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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성의 미래 읽기] K형 경제의 덫, 집값 잡는다고 중산층을 더 가난하게?

최민성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2-02 13:11 최종수정 : 2026-03-10 09:38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올해 들어서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전형적인 K자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월말 발표한 기업경기조사를 보면,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4.0으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은 97.5로 2.8포인트 올라 최근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1.1p)과 신규수주(+1.0p)가 주요 상승 요인이었다. 그러나 비제조업은 91.7로 2.1포인트 떨어지며 내수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경제심리지수도 94.0으로 여전히 장기평균(100) 아래를 맴돌고 있다.

수출 중심 대기업은 반도체·조선 호조로 활짝 웃고 있지만, 내수·서비스·자영업은 허덕이고 있다. 경영애로 1위는 여전히 ‘내수부진’(21.9%), 2위는 ‘인력난·인건비 상승’(15.5%)으로, 비용 압박과 소비 회복 지연이 겹쳐 있다(한국은행).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DSR) 하한이 기존 1.5%에서 3%로 상향되고, 담보인정비율 LTV 40% 하향, 15억 원 이하 주택 6억 원(15억 초과 4~2억 원)으로 묶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명확하다.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이고, 집값이 다시 크게 오르면 안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9%는 분명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부채의 ‘구성’이다. 고소득·자산가층은 현금·주식·해외자산으로 버티고, 중산층 이하는 주택 구매·전세대출에 목매어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는 9억~15억 원대 아파트를 노리는 30~40대 맞벌이 부부, 1주택자이지만 자녀 교육·직장 이동으로 이사 가려는 중산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금 부자들은 여전히 웃지만, 무주택 청년·저소득층은 여전히 꿈도 못 꾼다. 결과적으로 중산층의 자산형성 사다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의 논리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 없고,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명제다. 강력한 규제로 집값을 누르면 중산층도, 저소득층도, 모두 집값 상승 피해를 덜 본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말처럼, 2020~22년처럼 집값이 널 뛰면 중산층은 ‘영끌’로 빚더미에 앉고, 저소득층은 영원히 내 집 마련을 포기한다는 말씀도 일견 맞다. 그러나 올해의 맥락은 그때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은 1,450~1,480원에서 횡보하며 수입 물가는 오르기만 한다. 비제조업 CBSI 지수, 내수 부진, 인력난·인건비 상승 등 애로는 악화하고 있다. 이런 때에 주택 대출 규제를 더 조이면 중산층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더 쪼그라든다. 집 못 사고, 이사 못 가고, 인테리어·가구·가전 소비도 줄어든다. 결국 내수·서비스업 매출이 더 떨어져, K자 아래쪽 다리가 더 짧아진다.

국토연구원 ‘에너지 빈곤의 공간적 덫’ 보고서(1월 말 자료)도 비슷한 경고를 한다. 저소득층은 이미 ‘공간적 덫’에 갇혀 있다. 저효율 주택 밀집 + 대중교통 불편 +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에너지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냉난방을 포기한다. 대출 규제로 이들이 일자리 근처를 떠나 더 저렴한 외곽지로 밀려나면 그 덫은 더 깊어진다.

정부는 AI 예산을 늘려 “산업 혁신”은 추진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찬성이다. 하지만, AI 경제 시대에, 아직도 “내 집 마련”이 인생 최대 목표인 사회와는 엇박자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여전히 “시장 통제”라는 20세기 논리로 21세기 문제를 풀려 한다. 대출 규제는 여전히 “영끌 막기”라는 이름으로 중산층의 소비와 자산형성을 동시에 옥죈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다 시장을 죽이면, 결국 둘 다 진다. 그래서 지금 선택한다면, “시장을 죽이는 정부도 이길 수 없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집값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출 규제를 어느 정도 풀어 중산층의 자산형성 기회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즉, K자 아래쪽을 끌어올려야 경제가 산다. 규제의 칼날이 날카로워, 정작 보호해야 할 사람들의 희망을 잘라버리는 것은 아닐까. K자 경제의 진짜 덫은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을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에 있을지도 모른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부동산·경영컨설팅 전문가로 델코리얼티그룹을 이끌고 도시 기획·컨설팅 프로젝트 등에 다양하게 참여 중이다. ULI코리아 명예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도시대학원 겸임교수이자 칼럼니스트로서 도시·부동산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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