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평가 기준이 '얼마나 행사했는가'에서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여의도 증권 자산운용가 정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자산운용사의 적극성은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로 평가돼 왔다. 올해 행사율은 91.8%, 반대율은 8.2%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공개한 세부 점검 결과는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단순한 찬반 비율에서 의결권 행사의 '품질'과 '설명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 사례가 의결권 행사 사유다. 점검 대상 운용사의 42.4%는 절반 이상의 안건에 대해 "주주총회 영향이 미미하다", "주주권 침해가 없다"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82개사는 모든 안건에 일괄 찬성했고, 50개사는 일괄 불행사를 선택했다. 행사율 자체보다 개별 안건별 검토와 판단이 충실하게 이뤄졌는지가 이번 점검의 핵심이었다.
금감원의 문제의식은 글로벌 스튜어드십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 주요 연기금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기업과의 대화(Engagement)와 의결권 행사 근거 공개를 더욱 중시하는 추세다. 결과보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스튜어드십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이 선정한 우수 사례에서도 이런 방향성이 확인된다.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의결권 전담 조직과 KPI(핵심성과지표)를 갖추고 경영진 면담, 주주서한 발송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이어왔다. VIP자산운용 역시 소형 운용사임에도 운용 규모 대비 가장 많은 전담 인력을 배치해 의결권 행사와 기업 소통에 적극 나선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일부 운용사는 운용 규모에 비해 의결권 행사 사유가 반복적으로 기재되거나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향후 운용사 경쟁력이 단순한 운용자산(AUM) 규모가 아닌 거버넌스와 수탁자 책임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선 의결권 행사가 더 이상 규제 준수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활동과 주주권 행사 수준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면서 의결권 공시는 운용사의 투자 철학과 수탁자 책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금감원이 오는 13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신인의무 이행과 충실한 주주권 행사를 핵심 의제로 다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운용사의 경쟁력은 의결권 행사율이 아니라 투자 판단의 근거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고 수탁자 책임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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