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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가고 AI시티가 온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⑪]

전명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6-09 14:04

AI 문명 모델을 만들 기회가 우리 앞에 다가 왔다

스마트시티 가고 AI시티가 온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⑪]

선거판의 감초 된 'AI 도시'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졌고, 'AI 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줄을 이었다. 한 시민단체는 광역단체장 후보 54명과 교육감 후보 58명의 AI 공약을 일일이 분석해 평가 보고서를 냈고,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가 선거 공약에 사용할 수 있도록 'AI 공약 제안 백서'까지 펴냈다.

공약의 완성도를 떠나, 이 현상 자체가 하나의 신호다. 어떤 단어가 정치인 공약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것이 표가 된다는 뜻이고, 표가 된다는 것은 시민들이 그 방향을 미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앞다투어 ‘AI’와 ‘AI 도시’를 공약에 넣었다.(이미지=생성형AI활용)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앞다투어 ‘AI’와 ‘AI 도시’를 공약에 넣었다.(이미지=생성형AI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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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 도시의 미래를 대표하던 단어는 '스마트 시티'였다. 그런데 이제 그 단어는 사라졌다. 스마트 시티가 완성되었다거나 폐기되서가 아니다. 애초에 스마트 시티의 최종 목적지가 바로 'AI 시티'였기 때문이다. 도시에 IoT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모으며 관제실을 구축하던 그 모든 노력들은, 결국 그 데이터로 도시를 운영할 AI 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그렇다면 AI 도시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아직은 먼 미래의 청사진일까, 아니면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일까.

AI 도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스마트 시티가 처음 제시될 무렵의 기술적 목표는 도시 전역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 데이터를 AI로 가공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자동화된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술은 AI를 도시 운영에 본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일렀다. 도시를 구성하는 인프라들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 국가의 어느 구도시에 또는 신도시에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부터 특정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것까지, 스마트 시티 컨셉이 하나씩 구현되기 시작했다.

AI를 도시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사례는 2016년 중국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이 처음 개발, 항저우에 적용한 City Brain이다. 비슷한 시기인 2016년, 구글은 캐나다 토론토에 '퀘이사이드(Quayside)'라는 첨단 도시를 계획했다. 그러나 도시가 수집하는 막대한 데이터와 관련된 프라이버시 논란이 제기되었고, 분쟁 끝에 이 프로젝트는 2020년 무산됐다.
그렇다고 AI 도시 구축이 멈춘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NEOM은 'Cognitive City', 곧 AI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인지하고 관리하는 도시라는 개념으로 도시 전체를 AI가 운영하는 모델을 공식화했다.

짧은 역사지만 방향은 동일하다. AI가 도시 전체를 운영하는 곳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경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길 - 기존 도시에 AI 이식하기

첫 번째는 이미 존재하는 도시에 AI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가장 앞서간 곳은 중국이다.

앞서 언급한 City Brain이 그 대표 사례다. City Brain은 도시 전역의 카메라와 차량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1,000개가 넘는 교통 신호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그 결과 도심 통행 속도가 15% 이상 빨라졌고, 응급차 출동 시간이 단축됐다. 2025년 City Brain 3.0 버전에는 중국의 대표 AI 모델 딥시크가 연동됐고, 교차로에는 AI 로봇 교통경찰까지 배치됐다. 도시의 카메라와 센서, 드론과 로봇이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기존 도시에 AI를 얹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발표한 'Smart Nation 2.0'은 도시 전체를 디지털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 위에서 행정과 인프라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mart Nation 2.0은 현재 싱가포르 전역에 걸친 완벽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고, 성공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더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7년까지 세계 최초의 'AI 네이티브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AI를 행정의 도구로 쓰는 수준이 아니라, 정부의 의사결정과 정책 설계 자체를 AI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는 2026년부터 국가 AI 시스템을 내각의 자문 역할로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AI가 도시를, 나아가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두 번째 길 - 바닥부터 새로 구축하는 AI 도시

두 번째는 백지에서 AI 도시를 새로 짓는 방식이다.

일본 도요타는 후지산 기슭에 'Woven City(우븐 시티)'를 지었다. 2025년 9월 공식 출범한 이 도시를 도요타는 '움직이는 실험실'이라 부른다. 자율주행, 로봇, 에너지, AI가 통합된 시스템을 실제 주민의 삶 속에서 시험하는 곳이다. 첫 단계로 약 300명의 주민이 입주를 시작했고, 2026년에는 일반 방문객에게도 문을 연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한국도 주목 받는 스마트시티 실험장 중 하나다. 인천 송도는 일찍이 도시 전역에 센서와 관제 시스템을 깐 1세대 스마트시티의 대표 격이었고, 이후 세종과 부산이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돼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특히 세종 5-1생활권은 데이터와 AI를 도시 운영의 축으로 삼았고, '스마트도시계획(2025~2029)'에서는 아예 'AI 지능화 도시'를 5대 전략의 하나로 내걸었다.

부산의 에코델타시티는 애초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출발했지만, 2026년 방향을 틀어 'AI 도시' 구현을 목표로 삼았다. 눈에 띄는 것은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로봇이 다니고 일할 것을 전제로 공간을 설계한다. 도시 전역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디지털 트윈도 함께 구축된다.

이외에도 전국의 지자체들은 AI 기반 교통 신호 제어나 지능형 행정 같은 것들을 부분적으로 적용하며 AI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AI 도시'로 진화하는 과정을, 우리는 지금 한국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물론 새로 짓는 길에는 위험도 따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NEOM은 Cognitive City를 표방하며 가장 거대한 야심을 보였지만, 막대한 비용을 쏟고도 사실상 멈췄다. 최근에는 그 부지를 AI 데이터센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서 AI 시티로

'스마트 시티'와 'AI 시티'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마트 시티는 도시 곳곳에 IoT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모아, 사람이 더 잘 '관리'하도록 돕는 도시다. 신호등 데이터를 모아 관제센터의 공무원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식이다. 핵심은 여전히 사람이 쥐고 있고, 기술은 그 판단을 보조한다.

AI 시티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스스로 '운영'한다. 사실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는 도시라면, 매 초 수십만 개의 변수를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 일, 분산된 태양광의 출력 조절, 전기차 충전 부하 분산, 실시간 교통 흐름 최적화는 이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속도가, 이미 인간 조직이 처리할 수 있는 속도와 규모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시티에서 AI는 도시 운영의 주체가 되고, 사람은 그 방향을 정하고 감독하는 자리로 옮겨간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적인 환경이 강제하는 새로운 규칙이다. 도시가 다루는 데이터의 양이 임계점을 넘으면, AI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스마트 시티는 필연적으로 AI 시티로 귀결된다. 정해진 미래다.

그래서 앞으로 만들어지는 도시는 더 이상 '스마트 시티'라는 이름을 쓰지 않을 것이다. AI가 현실이 된 지금, 스마트 시티는 이미 과거의 언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AI 도시, 누가 만들까?

AI 도시는 아직 완성 모델이 없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실패했고, 가장 야심찬 계획이었던 NEOM은 멈췄다. City Brain은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되어 있지만, 그것을 AI 도시의 원형이라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는 미래 문명을 담는 그릇이다. 도시의 패러다임을 새로 쓰는 일은 곧 다음 시대의 문명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 된다. 한국은 아직 비어 있는 그 자리에 도전할 충분한 역량과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로봇·AI 기술을 두루 갖췄고, 송도부터 세종·부산까지 도시를 실험해 온 경험도 쌓였다. 한국이 전 세계에 보여준 높은 민주적 역량은 한국의 도전에 주목하고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런데 AI 도시를 만드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먼저 AI 도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도전적인 과제다. 그런데 기술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기술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고, 구현될 것이다.

스마트 시티가 여러 이유로 비켜갔던 문제들이 있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 전체가 아니라 가장 요긴하거나 적용이 쉬운 영역부터 부분적으로 기술을 도입하는데 주력했기에 그 문제들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AI 도시는 다르다. AI가 도시 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 그 문제들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AI 도시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첫째, AI 안전 문제다. 도시를 운영하는 AI가 오작동하면 어떻게 되는가. 신호등을 조절하던 AI가, 전력망을 관리하던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그 피해는 곧장 수십 수백만 시민에게 미친다.

도시는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시스템이다. AI를 도시에 들이려면, 그 AI가 틀렸을 때를 대비한 안전망도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최신 AI에서 치명적인 오류와 취약점들이 확인되었기에, 도시 설계 시점부터 이를 보완하는 AI 안전장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의사결정 속도 문제다. AI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의사결정은 느리다. AI 속도와 민주주의 속도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노골적으로 나오는 주장처럼, 자칫하면 '효율'을 이유로 민주적 절차를 건너뛰자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즉 기존의 민주주의 작동 방식이 AI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AI에 판단을 위임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앤트로픽이 미국 국방부와 끝까지 대치하며 지키려 했던 그 문제, 곧 '최종 판단 권한을 누가 행사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가 도시 운영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곧 세 번째 문제로 이어진다.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거버넌스는 늘 화두로 언급되었지만, 항상 배제되었다. 행정 권력을 건드리는 문제, 법적 근거 문제, 어떻게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슬쩍 다음 과제로 넘겨졌다.(이미지=생성형AI활용)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거버넌스는 늘 화두로 언급되었지만, 항상 배제되었다. 행정 권력을 건드리는 문제, 법적 근거 문제, 어떻게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슬쩍 다음 과제로 넘겨졌다.(이미지=생성형AI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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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도시 거버넌스의 문제다.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가, 도시에서 매 순간 자동으로 생산되는 개인 데이터의 처분권은 누구에게 부여되는가? 개인들의 프라이버시는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것인가? 더 본질적으로 '도시를 운영하는 그 AI에 대한 통제권은 누구에게 부여되어 있는가' 하는 것들이다.

AI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시를 굴린다 해도, 그 통제권이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면 그것은 더 정교한 통제 사회가 될 뿐이다. 고도로 발달된 AI가 통제권을 독점한다면 우리는 AI에 감시받는 사회로 진입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그 통제권이 시민에게 열려 있다면, AI 도시는 시민이 더 자유로워지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무게가 같지 않다. 첫째, AI 안전은 비교적 중립적인 기술의 문제다. 더 나은 기술과 더 촘촘한 안전장치로 풀어갈 수 있고, 그 해법은 어느 사회에서나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결정 속도와 거버넌스 문제는 다르다. 이것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을 두고도, 중국이 답하는 방식과 한국이 답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중국은 속도와 효율을 위해 통제를 택할 것이고, 한국은 아마도 다른 경로를 택할 것이다.

의사결정 속도 문제와 거버넌스 문제를 잘못 다루면, 우리는 디스토피아로 빠질 수 있다. 효율을 명분으로 시민의 통제권을 거두어들이는 순간, AI 도시는 가장 정교한 감시 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스마트 시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문제, 의사결정 속도 문제와 도시 거버넌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이 문제를 풀어야 진정 AI 도시의 원형(prototype)을 만들었다고 인정받을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AI의 속도를 감당하고 그 통제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법론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인가?
AI 도시는 정해진 미래다. 그러나 그것이 통제의 도시가 될지, 자유의 도시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갈림길에서 우리가 어떤 답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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