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전문가 시각] 미국 투자이민(EB-5),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가 강한 진짜 이유

장종회 기자

jhchang@

기사입력 : 2026-02-03 16:09

화려한 개발계획·높은 기대수익 아닌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핵심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미국 투자이민 전문가' 김지영 국민이주 대표

'미국 투자이민 전문가' 김지영 국민이주 대표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미국 투자이민(EB-5) 시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일수록, 최근의 변화는 하나의 공통된 신호로 읽힌다. 더 화려한 개발 계획이나 높은 기대 수익을 내세운 프로젝트보다, 끝까지 책임을 설명할 수 있는 구조가 선택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재무제표가 튼튼하고 전망이 좋아 보이면 충분했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한 단계 더 깊은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돈을 갚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돈을 갚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구조인가라는 기준이다.

지난 10여 년간 EB-5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 민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상당수는 초기에는 충분한 상환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분양 계획은 그럴듯했고,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분양이 지연되거나 금리가 오르고, 자금 조달 환경이 바뀌는 순간 상황은 달라졌다. 상환 능력은 ‘조건부’였고, 그 조건이 무너지자 원금 회수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상환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상환하지 않아도 당장 치러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상환 능력과 상환 구조의 차이가 드러난다. 상환 능력은 경제 상황과 시장 흐름에 따라 변한다. 반면 상환 구조는 제도와 책임 체계에 의해 규정된다. 특히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상환 구조는 민간 개발과는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공공 프로젝트에서 상환은 선택지가 아니라 전제에 가깝다. 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파장이 상환을 이행하는 비용을 압도적으로 초과하기 때문이다.

공공 인프라 EB-5 프로젝트의 채무자는 대개 정부 기관 또는 공공기관이다. 이들의 재무 구조는 민간 기업과 다르다. 단기적인 수익성과 상관없이, 신용등급과 제도적 신뢰가 존립의 기반이 된다. 만약 공공기관이 채무를 불이행한다면, 이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신용등급 하락, 향후 공공사업 자금 조달 차단, 연방 정부 보조금 중단 등 연쇄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상환을 하지 않는 선택은 기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결정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된다. 미국의 공공주택청이나 공공기관은 연방 규정에 따라 엄격한 감독을 받는다. 채무 불이행 상태가 발생할 경우, 연방정부는 해당 기관의 운영권을 박탈하고 직접 관리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해 온 제도다. 다시 말해 공공기관 입장에서 원금 상환은 ‘재무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존폐의 문제’에 가깝다.

이 때문에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투자자의 원금 회수 논리는 시장 전망보다 제도 구조에 더 크게 의존한다. 상환 재원 역시 분양이나 매각처럼 변동성이 큰 요소가 아니라, 공공 임대료 수입이나 정부 예산과 같은 안정적인 흐름에 기반한다. 이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재원이며, 정책적으로 보호받는 영역에 속한다. 결국 투자자는 개별 사업의 흥행 여부가 아니라,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가 최근 EB-5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잘 되면 갚는다’는 기대보다 ‘안 갚는 것이 더 위험한 구조’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는 신중해졌다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다. 환경이 달라지자 판단 기준 역시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보스턴 벙커힐 공공주택 재개발 프로젝트는 이러한 투자자 인식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진행된 1차 프로젝트는 공공 인프라 특유의 책임 구조와 상환 논리가 시장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비교적 이른 시점에 모집이 마감됐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차 프로젝트 역시 마감을 앞두고 있어,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투자 이민이 장기간에 걸친 행정 절차와 자금 묶임을 전제로 하는 선택인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도 논리가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시장의 학습 효과가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이민국(USCIS)이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제도적으로 구분하고, 우선 심사 대상에 포함시킨 배경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책임 주체가 명확하고, 상환 구조가 제도권 안에서 설명 가능한 프로젝트에 행정적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이민 제도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투자자 보호와 제도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상환 구조가 견고한 영역으로 자금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EB-5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로 계산되는 상환 능력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기준은 상환을 미룰 수 없는 구조, 상환하지 않는 선택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되는 구조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투자 이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무엇을 짓는가보다 누가 책임지는가가 중요해지고, 얼마나 벌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끝나는가가 핵심 질문이 된다.

‘상환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는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와 책임, 그리고 비용의 구조가 만들어낸 현실적인 결과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 투자이민에서 이 구조를 갖춘 선택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워킹맘이 바꾼 금융생활
[그래픽 뉴스] 매파·비둘기부터 올빼미·오리까지, 통화정책 성향 읽는 법
[그래픽 뉴스] 하이퍼 인플레이션, 왜 월급이 종잇조각이 될까?
[그래픽 뉴스] 주식·채권·코인까지 다 오른다, 에브리싱 랠리란 무엇일까?
[그래픽 뉴스] “이거 모르고 지나치면 손해입니다… 2025 연말정산 핵심 정리”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