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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본격화한 AI 분배 논쟁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⑫]

전명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6-18 05:00

소득분배서 자산소유로 패러다임 전환
미국서 촉발…한국 더 나은 해법 모색중

마침내 본격화한 AI 분배 논쟁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⑫]
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에서 AI시대 분배 논쟁이 본격화했다. 2026년 6월, 미국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선 사람들이, 일제히 같은 주장을 들고 나와 논란은 더 뜨겁게 타올랐다. 분배라는 거대 담론을 둘러싼 논란이 언젠가 수면 위로 올라오리라 예상은 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그 과정을 따라가 보자.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6월 2일 '미국 AI 국부펀드법(American AI Sovereign Wealth Fund Act)'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OpenAI, 앤트로픽, xAI 같은 대형 AI 기업의 주식에 일회성으로 50%의 세금을 매기되, 현금이 아니라 '주식'으로 걷는다. 그렇게 모은 지분으로 공공 펀드를 만들어, 모든 미국인에게 의결권과 배당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말은 분명했다. "AI와 그것이 가져올 인간 삶의 변화가, 한 줌의 빅테크 과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에 벌어진 게 더 흥미롭다.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의 핵심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이 샌더스와 똑같은 숫자를 들고 나왔다. 그는 "우리는 푼돈을 받을 게 아니라, 지분의 50%를 토해내게 해서 미국 시민에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종주국에서 좌파의 상징과 극우 전략가가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여기에 당사자인 샘 올트먼 OpenAI CEO까지 가세했다. 그는 이미 2025년부터 정부에 'AI 기업 지분의 공공 소유'를 제안해 왔고, 2026년 4월에는 시민에게 AI 성장의 지분을 주는 '공공부 펀드(Public Wealth Fund)' 구상을 공식 정책 제안으로 내놨다. 50%라는 숫자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공공이 AI 기업의 지분을 갖는다는 개념 자체에는 함께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6월 들어 정부가 AI 기업의 지분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년 6월 버니 샌더스, 스티브 배넌,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대표적인 AI 회사의 CEO 샘 알트먼이 AI 회사의 지분의 일부를 공공이 소유하는 것에 동의 의사를 표명했다. AI 사회에 대한 대응이 공식화된 것이다. (이미지: AI활용)

2026년 6월 버니 샌더스, 스티브 배넌,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대표적인 AI 회사의 CEO 샘 알트먼이 AI 회사의 지분의 일부를 공공이 소유하는 것에 동의 의사를 표명했다. AI 사회에 대한 대응이 공식화된 것이다. (이미지: AI활용)


좌와 우,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가리킨 셈이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공공이 AI를 소유하자'는 논쟁이 이렇게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을 전통적인 좌우 대립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 AI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생산성에 사회가 붕괴되는 것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룰을 바꾸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분배가 화두로 떠올랐나

배경에는 두려움이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부가 소수에게만 쏠리고, 정작 그 파괴적인 대가를 평범한 시민들이 치를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통계가 그 두려움을 뒷받침한다. 2026년 5월 한 달간 미국 테크 기업이 발표한 감원은 3만 8천 명으로, 거의 2년 만에 최대치였다. 연초부터 누적된 감원은 12만 명을 넘어섰고, 그 상당수가 'AI 도입에 따른 구조조정'을 이유로 들었다.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은 2024년 정점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신호가 통계로 잡히고 있는 것이다.

샌더스의 논리에는 한 가지 날카로운 지점이 있다. AI 기업들이 수백만 명의 창작물을 허락도, 보상도 없이 가져다 모델을 학습시켰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 창작물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들에게 사실상 도둑맞은" 셈이다. AI의 능력은 인류 전체가 쌓아온 지식 위에 서 있는데, 그 열매는 소수 기업이 독식한다. 그러니 그 부의 일부를 공공이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핵심은 '세금'이 아니라 '소유'

이런 논쟁이 공식화된 것도 중요하지만, 이 논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분배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샌더스 안의 핵심은 'AI가 버는 돈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 아니다. 'AI 기업의 지분 자체를 공공이 갖자'는 것이다. 둘은 전혀 다르다. 세금은 기업이 이익을 낼 때만, 그것도 매년 다시 걷어야 한다. 경기가 꺾이면 줄어들고, 적자가 나면 사라진다. 반면 지분은 한 번 가지면 그 자체로 자산이 된다. 기업이 성장하면 그 가치도 함께 오르고, 배당은 소유의 결과로 자동으로 따라온다.

미국의 논쟁이 도달한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AI 시대의 부를 시민에게 돌려주려면, '세금으로 떼어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산을 소유하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 거듭 강조해 온 그 논리다. 세금 기반 분배는 지속되지 않는다. 소유 기반 분배라야 지속성이 보장된다.

그 모델이 멀리 있지도 않다. 샌더스 본인이 근거로 든 것이 알래스카 영구기금이다. 알래스카는 50년 전 주(州)의 석유 수익으로 기금을 만들어, 지금까지 모든 주민에게 해마다 배당을 지급해 왔다. 자원을 시민이 소유하고 그 수익을 나누는 모델은, 이미 반세기 동안 검증된 것이다.

AI 기업 지분이 가진 세 가지 한계

그런데 깔끔하지 않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미국의 논쟁은 '어떤 자산을 소유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AI '기업의 지분'을 답으로 골랐다. 필자는 이 답에 한편으로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명백한 한계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첫째, AI 기업의 지분은 불안정하다. OpenAI는 2026년 한 해에만 14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되고, xAI도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다. 적자 기업의 지분을 공공이 떠안는 것은 자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공유하는 것일 수 있다. 만약 특정 기업이 무너지면? 그 지분의 가치도 같이 사라진다. 기업의 지분 공유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모델이다.

둘째, 기업 지분의 공공 소유는 '정부와 기업의 융합'이라는 위험을 부른다. 정부가 기업의 의결권과 이사회 자리를 쥐면, 규제하는 자와 소유하는 자의 경계가 무너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AI 정책 책임자조차 이 점을 우려했다. 자칫하면 사실상 정부가 기업을 소유하는 중국과 비슷한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이 논의 참여 자체를 거부했다. 정부가 소유자가 되는 순간 벌어질 일을 경계한 것이다.

셋째, 대상 기업 선정 기준 문제다. AI 발달로 초과이윤을 얻는 기업의 경계는 대단히 애매하다. OpenAI나 앤트로픽 같은 AI 모델 회사가 대상인가, 아니면 엔비디아 같은 AI 칩 개발 회사도 포함되는가? 폭증하는 전력 수요로 가치가 폭등하는 전력 설비 회사, 태양광 패널 업체,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업 등도 포함되는 것인가? 현시점 가장 시총이 높은 스페이스X도 포함되는 것인가? 한마디로 공공 펀드에 편입할 기준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다리오 아모데이의 또다른 질문

샘 올트먼과 버니 샌더스가 '지분 분배'를 이야기하는 동안,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부의 집중을 강하게 경고하면서도, 정부가 빅테크의 성과를 거둬 대중에게 단순히 푼돈을 나눠주는 방식(UBI)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시민들이 수동적인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주체적인 경제적 참여자이자 소유자'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아모데이는 문제의 지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자신의 답을 제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정답이 '기술 기업 지분' 하나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변동성 높은 기술 자산의 위를 든든하게 떠받칠,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인 기반 자산'은 무엇일까?
AI의 물리적 기반, 에너지 인프라에 주목한다

그 답은 결국 물리 법칙과 열역학의 세계에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 경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입력은 전자(Electron)이고, 출력은 토큰(Token)이다." 전기를 넣으면 AI 가치가 나온다는 뜻이며, AI 시대의 진짜 병목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결국 전기라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연산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어도, 전자는 유한하다. 주가와 기업 가치는 출렁여도 전력 인프라는 물리적 실체로서 스스로 수익을 내는 가장 안정적인 자산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공유하는 자산의 종류가 하나로 국한될 이유는 없다. 불안정한 AI 기술 기업의 지분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AI 관련 업체들이 반드시 소비해야만 하는 에너지 생산 인프라(태양광, 풍력, 차세대 원전, 전력망)의 지분을 함께 부여하는 구조는 어떨까? 필자가 UBEE(Universal Basic Energy Equity, 보편적 에너지 기본소득)라고 명명한 그 모델 말이다.

UBEE 모델은 AI 기업 지분 방식의 약점들을 깨끗하게 비켜간다. 햇빛과 바람이 비치는 한 전기는 비록 변동성은 있을지라도 주가처럼 폭락하지 않는다. 전기를 사 갈 거대한 고객(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로봇 공장, 무인 공장)들이 줄을 서 있어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된다. 석유와 가스를 대체하고 탈탄소 경제로 이행하려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충돌 없이 시민이 직접 소유하고 배당받으며, 정부는 다음 문명으로 이행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왕 지분을 공유한다면 한가지 방법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 생산권 지분은 가장 단단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왕 지분을 공유한다면 한가지 방법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 생산권 지분은 가장 단단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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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UBEE는 '연산 전력 공급', '에너지 안보', '지속가능한 기본소득'이라는 세 가지 고차방정식을 동시에 풀어내는 마스터키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한국은 이미 신안군 모델, 구양리 모델, 햇빛소득마을 등으로 '보편적 에너지 기본권'을 향해 더디지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 AI 시대를 대응하는 해법은 '분배'가 아니라 '소유권'이라는 것을 이제 좌우가 인식하게 된 지금, 한국은 한 걸음 앞선 답을 이미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술 발전이 시민의 불안을 키우는 구조가 아니라, 시대를 움직이는 근원적 자산인 에너지를 시민의 손에 쥐여주는 새로운 소유권 지도. 그것이 다음 문명의 도시를 한국이 먼저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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