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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전망’ 배터리…中 공급 과잉 이어 기술 장벽 우려

이성규 기자

lsk060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06 15:21

제조혁신과 ‘표준 패권’ 압박…'프리미엄 전략' 강화 시급

배터리별 특허 출원 추이./출처=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배터리별 특허 출원 추이./출처=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국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은 점유율 하락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캐즘’으로 표현하기에 그간 지속된 부진을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이 문제지만 이제는 기술 장벽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배터리 산업 전반 재점검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2078억원), 삼성SDI(-1556억원), SK온(-3495억원)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 등이 부각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공장가동률이다. 평균 가동률은 LG에너지솔루션이 46.9%, SK온은 36.5%로 이전대비 낮아졌다. 공장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멈춰 있다는 의미다. 삼성SDI는 65%로 비교적 높지만 이는 ‘소형 전지’ 품목만 집계한 수치다. 전기차(EV) 등을 포함한 전체 가동률은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하이브리드(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469.2 GWh(기가와트시)로 전년동기대비 16.3% 늘었다.
2026년 1월~5월 배터리 사용량./출처=SNE리서치

2026년 1월~5월 배터리 사용량./출처=SNE리서치

사용량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각각 3위와 6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용량은 전년동기대비 7.3% 증가한 41.0 GWh, SK온은 5.8% 감소한 15.8 GWh로 나타났다. 두 기업 모두 시장점유율은 축소됐으며 그 자리는 대부분 중국 중견 배터리 기업들이 차지했다.

배터리 산업은 줄곧 ‘캐즘(Chasm)’이란 단어로 표현됐다. 캐즘이란 새로운 제품이 생산 초기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끈 후, 대중화로 넘어가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공백기를 뜻한다.

그러나 배터리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일시적’ 현상이 아닌 가격경쟁 등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린 결과다.

대표적으로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했다. 중복상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자금조달과 투자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즉 ‘캐즘’은 투자자들에게 배터리 산업에 대한 일종의 희망고문이었던 셈이다.

AI·로봇 산업 발전 기대…지속되는 중국 공급 과잉

올초부터 AI와 로봇 산업 발전 기대감은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았다. 현실은 중국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했지만 일명 ‘장밋빛 전망’이 투자자들의 눈을 가린 셈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자국 수요를 넘어 전 세계 수요를 집어 삼키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중국의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은 최대 6720 GWh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 전 세계 예상 배터리 수요는 5100 GWh다. 중국 한 나라 생산 시설만으로 공급은 차고 넘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의 생산능력은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이러한 압도적인 물량 공세는 배터리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시장 가격 결정권이 중국 기업들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기술 장벽’+’표준 패권’ 앞세워

이제까지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물량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기술 규제와 국가 표준 등 또 다른 장벽을 쌓는 모습이다.

중국은 올해 7월부터 강화된 배터리 안전 국가 표준을 시행한다. 열폭주 발생 후 120분 동안 화재나 폭발이 없어야 하며, 연기가 승객 공간으로 유입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으로 제시했다. 해당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배터리 부문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발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100km당 전력 소비 기준도 강화돼 저효율 차량의 시장 퇴출 압력을 높이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나트륨 이온’ 분야에서도 중국은 전 세계 특허와 상업용 공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낮은 인건비를 앞세우는 것이 아닌 제조 공정 디지털화와 자동화 부문에서 격차를 벌이는 전략이다. 일명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통해 AI 기반 공정 제어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AI와 로봇 분야에서 미국이 견제할 정도로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배터리 생산 비용을 30%까지 줄일 수 있는 건식 공정 기술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상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정부 주도로 배터리 부문에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공급 과잉 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대표 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인 BYD는 지난해부터 생산량 감축과 동시에 증설 계획을 연기했다.

그러나 중국이 양적관리와 함께 질적관리에 나섰다는 주장이 높은 설득력을 가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글로벌 통상 마찰 문제를 기술 격차를 통한 ‘표준’으로 대체(시장 주도권 유지)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3사 또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LFP 배터리 생산 확대, 전고체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개발 등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집중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양과 질 양쪽 모두에 승부를 거는 중국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략을 점검하고 원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중국 배터리 공세에 대응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 유럽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과 유럽이 배터리 부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의 제조 능력을 미국 스타트업 등 기술기업과 융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이 규모와 속도 측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니켈-코발트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전략이다. 나트륨은 리튬 대비 흔하기 때문에 중국의 광물 무기화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실리콘 음극재 개발 역시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흑연 수요(기존 음극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허 및 초기 양산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마일로 맥브라이드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한국 및 일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며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개발 등은 특정 광물 의존도를 줄이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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