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사장). /사진=현대제철
PBR 0.2배 극복과 실적 반등 기대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제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로, 자산가치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수년간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높은 에너지 비용이 겹치며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다행히 올해는 자동차 강판 판가 반등과 인도 푸네 가공센터 가동으로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증권가는 현대제철의 2026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후반에서 세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6.8% 증가할 것”이라며 “원가 부담은 남겠지만 자회사에서 일회성 비용이 사라져 전체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논의도 주목받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골자인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며, 현대제철의 자사주 소각 시점을 둘러싼 주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발행주식 1억3345만주 중 자사주 190만46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로는 1.42% 수준으로 집계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물량 전량을 소각할 경우 EPS·BPS가 1~2% 상승하고, 저PBR 상태에서 실적 개선이 동반되면 주가 재평가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저평가는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조치로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카드로 남을까, 주주환원 나설까
현대제철의 마지막 자사주 관련 움직임은 2020년 하이스코 합병 당시였다. 이후 별도의 매입이나 소각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현대제철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지주사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 논의 때마다 지분 교환·합병의 중심에 언급돼 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 지분 21.9%) → 현대차(기아 지분 34.5%) → 기아(현대모비스 지분 17.7%)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다. 이 구조는 어느 한 축이 흔들릴 경우 전체 지배 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금융당국과 시장의 투명성 요구에 따라 개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지배구조 논의 속에서 현대제철은 지주사 전환이나 합병 과정의 교차점으로 작용해 왔고, 보유 자사주와 계열사 지분은 향후 구조 개편 시 우호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쌓아둘수록 지배구조 탄환으로서의 힘은 강화되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물량이 커져 유동성과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3차 상법 개정안이 딜레마를 깨뜨릴 전망이다. 개정안은 자사주 장기 보유를 제한하고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내에, 기존 보유분은 법 시행 후 1년 6개월 내에 소각 또는 처분 계획을 주총에서 확정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장기 보유하며 사실상 ‘금고 속 지분’으로 활용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대제철도 자사주를 지배구조 카드로 무기한 쥐고 있기보다 주주환원과의 균형점을 새로 잡을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철강업 자본 전략 변화…현대제철 선택은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자사주 소각과 감자,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자본 전략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포스코홀딩스는 발행주식의 2%, 6351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3년간 6% 소각’ 계획에 따른 것으로, 올해까지 포함하면 3년간 약 1조7176억원 환원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자사주 2.2% 전량 소각과 함께 2 대 1 무상감자, 5 대 1 액면분할을 연계했다. 감자 후 자본금 비중이 줄면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 배당 여력이 커진다는 계산이다. 회사는 배당을 한차례 미루고, 배당 최저기준을 300원에서 400원(분할 후 80원)으로 상향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밝혔다.
반면 현대제철은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2023년 이후 배당을 1주당 1000원에서 750원, 500원으로 3년 연속 줄였다. 그럼에도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투자에는 속도를 내며, 자동차용 강판 270만톤과 친환경 전기로 중심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이 부임 한 달 만인 지난 2월 장내에서 자사주 1500주를 사들인 것도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현대제철의 자사주 운용 방향이 주목된다”며 “저PBR 탈출을 위한 소각 압박과 그룹 지배구조 전략 사이에서, 3월 주총에서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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