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자리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매파적 신호를 내보내는데다 국내에서는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개 지역 분쟁이 진정되고 나면 안전자산 선호가 줄면서 금리가 안정을 찾아가는 게 일반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면은 정책 변수가 지정학 변수를 압도한 모습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금융시장 모니터'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잘 드러내준다.

반쪽 휴전효과…단기금리 상승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상승폭이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2년물 금리는 5월 29일 4.01%에서 6월 18일 4.18%로 17.5bp나 뛰었다. 반면 10년물은 같은 기간에 4.43%에서 4.45%로 1.9bp 오르는 데 그쳤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9배 가까이 더 급등한 셈이다.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2% 치솟으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이에 비해 장기금리는 미국·이란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식어 잠잠해진 모양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 27일 2.25%에서 5월 4일 2.50%까지 올랐다가 6월 18일에는 다시 2.25%로 낮아졌다. 전쟁 리스크가 물가를 밀어 올린 속도가 통화긴축 우려의 영향을 압도했다는 얘기다. 단기물은 정책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장기물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주로 반영한다는 교과서적 해석이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말보다 데이터가 말한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노동시장도 안정적인 가운데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가 변수로 작용한 결과다. 시장이 정작 주목한 건 동결 여부가 아니라 의사를 표현한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였다. 연준 위원들 가운데 금리인상 지지는 9, 동결 지지는 8로 나와 3월보다 중앙값이 0.4%포인트 올라갔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될 것을 암시하던 '완화 편향' 문구도 빠졌다.새로 임명된 연준 의장의 첫 기자회견에서도 정책 시그널을 기대하던 시장에 던져진 것은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자체적 해석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메시지였다. 3분기까지는 전쟁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인상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많아진 배경이다.
다만 3분기 이후 물가가 완만하게 내려가게 되면 동결 기조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매파적 신호가 곧바로 금리인상 사이클이 재개된다고 단정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日 금리인상 가세… 韓 7월 인상 가능성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올렸다. 경기 하방 리스크는 낮아졌고 물가 상승 압력은 높아진 결과다. BOJ는 임금 상승세와 기업의 가격 전가가 이어지며 물가가 2%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다만 중동 협상 진행으로 추가 상승 압력은 일부 누그러진 모습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호주까지 하반기 기준금리 상승 흐름에 합류하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면은 단순히 한두 나라의 일시적 매파 발언이 아니라 주요국 통화정책이 동시에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구조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
국내 채권시장도 금리상승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고채 3년물은 5월 29일 3.73%에서 6월 18일 3.75%로, 10년물은 4.07%에서 4.12%로 각각 올랐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8%로 상향 조정되면서 연간 성장 기대가 커진 여파다. 신현송닫기
신현송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이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도 시장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금통위가 7월에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6월에 이미 금리인상 기대와 함께 단기자금 유출도 동시에 나타나면서 단기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채권 매수세도 줄었다. CP금리는 5월 29일 3.05%에서 6월 18일 3.12%로, CD금리는 2.86%에서 2.92%로 각각 7.0bp, 6.0bp 상승했다.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자금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채 발행물량 부담…확장적 예산안도 압력
수급도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단기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하반기 국채 발행 물량 확대 우려가 커진 게 변수여서다.내년에 성장률이 개선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아지긴 하겠지만 확장에 무게를 둔 정부 예산안도 부담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국고채 3년물이 3.70~4.00%, 10년물이 4.00~4.25%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인 셈이다.
오는 7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이 어떻게 나고, 하반기 국채 발행물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미국 연준의 매파적 신호가 얼마나 빨리 현실화할지 등의 변수를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할 시점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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