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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 민왕일, 현대리바트 반등 승부수 던졌다[2026 새 판의 설계자들③]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9 05:00 최종수정 : 2026-02-23 09:34

부동산 침체 직격탄…작년 영업이익 35%↓
수익성 개선 위해 B2B·B2C 투트랙 병행

2026년, 유통가(街) 경영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3고(高)’ 기조 속에서 불확실성은 일상이 됐고,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및 체질 개선이 더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주요 유통기업에선 새로 키를 잡은 신임 CEO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조직 관리자가 아니라 실적 반등과 구조 개편이라는 중책을 동시에 떠안은 ‘새 판의 설계자’들이다. 이에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 선 신임 CEO들이 현재 처한 상황과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통해 각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판을 짜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재무통' 민왕일, 현대리바트 반등 승부수 던졌다[2026 새 판의 설계자들③]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침체에 빠진 현대리바트의 구원투수로 선택한 카드는 ‘재무통’ 민왕일 대표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단 두 명만 신임 대표로 발탁된 가운데, 민 대표가 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30년 이상 현대백화점그룹에 몸을 담으며 안살림을 담당했던 그는 가구업계 업황 부진으로 위기를 겪는 현대리바트에 수익성 회복이라는 특명을 안고 전격 투입됐다.

외형 및 수익성 동반 약세…재무전문가 투입

민왕일 현대백화점 대표는 30년 넘게 그룹에 몸담으며 회계, 재무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현대백화점그룹 내에서 숫자에 강한 관리자이자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이에 현대백화점그룹이 그를 발탁한 배경에 대해 가구·인테리어 업황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현대리바트의 ‘외형 확대’보다 ‘체질 개선’을 우선순위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 대표는 1967년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93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그는 2013년 현대백화점 회계 담당 상무, 2017년 현대백화점 재무담당 상무, 2019년 기획조정본부 경영전략실장 상무, 2020년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2023년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현대리바트는 2024년 1, 2분기 매출에서 경쟁사 한샘을 앞지르며 덩치를 키웠다. 연간 매출이 1조87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불황 속에서도 체력을 회복하는 듯한 신호로 읽혔다.

하지만 반등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5년 들어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가구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적은 다시 하강 곡선을 그렸다. 결국 지난해엔 영업이익이 15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6% 줄었고, 매출액은 1조5462억 원으로 17.3% 감소했다.

분기별로 봐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5년 1분기 매출이 43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3% 준 것에 이어 2분기 4099억원(17.5%↓), 3분기 3407억원(25%↓), 4분기 3579억 원(13.7%↓)까지 하락세가 지속됐다. 영업이익 역시 1분기 95억 원이던 것이 3분기 37억 원까지 내려갔다. 4분기에는 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분기 대비 적자 전환하기에 이른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악화된 셈이다. 회사 측은 건설경기 침체와 업계 경쟁 심화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민 대표에게 키를 맡겼다. ‘관리형 리더십’ 강화로 해석된다. 그룹 내에서 재무조직을 중심으로 관리 경험을 쌓아온 만큼 단기 실적 부양보다 중장기 구조 개선에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다. 현대리바트가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추진하기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용 구조를 재점검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규제 대응 수익성·유통망 체질 개선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 등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가구업계 역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주택 거래량 감소와 착공 지연은 신규 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빌트인·특판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매출 감소로 연결된다.

현대리바트 역시 B2B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4년 실적 개선을 견인했던 빌트인 가구 부문의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수주잔고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일감으로, 향후 매출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현대리바트의 빌트인 수주잔고는 2023년 말 2038억 원에서 2025년 9월 말 903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민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축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유통망 체질 개선과 B2B 신규 프로젝트 확대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B2B 부진으로 B2C 비중 확대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회사 측은 B2B와 B2C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주 원가 구조를 정비하고 원가 관리 고도화에 나선다. 빌트인 부문의 원가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에 주력하고, 일반건설사 및 정비사업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추가 비용 절감과 전 부문 원가 절감 작업도 병행해 손익 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B2C 부문에서는 유통망 재정비에 힘을 준다. 수익성이 낮은 리빙 매장은 축소하고 공백 상권을 선별적으로 공략한다. ‘집테리어’ 중심의 우량 유통망을 집중 육성하고, 기존 매장의 수익성 개선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B2B 부문에서는 신규 프로젝트 확대에 속도를 낸다. 특히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가설 현장 수주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실제로 현대리바트는 최근 현대건설과 1178억 원(약 801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바스라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매출(1조8707억 원)의 6.3%, B2B 매출(6593억 원)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울러 B2B 인테리어 사업을 확대한다. 오피스 리모델링 실적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숙박·관광 등 호스피탈리티 분야로 FF&E(가구·조명·예술작품·리빙 소품 등을 공급하는 사업)를 확장할 계획이다.

위기 속 시험대…재무통 리더십의 시간

민 대표는 공격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통해 변동성이 큰 업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현대리바트’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통 대표 선임은 단기 방어 전략이자, 중장기 도약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민 대표에게 현대리바트는 숫자로 경영을 증명해야 할 첫 무대다. 업황 둔화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 체질을 바꾸고 수익성을 회복해낸다면, 이번 인사는 위기 대응을 넘어 ‘새 판’을 설계한 선택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빌트인 가구 공급 물량이 감소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실적 개선을 위해 원가 개선 및 비용 절감 노력을 추진 중에 있고, B2B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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