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지역균형발전과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향을 제시한 뒤 부산·광주·대구·전남 등 비수도권 혁신거점을 잇달아 찾으며, 산은의 스타트업 보육·투자유치 플랫폼을 지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다만 생산적금융이 은행권의 새 기업금융 기회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국민성장펀드와 산은 플랫폼을 거친 기업들이 스케일업 단계에 오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후속 금융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은행권은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수익성, 건전성, 리스크 분담 구조를 여전히 따져보고 있는 상태다.
KDB NextONE·V:Launch 연결, 선순환 지방경제 조성 동분서주
‘현장파’인 박상진 회장은 올해 생산적금융 대전환 원년을 맞아 전국 각지를 직접 누비며 동분서주하고 있다.박상진 회장은 올해 초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지역균형발전과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향을 제시한 뒤, 3월 부산 KDB V:Launch 오프닝을 기점으로 현장 행보에 힘쓰고 있다. 3월 부산과 대전·광주에서부터 4월 경남, 5월 대구와 전남 광양, 7월 광주에 이르기까지 산업은행이 진행하는 각종 혁신 스타트업 지원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혁신 스타트업 지원 체계는 초기기업을 선발해 보육하는 KDB NextONE, 투자자 앞 IR 기회를 제공하는 KDB NextRound, 지역 혁신기업을 수도권 VC·대기업과 연결하는 KDB V:Launch로 이어진다.
‘NextONE’이 기업을 투자 가능한 상태로 다듬는 보육 플랫폼이라면, NextRound와 V:Launch는 이 기업들을 민간자본과 연결하는 투자유치 통로 역할을 하는 식이다.
여기에 KDB NextRound는 보육 이후 단계에서 민간 투자자를 붙이는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 기관투자자, 대기업 CVC 앞에서 IR을 진행하고 후속 투자유치 기회를 얻는 플랫폼이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이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KDB NextRound를 개최한 것은 국내 스타트업을 글로벌 투자자와 직접 연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발굴한 기업을 해외 벤처 생태계로 연결해 스케일업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개별 일정은 다양하지만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첨단산업 현장에서 미래 투자처를 확인하고, 지역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며, 산은의 보육·IR·투자 플랫폼을 통해 민간자본과 연결하는 구조다. 박 회장의 ‘전국일주’가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니라 생산적금융의 실행 경로를 점검하는 행보로 읽히는 이유다.
사후 지원보다 미래 투자, 달라진 산은의 정책금융 공식
산업은행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산은의 존재감은 구조조정, 위기기업 관리, 정책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기업이 어려워진 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산업 재편을 지원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산은의 무게중심은 첨단산업 투자, 지역 벤처 생태계 조성, 스케일업 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진 뒤 개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투자와 네트워크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정책금융의 시간표가 앞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민성장펀드’가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50조원을 첨단산업 생태계에 공급하는 정책금융 플랫폼으로, 산은은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산은이 단순히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재정과 정책금융이 직접 기업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전문투자자를 선정해 자금을 배분하는 구조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정책자금과 민간자본, 유망기업을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이는 정책금융의 작동 방식이 대출 중심에서 투자와 민간자본 연계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은이 직접 모든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민간 운용사의 선별 능력과 시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금 흐름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의 1차 조기 완판은 생산적금융이 시장에서도 일정한 관심을 확보했다는 신호다. 일반 투자자까지 참여하는 공모펀드 구조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생산적금융이 정책기관 내부의 과제에 그치지 않고 민간 투자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바이오·해상풍력 등에 활용하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흥행이 곧 성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차 펀드가 자금 모집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현재 자펀드를 모집하고 있는 2차 펀드부터는 실제 투자처 발굴과 수익률 검증이 중요해진다. 대규모 정책자금이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으로 흘러가더라도, 투자 선별이 부실하면 생산적금융은 성과보다 리스크가 먼저 부각될 수 있다.
기업금융 새 기회 vs 위험부담…산은 ‘안전판’ 역할 요구
산업은행과 당국의 구상대로 국민성장펀드와 산은의 지역 플랫폼을 거친 기업들이 스케일업 단계로 올라서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도 새로운 기업금융 기회가 생긴다. 초기 투자와 보육은 산은이 맡고, 성장 단계 이후 운전자금, 시설자금, 외환, 지급결제, 자금관리, IPO 전후 금융서비스는 민간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 반응은 아직 반신반의에 가깝다. 정책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은행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금융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은행은 결국 예금자로부터 받은 돈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며 “아직 매출과 현금흐름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대출을 늘리려면 담보, 보증, 손실분담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하더라도, 은행 여신으로 넘어오는 순간 건전성 관리와 충당금 부담은 개별 은행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이들 산업은 성장성이 큰 만큼 기술 변화와 시장 변동성도 크다.
지방은행의 경우 기대와 부담이 더욱 크게 엇갈린다. 지역 혁신기업이 성장하면 새로운 기업금융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역 스타트업 상당수는 아직 담보력이 약하고, 매출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전통적인 여신심사 기준으로는 대출 확대가 쉽지 않다. 산은이 보육과 IR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지방은행이 독자적으로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라면 실제 여신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가용자금이 시중은행에 비해 작은 지방은행이 혼자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산은이 먼저 기업을 선별하고 정책펀드와 보증, 후순위 손실흡수, 공동심사 같은 장치를 함께 설계해줘야 지방은행도 후속 금융에 참여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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