 기준 신한은행 경영진 프로필에 따르면 장 부행장은 CIB그룹장으로, 투자금융부 팀장, 투자금융부장, 투자금융본부장 등을 거친 투자금융 전문가다. 경력 초반에도 무교대기업금융, 대기업지원부, 종합금융지원부 등을 거친 만큼 대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양쪽 경험을 갖춘 인물로 분류된다. 신한은행이 공덕역 PF 정상화, 영광 태양광 PF, 항만물류 인프라 펀드 등에서 단순 대출보다 금융주선·구조화 기능을 강조하는 배경에도 CIB 조직의 역할이 깔려 있다.
리스크 관리는 강명규 부행장이 맡은 여신그룹이 담당한다. 강 부행장은 여신관리부, 여신심사부, 프로젝트금융부 팀장, 기업여신심사부, IB심사부, 대기업강남본부 등을 거쳐 2024년부터 여신그룹장을 맡고 있다. 부동산PF와 인프라금융은 장기 현금흐름과 담보가치, 인허가 리스크, 시공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만큼, CIB그룹이 딜을 발굴·주선한다면 여신그룹은 선별과 사후관리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구조다.
정상혁닫기
정상혁기사 모아보기 행장 본인도 기업금융 경험을 갖고 있다. 정 행장은 성수동기업금융센터장 겸 커뮤니티장, 자금시장그룹장 등을 거쳐 은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가계대출 중심의 외형 확대보다 기업·자본시장·프로젝트 금융을 결합한 전략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이 같은 경영진 구성과 무관치 않다.공덕역 PF 정상화…부실 우려 자본을 주택공급으로
신한금융그룹의 공덕역 주상복합 개발사업 정상화는 이 같은 전략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신한금융은 캠코와 공동 출자한 ‘신한 PF 정상화펀드’를 통해 서울 마포구 공덕역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본PF 1400억원 금융주선을 완료했다. 해당 사업은 2022년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중단됐던 현장이다.신한금융은 2023년 9월 캠코와 함께 총 2350억원 규모의 PF 정상화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신한자산운용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설립과 사업 구조 재편을 총괄하고,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 등 주요 그룹사가 금융주선과 출자에 참여했다. 기존 도시형 생활주택 중심의 개발 계획을 주상복합 아파트 중심으로 바꾸는 인허가 변경을 추진해 사업성을 개선한 점도 특징이다.
이 사례는 신한은행 부동산금융의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처럼 부실 우려 사업장에 단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 구조를 바꿔 본PF로 연결하고 도심 주택공급이라는 실물경제 성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다. 신한금융도 이번 사례를 두고 부실 우려로 묶여 있던 자금을 도심 주택공급이라는 생산적 영역으로 다시 연결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PF금융 무게추 대형 인프라사업으로 이동
신한은행의 프로젝트 금융은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신한은행은 한국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전남 영광군 소재 90MW급 태양광 발전사업 PF 금융약정을 완료했다. 금융약정 규모는 약 2410억원으로,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이 공동 주선기관 및 대주단으로 참여했다.이 사업은 전남 영광군 일대에 9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고, 약 50km 길이의 154kV 지중 송전선로를 통해 광주광역시 광산구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재생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특히 장기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기반으로 설계돼 생산 전력은 향후 30년간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인 현대건설에 전량 판매될 예정이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이 사업이 단순한 에너지 PF를 넘어 생산적 금융의 성격을 갖는다.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을 지원하고, 장기 수요처를 확보해 사업 안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1단계 90MW 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2단계 70MW, 3단계 140MW까지 확대돼 최종 300MW 규모 태양광 클러스터로 조성될 계획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부동산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신한은행이 ‘개발 부지에 돈을 대는 은행’에서 ‘실물 인프라의 사업성·수요처·장기 현금흐름을 따져 금융을 설계하는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PF가 분양성과 부동산 경기 흐름에 민감했다면, 재생에너지 PF는 장기 전력구매계약과 산업 수요를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룹과 함께 항만물류 인프라 투자에도 나섰다. 신한금융은 지난 22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조성하는 2230억원 규모의 국내 첫 항만물류 인프라 블라인드 펀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룹사인 신한자산운용이 이 가운데 117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운용을 담당한다.
해당 펀드는 해상풍력 전용 항만, 수소·암모니아 터미널, 친환경 연료 벙커링 시설 등 항만 에너지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인프라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한다. 신한자산운용이 조성·운용하는 1170억원 규모 ‘신한 탄소중립 항만인프라 펀드’에는 신한자산운용 20억원, 신한은행 100억원, 한국해양진흥공사 1000억원 등이 출자한다.
이는 신한은행의 부동산금융 외연이 물류·항만·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만은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국가 물류망과 에너지 전환 전략이 결합된 핵심 인프라다. 신한금융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자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펀드에 참여한 것도 부동산·인프라 금융을 생산적 금융의 한 축으로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부동산금융은 이제 주담대 중심의 안정적 이자수익원이 아니라, 그룹 IB 역량과 생산적 금융 전략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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